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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 - 27살, 결혼 8개월 차 나는 배낭을 메고 여행을 시작했다 ㅣ Collect 25
이소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1월
평점 :
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
여행기다.
제목이 『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인데, 이는 혼자 떠나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 의문을 가질 것에 대비한 제목이다.
혼자 가는 것이 다른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는데, 그건 이런 이유가 있으니까 하등 이상할 게 없다는 것, 그런 의미를 품고 있는 제목이다.
그럼 저자는 왜 그런 제목을 잡았을까?
그건, 저자가 결혼한지 겨우 결혼 8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남편은 국내에 두고 혼자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아니, 왜 혼자?’, ‘남편은?’ 그런 질문들이 나올법 한 것이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안에 있으니, 차분히 읽어보면 될 일이다.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의 경우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먼저, 이런 글 읽고 당연히 나의 경우를 떠올려보았다.
여행의 시작지로 파리를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 번째는 .....
두 번째는, 이게 무척 중요한데, 5년 전에 먹은 치즈케이크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파리에 가는 사람들은 꼭 그 빵집을 가야만 한다. (14쪽)
이런 이야기 읽으면, 나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왜 여행을 가는가, 어떤 곳을 어떤 이유 때문에 갔던가?
파리, 역시 몇 번 가보긴 했는데, 치즈케이크를 먹으러 간 적은 없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업무차 출장을 간 것이니 먹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었다. 물론 새벽에 조깅을 하느라 빵집 옆을 지나가면서 갓구운 빵 냄새를 맡은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뛰다가 빵집에 들른 적은 없다. 아침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에 묵었으니까.
아 참, 언젠가 한 번은 있었다. 파리지앵 흉내 낸답시고 바케트 한 줄 사서 들고 온 적이 있다.
이왕에 저자의 취향 알았으니, 저자의 취향 따라가 보자.
저자는 드디어 파리에 도착하여 치즈케이크 입에 물었다. 그 장면 살펴보자.
하얗다 못해 순수해 보이는 클래식 치즈케이크를 사 들고 서둘러 근처 벤치를 찾아가 자리를 잡고 크게 한 입 넣었다. 마치 구름을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이런 치즈 필링은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계피 향이 나는 바삭하면서도 뭉근하게 부서지는 파이지는 또 어떻고? 비행기 티켓을 끊은 순간부터 혀끝에서 맴돌던 맛이다.(19쪽)
저자의 표현력도 표현력이거니와 저자의 입은 참 부럽다.
어찌 저렇게 구체적으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치즈케이크를 한 두 번 먹어본 게 아닌데 난 저런 치즈 필링은 느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저자가 여행을 대하는 그 자세, 티켓을 끊을 때부터 감각적으로 무언가를 고대하는 그런 여행, 나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이런 나라들 여행은 어떤가?
저자는 가고 싶은 나라와 이유를 써본다 한다.
네팔 : 언젠가 가보고 싶었음
파키스탄 : 소문으로만 듣던 훈자에 가보기 위해
또한 저자는 가고 싶지 않은 도시와 이유를 쓴다.
인도 :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사람이 많음. (225-226쪽)
나도 그런 리스트를 만들어 놓을까 한다.
이미 떠오른 나라 몇 개가 있는데, 그 이유가 나조차도 우스운 것들이다.
영국, 프랑스 등등 : 이미 가본 곳이니 그간 변한 게 있을 듯 해서.
그리고 안 가본 곳들에 대해서는?
그리스 : 그동안 알게 된 그리스 신화의 땅을 직접 밟아보고 싶어서
그리고 참. 이탈리아 몇 군데 가보긴 했는데, 피렌체는 아직이다.
거기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우피치 미술관부터 시작해서 차분하게 보름 정도?
이탈리아, 피렌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그리고 부르넬레스키 등등.
아, 이렇게 적다보니, 나에게도 감각적으로 느껴보고 싶은 도시가 있는 것이다.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이런 정보 고맙다.
베트남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나 역시 비자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이 베트남에 15일 이상 머무르려면 단기 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9쪽)
베트남에 여행을 길어봐야 일주일이었으니, 비자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혹시 15일이 넘는 일정을 잡는다면 참고할 일이다.
다시, 이 책은?
대부분의 여행기가 남의 여행기가 되어서 별 무감동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곳곳에 감동적인 장면이 많아서, 여행기의 매력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나 저자의 여행길에 자꾸만 나의 갔던 길을,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길을 겹쳐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 읽는 내내 여행 감성이 문득 문득 일어나더니 기어코 깨어나고 말았으니. 이를 어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