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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평전 :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김삼웅 지음 / 소동 / 2024년 1월
평점 :
함세웅 평전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
김삼웅의 책, 부지런히 찾아 읽는다.
저자가 쓴 평전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그런 글, 책 하나같이 읽어야 할 것인데, 그렇게 하면 이 시대가, 우리 시대가 처해있는 역사적 상황이 잘 보이는 은혜를 입게 된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함세웅 평전.
덧붙인 제목은 『정의의 길, 세 개의 십자가』이다.
아는 바와 같이 십자가라는 게 요즘 누구나 걷기 원한다는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형극의 길이다. 그런 십자가를 세 개씩이나 지고 있는 분이 바로 이 평전의 주인공 함세웅 신부다.
그분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 세 개는 어떤 어떤 것들일까? 목차를 통하여 알아보자.
제1장 | 사제가 된 소년(1942~1974)
제2장 | 예수의 길, 정의의 길(1974~1978)
제3장 | 찬란한 항쟁의 시대(1980~1988)
제4장 | 민족사적 반성과 남북통일의 꿈(1988~2000)
제5장 | 세 개의 십자가(2000년대 이후)
아뿔싸, 찾아보니 십자가가 세 개가 아니다. 더 된다.
그러니 여기 제목의 세 개의 십자가에서 세 개란 완전수 세 개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 세 개라는 숫자보다도 그 분이 지고 있는 십자가가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이런 것, 세어보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당국에 연행된 것은? 감옥에 갇힌 것은?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되어 감옥에 있었던 적은?
또 구속된 것은?
쓰여지는 단어들, 연행, 감옥, 확정 판결, 구속 등 이런 험한 단어들 때문에 혹시 범죄인(?) 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거든 얼른 거두는 게 좋다. 형이 확정되었다니까 분명 죄인일텐데 그건 시대가 만들어놓은 단어에 불과한 것, 그런 단어들이 포함하고 있는 현실은 훨씬 더 혹독하고 엄중하다.
그 내용을 알아보면, 이렇다.
1975년 5월 : 명동 학생 총연맹 사건 배후로 지목되어 중앙정보부에 연행됨.
1976년 3월 :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김대중, 문익환 등과 함께 구속됨.
이듬해 3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여러 교도소를 거치며 투옥생활을 하다 1977년 12월 25일 형집행정지로 석방.
이어지는 연행, 투옥 등은 생략한다. 그분의 인생에 그런 단어는 늘상 있는 것이어서, 이어지는 것들이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게 함세웅 신부는 이 시대의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오셨다.
굳이 여기서 그 내용을 일일이 옮기지 않더라도 제목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우리 역사의 고비, 그런 고비마다 함세웅 신부는 같이 하셨다.
정의구현 사제단 출범.
그리고 이어지는 감옥 생활,,,,,,,,,
그래서 이런 제목은 극적이기까지 하다.
감옥에서 전해들은 독재자의 최후 (133쪽)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 누구일까?
굳이 일일이 거론할 필요 없겠다.
이렇게 제목을 전해보는 것은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것, 그런 상황에 있었던 함세웅 신부를 기억하자는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시대의 징표를 깨닫는 것은 신앙인의 책무다. (13쪽)
너무 무서웠어요, 사람들 비명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고요. (156쪽)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제 생애에서 가장 힘들더라고요. 절망의 터널 속에 갇혀 있으면서 모욕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한다는 것.(156쪽)
저희들이 일을 할 때 인간적으로 두렵기도 하여 피하고 싶지만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성서적 틀 안에서 해석하니까 섭리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요. (196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세상은 또다시 어지럽다. (20쪽)
이 말 한마디에 더 무슨 말을 보탠단 말인가?
그만큼 저자는 이 책을 쓰기가 펴내기가 절실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릴 것이다. 아니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