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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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그는 개그맨이다.

아니다그는 철학자자사상가다.

진작에 그걸 깨달아야 하는데그걸 이제야 깨닫는다.

깨달았다는 말은 그전에도 뭔가 느꼈다는 말이다그걸 알기는 알았는데그게 진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그가 대단한 생각쟁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쟁이라는 말을 쓰다가 보니띄어쓰기를 조금 다시그리고 글자 몇 개 수정해본다.

생각 쟁이가 아니라, ‘생각의 장인(匠人)’이다.

 

그가 쓴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를 읽은 적이 있는데그때 알아봤다.

그는 철학자라는 것을.

이제 확신한다그는 사상가요 철학자다.

이런 글을 읽어보면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섯 포장지에 이런 글 어떤가?

 

그늘에서 자랐지만 밝게 자랐다. (165)

 

그것뿐만이 아니다이런 생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태정태세문단세를 처음 말한 사람을 찾아서 상을 줘야 한다.

그것을 처음에 누군가 하지 않았더라면 조선 왕조의 왕 이름을 아직도 못 외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151)

 

태정태세문단세를 외우면서 조선 시대 역사 공부를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그 많은 사람중에 저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있을까아마 없을 것이다그러니 전유성만의 독창적인 생각이고따라서 그는 생각의 장인인 것이다.

 

이런 생각 해본 적나도 있다.

 

어묵집 간장 분무기로 뿌려 먹읍시다. (119)

 

그러니 반갑다 그런 생각을 했다니반갑고 또 그것이 여기저기 실천되고 있다니 더 반갑다.

생각이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 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니던가?

 

그래나도 이런 것 궁금했었다.

 

금이빨 삽니다 (224)

 

지나는 길에 금은방이 있다그런데 창밖에 이런 표지판 보인다.

금이빨 삽니다.’

 

그래서 궁금했었다대체 어떻게 금이빨을 산다는 것인가?

금이빨 없지만 있어도 팔 게 아니니 그저 궁금하기만 했는데저자도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근데 금이빨을 팔 때 어떻게 판다는 거야자기가 뽑아서 파는 거야사는 사람이 펜치로 뽑는 거야아는 사람 손!

 

궁금했던 게 같은 것조차 공감되니맘에 든다.

 

흔히들 쌍팔년도라고 하는데그건 구체적으로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전유성이 답한다.

우리가 흔히 쌍팔년도 라고 할 때 1988년인줄 알더라고.

내가 왕년에 대신 쌍팔년도에 어쩌고저쩌고 ~

이게 사실은 단기 4288서기로 1955년을 말하는 거야그 증거가 뭐냐고?

88올림픽 이전에도 쌍팔년도라는 말을 썼거든! (208)

 

완벽한 논증이다많은 사람이 그저 주장만 하지 그 근거를 대지 않고 무작적 말하는 데 비해 이 문장의 앞뒤를 살펴보면완벽하다현상과 그에 대한 반박 주장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그의 말과 글이 먹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그래도 이건 반댈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이상하게 잠이 온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그렇다면 아예 클래식 음악 들으면서 잠자는 콘서트는 어때? (163)

 

이건 반대다그래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그리고 그걸 과감하게 밖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클래식을 사랑한다는 것이니반대해도 맘에 든다.

 

다시이 책은

 

이렇게 읽어가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엄청 많다.

이 책에 들어있는 저자의 생각대부분에 공감하고 동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공감과 동감이 한꺼번에 어울린 글을 다른 곳에서는 만나지 못했다.

훌륭한 책이다.

 

누군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놓은 걸 보면나는 나 자신한테 굉장히 불만을 터트린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 했나!’ (132)

 

그런 불만이 오히려 흡족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생각의 향연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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