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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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믿음

 

그동안 헤르만 헤세의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그의 믿음에 관한 생각들을 만났다.

 

헤세 역시 믿음을 그의 작품에 기록한 적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수필에 나의 믿음을 고백해왔다그런데 대략 10년전소설에 나의 믿음을 기록한 적이 있다그 소설은 싯다르타. (101)

 

물론 그런 경우도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전해주는 이야기 중의 하나로 소설적 상황에 맞춘 단편적인 생각들이어서헤르만 헤세의 전체적인 믿음을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헤세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했었는데이 책은 바로 그런 나의 바람에 맞추어 헤르만 헤세의 믿음에 관한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의 믿음에 관한 견해종교 생활정치적 생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독교에 관한 견해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헤세그러나 그는 단순히 개신교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사상 편력을 경험한다불교는 물론 인도 철학동양 철학 등을 거치는 동안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기독교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들을 여기 옮겨 놓는다.

 

헤세는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교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지만늘 혐오와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15)

 

그리스도교는 내 삶을 결정하는 구체적이며 단단한 형태였다. (102)

 

내 종교 생활에서 그리스도교는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나는 교회를 중요시하는 그리스도인이라기보다는 영성 생활을 중요시하는 그리스도인에 가깝다. (106)

 

나는 평생을 종교 없이 산 적이 없고 애초에 종교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었다하지만 그 세월을 교회 없이는 살았다. (106)

 

믿음은 변하는 거야.

 

헤세는 믿음을 고정시키지 않는다그에게 믿음은 변하는 것이다그런 변화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내가 믿는 종교는 나중에 그 형태를 자주 바꾸었는데갑자기 개종한 듯 변한 것이 아니고서서히 성장하고 발전하듯이 변화했다. (104)

 

그렇게 성장하고 발전한 그의 믿음은 철저한 사상적 성찰과 탐구에 기초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그래서 그에게 이런 변화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부처의 가르침이 전적으로 타당하다는 생각을 이제는 하지 않는다젊은 시절에는 경탄해 마지않았던 그 가르침은 지금 좀 부족한 듯 느껴진다기묘할 정도의 정확성신학과 신의 부재그리고 순종이 없으니 말이다나에게는 때때로 아버지의 아들인 예수가 부처보다 한 걸음 더 앞서 나간 인물로 보인다. (151)

 

부처의 가르침은 몇 년동안 실질적인 믿음이자 유일한 위로였다다만 서서히 생각이 바뀌어 더 이상 불교 신자가 아니다. (156)

 

그리고 이런 말은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 숙고해볼만한 하다.

 

진정한 개신교 신자는 교회에 저항하는데그 이유는 그의 본성이 그저 존재하기보다 발전하는 편이 더 긍정적이라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162)

 

물론 교회에 저항한다는 말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항거한다는 게 아니고교회의 가르침을 숙고하면서 새겨 듣는다는 말이다그래서 발전이 있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종교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5)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삶의 의미의 중요성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그 어떤 것이든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인간은 노력한다그러한 노력 중에 하나가 바로 믿음이다.

 

헤세는 그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그의 믿음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내 믿음은 말로 가볍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래도 표현하자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의미의 목소리는 내가 완전하게 생동감으로 요동치며 살아있는 순간에 내 안에서 들려온다. (167)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을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는 게으름이다. (15)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한 인간삶의 본질을 느끼고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인간은 외양이 그리스도교든 다른 것이든 신이 실재함을 경험한다. (159)

 

사람들이 <신약 성경>의 가르침을 계율이 아니라 영혼의 비밀을 둘러싼 아주 심오한 지식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면그 책은 가장 현명한 말이자 모든 인생의 지혜와 행복을 논하는 가르침을 담은 총체적인 요약본이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마태 19,19)는 말이 <신약 성경>에 실려 있다. (160)

 

다시이 책은?

 

독자들은 저는 평생 종교를 찾고 종교에 헌신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165)는 헤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헤세가 치열하게 추구했던 믿음의 실체와 그 믿음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구분명히 새겨놓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완전한 가르침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완성되기를 갈망해야 한다신은 네 안에 있지 개념이나 책 속에 있지 않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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