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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평점 :
일몰
소설이다. 미스터리 소설.
이에 대하여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 로맨스물만 쓰던 유명 극작가 오하타가 그녀의 새끼 작가와 나누는 대화다.
오하타 선생도 요즘 들어서는 은근슬쩍 이런 말을 내비치곤 한다.
“추리물중에서 뭔가 좀 흥미로운 원작이 없으려나.”(43쪽)
등장 인물
오하타 린코 : 극작가
가이 치히로 : 새끼 작가, 본명 가이 마히로
가이 치히로의 언니 (가이 치호), 아빠, 이모
하세베 가오리 : 영화 감독
하세베 가오리의 엄마, 아빠. 할머니
다테이시 사라 : 사고의 희생자
다테이시 사라의 오빠, 엄마, 아빠
그 중 중요인물은 가이 치히로와 하세베 가오리다.
그 두 명이 예전에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 협력하게 되면서 서서히 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며, 또한 거기에 얽혀있는 자신들의 가족들 사연도 알게 된다.
그 두 사람의 접점이 되는 인물과 지역이 있다,
유명 감독인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은 가이 치히로는 의아해한다. 자기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것이다,
아무런 접점도 없는데..
그래서 그녀는 하세베 가오리를 검색해본다. 그래도 어떤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48쪽)
아무런 접점도 없다고 생각하고 만난 가이 치히로와 하세베 가오리, 알고 보니 자라난 곳이 사사즈카츠로 같은 지역이고, 영화 감독 하세베 가오리는 가이 치히로의 언니와 사촌 오빠와는 유치원,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이 있었다.
또하나 얽히고설킨 게 있는데, 사사즈카츠애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당사자들과도 이런 저런 인연이 있다.
사사즈카츠 일가족 살해 사건이란, 히키코모리인 오빠가 고 3 여동생을 찔러죽인후 집에 불을 질러서 그 부모마저 사망한 사건 (61쪽)이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그 사건에 대하여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걸 찾아보기 시작한다.
알고 싶은 것들은 있었어. 그걸 모르고서는 앞으로 긴긴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 (237쪽)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을, 나처럼 알고 싶어 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218쪽)
질문을 한다. 벽 너머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을 더듬듯이. (226쪽)
왜 제목이 『일몰』일까?
위에서 주인공 두 사람의 접점은 사사즈카츠이고 더해서 사사즈카츠 일가족 살해 사건이라고 했는데, 보다 더 깊게 자리잡고 있는 접점이 하나 더 있다. 그게 바로 일몰이다. 해가 지는 것, 일몰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 일몰을 바라보는 어떤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미스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가이 치히로의 언니 가이 치호 :
저녁 해를 바라보면 싫은 일들을 잊을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소년에게 그녀는 아주 좋은 장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동네 산 중턱에 있는 철탑이다. (455쪽)
하세베 가오리의 아버지(히로다카) :
하세베 가오리는 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수소문하다가, 이런 증언을 듣게 된다.
어느날, 히로다카 씨가 일몰이 아름다운 장소, 혹시 있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런 물음에 여기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줬다는 것이다.
해안을 쭉 걸어가다 보면 그 끄트머리에, 썰물때만 얼굴을 내미는 바위가 있다고 하면서, 거기에서 보는 일몰은 두 손을 뻗으면 자기 손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것 같아, 지는 해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단 혹시라도 혼자서 갔다가 혹시라도 발이 미끄러지면 위험하니 다음에 뜻이 있는 사람을 모라 함께 가자고 했는데......(470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자기가 보고 싶은 세계만 써서는 안돼. 사람들이 외면하는 세계를 그려서 그들의 눈 앞에 들이대야지. (82쪽)
부모들이란 없는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들이야. 자기 자식에게 아무리 뛰어난 면이 있어도 다른 아이보다 열등한 부분이 보이면 이번에는 그부분을 잘하라고 요구한다. (150쪽
가네토의 무표정과 무반응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갑옷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304쪽)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육체의 죽음, 두 번째는 존재가 사라져버리는 죽음. (336쪽)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을 문장 두 개로 표현한다면, 그것도 소설 속에 있는 말로 하자면 이거다.
질문을 한다. 벽 너머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을 더듬듯이.
처음에는 작은 돌을 던진다. (226쪽)
그렇게 던진 작은 돌이 멀리 멀리 파문을 일으키며, 서서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며, 숨겨져 있던 진실이 드러난다. 그 진실은? 그것을 파헤쳐가는 미스터리 물이다.
지금까지 너무 뻔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220쪽)을 찾아가는 미스터리물,
미스터리 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곳곳에서 탄복을 하면서 읽을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