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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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미술관

 

이런 구분 의미있다.

그림의 사조를 고전주의와 현대미술로 구분, 각각의 감상 방법을 달리 하는 것이다.

고전주의 그림은 읽는 그림이라서 작품을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한 반면, 현대 미술은 보는 그림으로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해서 작품이 어떤 시대에 그려진 것인가에 따라 보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20명의 화가와 그들이 남긴 작품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각의 화가와 그림에 아주 적절한 소개문을 덧붙여서 독자들로 하여금 그림 읽고, 보는 법을 알게 해준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적어둔다.

 

고야의 그림 <거인>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침공했을 때에 스페인의 많은 지식인들은 프랑스군의 진출을 오히려 반겼다. 구체제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고야 역시 그런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65)

 

하지만 그런 기대는 꿈에 불과했다. 스페인에 들어온 프랑스 군대는 곧 마각을 드러낸다.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자. 고야는 <거인>을 그려냈고, 나중에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에는 <180852>을 그려 민중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한다.

 

뭉크에게 총을 쏜 연인이 있다. 툴라 라르센이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뭉크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뭉크는 계속해서 결혼을 거부한다. 결국 그녀는 결혼해주지 않으면 총으로 자살하겠다고 소동을 벌였고 이를 막으려던 뭉크를 향해 총을 잘 못 쏘고 말았다. 오발탄에 뭉크의 손가락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84)

 

클림트는 <키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몇 사람이 자기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구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155)

 

피카소의 그림 중 라이트 페인팅이라는 게 있다. (178)

카메라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를 늦춰서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런 작품 중 첫 번째가 <켄타우로스>이다.

 

역사를 공부한다.

 

영국 역사를 공부한다 했지만 거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그 빠진 부분을 채우게 된다.

 

폴 들라로슈가 그린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은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 사이 중간에서 단 9일 동안 왕위에 있었던 비운의 여인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202쪽 이하)

 

제인 그레이는 당시 실세이던 노섬벌랜드 공작인 존 더들리의 며느리였다.

존 더들리는 에드워드 6세를 설득하여, 왕세자를 낳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면 왕위를 누나인 메리 1세가 아닌 5촌인 제인 그레이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도록 했다. 결국 에드워드 6세가 후사없이 죽자 그녀가 왕위를 잇게 된다.

그런데 제인 그레이는 왕위에 오르기를 거부한다. 분명 왕가의 혈통이기는 했지만 서열상 1위는 메리 1세였고 심지어 둘째 딸 엘리자베스까지 있었으니,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권력욕에 눈이 먼 제인 그레이의 부모와 가족들은 그녀를 독방에 가두고 결국은 강제로 왕위에 오르게 한다.

그런데 가만 있을 메리가 아니었으니, 메리는 군대를 이끌고 런던으로 진격해와 왕권을 되찾는다. 그래서 제인 그레이는 단 9일동안 왕좌에 있다가 처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 역사, 헨리 8세의 아들과 딸들 사이에 제인 그레이의 슬픈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다.

 

그리스 신화를 만나다

 

클림트의 그림 <키스>에서 황금비가 보인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 다나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상징하고 있다. (149쪽)

따라서 이 그림을 볼 때 그런 신화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그림 속에 있는 의미를 더 확실하게 알고 보는 셈이 된다

 

바쿠스의 여신도를 그린 <암피사의 여인들>, 로렌스 알마 타데마가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는 수많은 여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 몇 여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으로 볼 때 간밤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한데, 과연 어떤 일일까?

 

화가가 배치한 몇 개의 상징을 바탕으로 그림을 읽어보면, 그 여인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바쿠스 (디오니소스)의 추종자인 바칸테스(마이나데스) 이다. 그녀들은 밤새 바쿠스를 찬양하는 축제를 열고 술과 음악에 취해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화가의 얼굴을 보게 된다.

 

카라바조의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109)

이 그림에서 다윗이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골리앗의 얼굴, 그게 바로 이 그림을 그린 카라바조 본인의 얼굴이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가 그린 <암피사의 여인들> 말고도 이 책에는 다른 그림 하나가 더 소개되고 있는데, 그게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 . (221)

이 그림은 로마의 폭군 헬리오가발루스를 그린 것인데, 그 황제는 평소 꽃을 좋아했는데 이런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사람이 얼마나 많은 꽃더미 안에 들어가야 목숨을 잃을 수 있을까?

해서 그는 파티장 천장에 꽃을 잔뜩 쌓아놓고 사람들 머리 위로 꽃을 쏟아붓게 한다.

바로 그 장면을 그린 작품이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인데, 그 그림 속에 그림을 그린 화가가 등장한다. 오른 쪽 하단에 이 엽기적인 파티 장면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바로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 폴 고갱 (27)

 

영감은 가만히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고 있는 도중에 오는 것이다. - 앙리 마티스 (49)

 

다시, 이 책은?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왜 이야기 미술관인줄 알게 된다.

저자가 소개한 미술관에는 참으로 이야기가 많다. 풍성하다. 20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있는데도 이야기는 넘쳐나고 있다.

 

그런 이야기 미술관, 읽다보면 어느덧 그림 속으로, 또한 그림에 얽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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