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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평점 :
역사 속 성 문화 사색(史色)
요즘 우리나라에 난데없이 소환된 인물이 있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 루머의 애꿎은 피해자가 된 인물이다.
그녀를 단두대로 보내게 했던 수많은 루머들, 이제 그런 소문들이 모두다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녀가 죄인인양 떠들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런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을까?
포르노에 집중 포화를 맞은
마리 앙투아네트 (96-97쪽)
당시 프랑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포르노의 주인공으로 많이 오르내렸다. 이는 국가에 대한 불만을 오스트리아 출신 외국인 왕비에게 푼 것이다. 그녀는 포르노 속에서 아주 난잡한 여자로 등장한다. 심지어 혁명 법정은 그녀에게 근친상간의 죄목까지 날조한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지만 혁명 세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결국 엉뚱한 죄목으로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분석을 살펴보자.
혁명의 아버지들이 포르노를 쓴 이유는 간단합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포르노가 종교와 정치의 권위를 비판하기 가장 좋은 무기였기 때문입니다.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끈적하게 묘사한 난잡한 성관계 이야기는 삽시간에 대중에게 퍼졌습니다. 그만큼 절대 왕정에서 벌어지는 귀족들의 비도덕성을 공격하는 데 탁월했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철학 서적은 그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지요. 야한 웹툰이나 영상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프랑스혁명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요.
문자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책을 통해 체제의 모순을 파악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왕과 왕비 귀족과 성직자의 문란한 성관계를 폭로하는 포르노야말로 전제정을 무너뜨릴 가장 좋은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91쪽)
이런 내용이 실려있는 책, 제목이 『역사 속 성 문화 사색』이다.
제목에서 언뜻 떠올리게 되는 선입견을 벗어버리고 읽어보면,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역사 지식에 접할 수 있다. 새로운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주제편으로, 색(色)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역사에서 찾아서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사색(史色)이다.
예컨대, 아이를 낳은 교황이 있었다는데, 과연 사실일까?
저자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밝혀놓고 있다. 그러니 혹 누가 아이를 낳은 교황이 있다고 아는 척 떠벌리면 이 책을 권해주시라.
또 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박멸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시절, 유대인을 어떻게 색출했을까?
바로 유대인들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남성 성기에서 흔적을 찾아냈다.
독일 자경단들은 유대인으로 의심되는 집을 급습해서, 문서를 확인하고 또 여의치 않으면 그 집 가장의 바지를 벗겨 확인하는 황당한 방법을 썼다. (51쪽)
2부에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잘 알려진 이름을 꼽으면?
사드 후작, 넬슨, 앙리 2세, 헨리 8세, 앨런 튜링, 보들레르, 그리고 괴테도 등장한다.
앙리 2세는 프랑스 왕이다.
그의 부인 왕비는 그 유명한 카트린 드 메디치, 이탈리아의 피렌체 출신이다.
앙리 2세는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마상 창시합을 하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았는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결혼하기 전에 이미 정부가 있었다. 바로 디안 드 푸아티에.
저자는 앙리 2세의 일생을 그의 정부 디안과 왕비 카트린의 관계를 통해 그려놓고 있다.
그러니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앙리 2세 치하의 프랑스 역사를 알게 된다.
그렇다면 영국의 헨리 8세는?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6명의 왕비를 거쳤으며 그중 두 명을 처형장으로 보냈다. 이것, 영국의 역사다.
이런 이야기, 재미있다.
이집트 신전에 들어가려다 뜻밖의 일을 당한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 (43쪽)
우리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잘 아는 인물, 그 피타고라스는 이집트 신전에 들어가려가 뜻밖의 요구를 받는다. 그게 무엇일까? 책에서 확인하시라.
콘프레이크, 크래커, 최초의 시리얼인 그래뉼라의 개발에 얽힌 이야기들 (53- 60쪽)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보들레르의 시 <비상>(318-319쪽)
연못들, 계곡들, 산들, 숲들, 구름들,
바다 위로, 태양 너머로, 창공 너머로, 별들의 천구 너머로,
나의 정신, 너는 민첩하게 움직이고,
파도 속에서 황홀해지는 헤엄 잘 치는 사람처럼,
너는 말로 할 수 없는 남성적 쾌락을 느끼며
그 방대하고 깊은 곳을 즐거이 누비고 다니는구나.
다시, 이 책은?
읽을 게 풍성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라는 주제를 통해 인류 역사를 짚어보고 있다.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 성(姓)이 차지하는 분량이 상당하다는 것 알게 된다.
저자가 이런 글을 쓰면서 들었다는, 외설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풀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용을 재미있게 푼 것은 맞는데, 외설적인 내용이라는 건, 전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실제 역사책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물론 행간에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