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스트

 

전염병(페스트)이 만연한 도시에서 그 재난을 견뎌내는 인간의 희망적 모습을 그려낸 작품.

 

무대는 알제리의 오랑이다오랑 시(오랑시에 전염병이 발생한다.

맨 처음에는 쥐들이 죽어간다그리고 그 질병은 인간에게로 전염된다.

그런 위험에 빠진 오랑시는 결국 도시를 폐쇄하기에 이른다그러니까 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카뮈는 이 작품의 제목을 맨 처음에는 수인(囚人)그 다음에 헤어진 사람들이었다가 마지막으로 페스트로 했다.)

 

이 소설에서 전염병 페스트는 쥐로부터 시작한다그리고 쥐로 끝난다.

전염병의 시작은?

4월 16일 아침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자기의 진찰실을 나오다가 층계참 한복판에서 죽은 쥐 한 마리를 목격했다. (17)

 

그리고 4부에서 페스트가 진정되고 전염병이 그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같은 주말에 그 늙은 해수병 환자는몹시 흥분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리유와 타루를맞이했다.

됐어요하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그 놈들이 다시 나와요.

누가요?

쥐 말이에요!

지난 4월 이후로 죽은 쥐는 단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 건가요타루는 리유에게 물었다. (382)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조짐을 누가 미리 알아차리는가?

 

소설 페스트에서는 쥐가 죽어나가는 것을 신호로 해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사인 리유가 포착하고 또한 쥐가 다시 나타난 것을 통해 전염병의 소멸을 알아차린다.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하여 카뮈는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사회에 비단 전염병뿐만 아니라어떤 변화가 시작될 때에 누군가 그것을 미리 포착하여 알려주는 일그것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과연 그러한 역할을 우리 사회에서는 누가 하고 있는지생각해 볼 문제다.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서술자는 의사인 리외이지만리유가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한 인물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리유나 타루 이상으로 그랑이야말로 보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용한 미덕의 실질적 대표자였다고 서술자는 평가한다, (198)

 

그랑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아주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사람이다.

말단 공무원인 그랑은 일을 못하고 소심하기까지 하며 박봉에 시달린다그랑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저녁이면 개인적인 일이 있다며 사라진다사실 그에게는 멋진 소설을 쓰겠다는 꿈이 있다공무원 일이 끝나면 저녁 때는 집어 틀어박혀서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그러다가 페스트가 발생하자낮에는 자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저녁에는 보건대에서 자원봉사를 한 후 밤이 되면 다시 소설을 쓴다.

그랑은 나중에 페스트에 걸리지만 이겨내고 살아난다.

카뮈가 이 이야기에서 그랑이 실질적인 미덕의 대표자라고 말한 것은 페스트 같은 재앙과의 투쟁에서 승리는 영웅주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시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다할 때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을거다.

자연의 대재앙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견뎌내는 것이니까.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카뮈가 한 말이 백번 맞다우리 사회에서 코로나 19가 지나가는 동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견뎌낸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이 책은?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로 페스트와 거의 동일한 상황을 겪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페스트를 읽은 적이 있지만 그때에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그런데 코로나 19를 겪어보니페스트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그래서 이 작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페스트는 그런 재앙을 겪을 때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또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비쳐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카뮈의 통찰력이 그래서 빛이 난다그가 우리 인간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그려놓은 인간상은 현실에서도 시대를 불문하고 동일할 것이다그런 모습을 묘사하는 작품을 일컬어 고전이라 한다이 책은 그런 칭송을 받고도 남음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