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임진평.고희은 지음 / 인지니어스스토리이목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이야기가 재미있다.

 

주인공인 정원은 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장의 LP 판을 듣고 죽으려고 했다.

게리 카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그래서 게리 카의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몇 곡을 들었다. 그리고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정원에게는 아버지가 남겨놓고 간 6천여장의 LP판이 있다.

음악을 듣다가 정원은 마음을 바꿔먹는다.

그 음반들을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 다음에 죽기로 한 것이다. 해서 그 음반을 팔 가게를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정원이 LP판을 가게에 진열하고 팔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가게에 우연히 들러 LP판을 고르고 듣다가 인생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가게는 이제 단순히 LP판을 파는 가게가 아니게 된다.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을 할 정도가 되었다. 상호는 <이상한 LP 가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정원의 중고 LP 장사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다. (19)

 

장사만 대박이 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만들어지는 사연들도 대박이 났다. 소설이 재미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정원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LP판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중 몇 개만 소개한다.

이 목록을 들으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실제 그 가게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음반 목록 대신에 주인공 정원이 듣고, 책 속에 기록한 것을 소개한다.

 

슈베르트의 소나타 1악장과 3악장 사이,

라흐마니노프와 생상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1)

 

게리 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4)

멘델스존의 협주곡, 아르투로 미켈란젤로의 피아노 소리 (14)

쇼팽의 스케르초 선율을 누비는 미켈란젤로의 왼손 아르페지오를 들으며 (14)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듣고 있었다. (22)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곤 했다. (23)

 

글렌 굴드의 1955년도 연주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23)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88)

Dvorak /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그때 이어폰을 통해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쇼팽의 피아노 왈츠 가단조였다. (141)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 단조로 음악을 바꿔 틀었다. (158)

 

멘델스존의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거쳐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 단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158)

 

말러의 교향곡 2<부활>은 어떨까. (159)

 

지금 틀어놓은 곡은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고, 이건 자클린 뒤 프레가 연주한 앨범인데, 한번 비교해 들어보시면 좋을 것이다. (162)

 

류이치 사카모도의 이런 일화도 듣게 된다.

단골 식당의 음악이 형편없어서 꽤나 괴로웠나 봐요, 그래서 식사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 리스트를 직접 만들었다. (41)

 

사연 있는 음악이 있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그게 왜요?

이상하게 귀에 익어서요.

뭐 워낙 유명한 곡이니까.

아뇨, 그냥 유명한 곡이어서가 아니라. .. (162)

 

그 곡을 듣고 있던 알바 미래가 연신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눈 대화다.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은 미래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이야기를 조금 앞으로 돌려보면 그 곡과 미래의 사연이 드러난다.

85쪽부터 읽어보면, 그 곡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다시, 이 책은?

 

이야기가 끝에 가면 마치 LP 판에 올린 바늘이 튀는 듯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체 이야기는 재미있게 흘러간다. 그런 이야기가 클래식 음반을 매개로 해서 진행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고, 그러는 가운데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연들이 이어진다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을 같이 찾아 들으면서 읽으면, 마치 그 <이상한 LP 가게> 안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