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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평점 :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애니메이션, 그 재미에 빠진지 이미 오래다.
그처럼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혹시 놓치고 넘어갔을 미묘한 재미를 찾게 해주는, 해서 즐거움을 더 한층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중요한 대사를 한글 번역과 원어를 병기하여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훌륭한 음식은 맛볼 수 있는 음악, 맡을 수 있는 색채와 같아.
네 주변에는 훌륭한 것들이 많단다.
네가 할 것은 그저 알아차리고 멈춰서 음미하는 것이야.
Good food is like music you can taste, color you can smell.
There is excellence all around you.
All you have to is notice and stop and savour. (113쪽)
한글 번역과 원문을 같이 실어놓았기에 영어 공부도 할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라따뚜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기로 했다. 보았다.
그런데 바로 위에 소개한 장면이.....
한글 자막이 이랬다.
좋은 요리는 맛과 향이 있는 음악과 같습니다.
멋진 요리는 많습니다.
그걸 느낄 줄 아는 게 중요하죠.
자. 비교해보자. 그 영화의 원래 대사와 우리말 자막을 비교해보면, 무언가 많이 빠져있다.
원래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게 번역이 된 것이다.
(한글 자막) 그걸 느낄 줄 아는 게 중요하죠.
(원래 대사) 네가 할 것은 그저 알아차리고 멈춰서 음미하는 것이야.
우리말로 두루뭉술하게 번역해 놓아 원래 그 말의 깊은 의미를 놓쳐버린 것이다.
알아차리다. 멈추다. 음미하다. 그 세 가지 느끼는 방법을 원래 애니메이션에서는 요구하는데 비하여, 우리말 번역에서는 그게 송두리째 빠져버린 것이다.
요리를 즐기려면? 어떻게?
알아차려라, 그리고 멈춰라. 그리고 음미하라!
그것을 이 책을 통해서 찾아낸 것이다.
<라따뚜이>가 어떤 애니메이션인가? 무엇이 주제인가?
요리가 주제이니. 당연히 요리를 즐기는 방법론에서 그런 게 빠져서는 안되는 것, 그것을 이 책에서 찾았다. 고마운 일이다.
이름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바바는 치히로가 아니라 센이라는 이름으로 일할 것을 요구한다. 치히로는 이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세계에서는 이름을 잃어버리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 133쪽)
이름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부르고 불리는 이름들. 거기에는 분명 의미가 깃들어있을 것인데. 그것이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그 단초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럼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름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일까?
물질만능주의가 도래한 지금, 우리가 이름, 즉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이다. 치히로는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이는 니체의 초인 사상처럼 고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144쪽)
그러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가 단순하게 얘들 보고 즐기는 만화영화가 아닌 것이다. 그안에 엄청난 상상력과 깊은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음악과 이미지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명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름과 관련하여 이런 글도 읽은 적이 있어, 소개한다.
이름이란 이를 가진 사람의 본질을 나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름은 특별한 힘을 지녔기에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에서 금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의 숙적 볼드모트는 등장 인물들에게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으로 불린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되었다』, 115쪽)
다시, 이 책은?
만화영화라고 부르면 뭔가 부족하게 여겨질 것같아 애니메이션이라 부른다.
그 두 가지 용어가 실상은 같은 것이지만, 애니메이션, 하면 어쩐지 한 단계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애니메이션, 여기 소개되고 있는 것들은 작품이라 부를 수 있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미술품들은 그림이라고만 부르면 이상하듯이 여기 실린 애니메이션, 모두 작품들이다.
그런 작품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분명 독자, 시청자의 몫이겠지만, 이런 책의 도움으로 그 속에 들어있는 감독의 상상력과 깊은 통찰력을 찾아내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여행에 훌륭한 가이드가 되고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그래서 더한층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