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 근대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조배준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먼저 이 사실 짚고 가자

 

이 책이 해설하고 있는 원래 책베버의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어렵다.

몇 번 읽기를 시도했으나 끝까지 가지 못했다.

 

이유는?

이 책의 원본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내가 가진 번역본(문예출판사)은 본문이 164쪽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주석한 주()가 무려 150쪽에 달한다그러니 본문을 읽다가 주를 찾아 읽다가 하는 와중에 그만 길을 잃고 헤매기를 몇 차례그만 두었던 책이다물론 그 내용이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으니 그랬던 것도 큰 몫을 차지하긴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비로소 왜 그 책이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이건 주석이 길고 짧은 탓이 아니라 순전히 그 내용 탓(?)이었던 것이다.

즉 그 안에 들어있는 난해한 분석그리고 치밀하게 짜여진 논증 구조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또 여기 말하길본문과 거의 같은 분량을 차지하는 상세한 주석의 문제도 거론하면서 학술적 탐구가 아니라면 일반 독자들은 본문만 읽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한다. (11진작 그걸 알았더라면우선 본문이라도 충실하게 읽을 걸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게 된다.

 

하여튼 그런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이 책의 필자는 그래서 원 책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를 잘 지도해주고 있다감사한 일이다.

 

이 책은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중요한 부분은 앞의 두 개 장이다.

1장은, <종교사회학의 창시자막스 베버>

막스 베버의 저작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학자의 특성이 저작의 성립 및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고

2장은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읽기.

원 책의 구성에 따라 나누어 일정하게 요약하고 해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면원 책을 읽기를 위한 준비가 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 몇 가지 기록할 것들을 추려본다.

 

독일 국민의 정치적 미성숙

 

독일은 세계 대전을 두 차례나 일으킨 국가이다그런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우선 독일 국민들이 그런 전쟁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왜그리 쉽게 허용했는지 의아했었는데이 책에 이런 기록이 보인다.

 

20세기를 앞둔 독일 사회는 통일과 경제 발전이라는 성과를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에 부합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창출하지 못해 반자유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로 인해 사회적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결과적으로 독일 시민 사회의 허약한 토대는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후유증과 더불어 1930년대 이후 히틀러의 나치즘이 대중의 동의를 통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40)

 

충분한 설명은 못되지만그래도 독일이란 나라의 통일 과정에서부터 구성이 허약하게 이루어진 사회였다는 점충분하게 납득이 된다.

 

그래서 독일 국민의 정치적 미성숙부실한 시민 사회사회주의 정당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대안적 정치 세력의 부재는 두고 두고 독일 사회의 어두운 배경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 책에서 베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념적으로 분석하는 대상 중 가장 중요한 열쇠 말은 당연히 개신교와 자본주의일 것이다특히 그는 역사적 형태의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와 근대 자본주의’ 두 가지로 구별하여 인식한다전자는 어느 시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인류 문명 안에 존재했던 경제 구조로서 자본주의’ 일반을 가리키고후자는 그런 자본주의가 특정한 시기인 근대에 들어와 독특한 경제 활동의 조직화를 이룬 것을 말한다. (43-44)

 

그럼 개신교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살펴보자.

즉 개신교가 자본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 개신교라는 말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데개신교에는 여러 교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개신교를 교파별로 구분하고 설명하고 있는데이 설명하는 부분이 원 책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므로 정리해 본다.

 

개신교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저자는 개신교를 세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루터교칼뱅교그리고 청교도다.

 

루터교 :

결론적으로 독일어 성경 번역 당시 루터의 의도에 대한 기대와 달리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루터교의 직업관이나 노동관은 생산적이며 능동적인 개신교의 생활양식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혀 전개되지 못했다. (143)

 

루터교에서는 가톨릭과 마찬가지로 구원과 경제활동 간의 관계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주지 못하고 따라서 루터교에서는 새로운 경제 윤리의 기반이 되는 정신적·문화적 변동이 수반될 수 없었다.

 

칼뱅교 :

저자는 칼뱅교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칼뱅교는 경제 활동에 대한 어떤 연관성도 도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남게된다.

 

구원받은 자에 속하는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없는 그런 신앙 생활은 결국 이 회의감과 비참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98)

 

청교도 :

청교도는 직업 노동을 중시하고 돈을 벌어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구원론과 연결짓는 교리를 전면에 내걸었다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바울의 말을 강조하며 재산 유무에 상관없이 근면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합리적으로 행해지는 직업 노동은 주님의 명령이라고 설파했다. (98-99)

 

따라서 청교도는 부 자체를 추구하는 저속한 방식이 아니라 재산 축적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님 나라 건설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적극적 신앙생활을 정당화했다. (101)

 

그렇게 해서 베버는 새로운 윤리적 가치의 핵심을 16-17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했던 개신교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했던 종교적 원천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발견하고 있다.

 

그런데 베버는 이런 청교도의 노동관과 교리를 바로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연결하지 않고다시 한 단계를 나아가 세속적 금욕주의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된 생활 양식의 기원을 찾아 설명하고 있다그 부분이 원 책의 부 1장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데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베버의 결론이 결코 피상적인 검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검토와 논증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타기록해두고 싶은 것들

 

그의 묘비명 :

우리는 그에 필적할 정도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221)

 

베버는 정치를 천직으로 부여받은 정치인의 직업적 책무에 대하여 악마적 수단을 통해 천사적 대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223)

 

다시이 책은?

 

그렇게 이책은 막스 베버의 저작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입문서로 손색애 없다그뿐만 아니라그 책을 해설하는 것과는 별도의 항목인 제 장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제 장은 <철학의 이정표>라는 항목으로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그중 이런 것 적어두고 싶다,

 

니체의 책 아침놀에서

자본주의 사회와 그것을 지배하는 가치관을 가차없이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225)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이 책은 인간의 자연적이며 궁극적인 활동을 개념적으로 구분하여 정치의 필연성과 가능성에 대해 사유했다는 점에서 베버의 책에 나타난 개신교의 직업 노동에 대한 분석과 비교하며 읽어볼 수 있다. (239)

 

또한 저자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소개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21세기 자본』에서 행하는 경제학적인 관점의 거시적 조망이나 비판적 분석은 베버의 문제의식과는 거리가 멀지만주장의 합리성을 증명하려는 논증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의 한 역사적 특징을 전향적으로 인식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그 맥이 닿아있다. (243)

 

이는 저자가 베버의 책을 소개하면서 계속 강조하던 점이 논증 부분이었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기에 더욱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