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산문답 계방일기
홍대용, 조선 시대 실학자, 그를 만난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그에 대해 언급한 것, 그리고 조선 시대 실학자를 논하는 다른 책에서 언급된 그에 대한 기록들, 거기에 이 책을 더하게 된다.
이 책은 홍대용이 쓴 『의산문답』 『계방일기』, 두 권의 책을 한데 묶은 것이다.
먼저, 홍대용의 일생과 두 책의 관계
조선 시대 실학자, 조선 시대 노론의 집안에서 태어나 얼마든지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순수한 학문의 길을 선택하여 기호학파의 대표적인 유학자 김원행 아래에서 수학하였다. 그의 관심 사항은 유학은 물론 천문학·수학·역산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리고 천문 기구에도 관심이 많아 천문 기구를 제작하여, 정원에 설치해놓기도 하였다. 단순한 책상물림이 아닌 것이다.
그는 서른다섯의 나이로 중국 땅을 밟는다. 연행 사절의 일원으로 북경에 갔는데, 이때 북경 유리창에서 만난 항주의 선비들과 우정을 나누고 또한 서양문물을 접하면서 서서히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탈바꿈되어갔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의산문답』은 홍대용이 중국 연행을 다녀온 후 쓴 책이다.
40대에 들어서 음직으로 관직에 나가 17개월 동안 세자익위사에서 시직(종 8품)으로 근무했다. 이때 세자의 경연에 나가 공부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 『계방일기』다. ‘계방’이란 그가 근무한 세자익위사를 말한다. 세자를 보필하는 기관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세자시강원이고 다른 하나는 홍대용이 일한 세자익위사이다. 세자시강원은 ‘춘방’, 세자익위사는 ‘계방’이라 부른다.
그에 대한 평가
시강원 한정유가 당시 동궁인 정조에게 홍대용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신이 홍시직을 잘 모르긴 하오나 유교 경전에 공부가 깊으며 과거 공부만 하는 선비는 아닌 줄로 아옵니다. (109쪽)
그처럼 홍대용은 과거 공부는 하지 않고, 실제 공부만 했기에 과거 시험은 보지 않았다.
그가 관직에 나간 것은 그의 가문 덕이었다. 음직으로 그는 벼슬을 했다.
먼저 『의산문답』은 어떤 책인가?
조선 시대의 책이다. 유학을 기본으로 한 선비, 실학자라고 해도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니, 이 책을 일단 『논어』나 『맹자』와 비슷한 편제로 되어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다. 잘 못 생각했다.
이 책은 소설이다. 대화체 소설이다. 게다가 다루고 있는 주제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유교 관련 사항이 아니다. 천문을 주제로 하여, 하늘과 우주를 다루고 있는 대화체 소설이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실옹과 허자라는 이름을 가진 두명의 인물인데, 실학자를 상징하는 ‘실옹’과 공리명분에만 치우친 ‘허자’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여 우주 천문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이런 내용들이 나온다. 당시에 이런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은하란 수많은 별 세계가 모여서 하나의 세계를 이룬 것으로, 우주 공간에서 두루 돌며 큰 고리를 이룬 것이다. 이 고리 안에 수만 개나 되는 별 세계가 있다. 태양계와 지구 등 여러 세계도 그 중의 하나일뿐 은하는 태허(우주 전체)에서 가장 큰 세계다. (48쪽)
이런 말을 듣고 허자라는 사람은 이런 고백을 한다.
저는 혼탁한 세계에서 태어나 사는 보잘것없은 사람으로 선생의 말씀을 듣고 비로소 태허 안에 이러한 뭇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53쪽)
또 다른 책 『계방일기』는 어떤 책, 어떤 내용이 있는가?
홍대용은 당시 세자익위사의 시직으로 근무했다. 종 8품직이다. 시직으로 근무하면서 때로는 세자의 공부에 참여하여 경연을 돕기도 했는데, 그 경연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 『계방일기』다.
그러니 홍대용으로 보면 근무일지가 되겠고, 세자 측으로 보면 공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기록을 보면 정조 (당시 세자)와의 경연이 어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 강론은 매우 좋았소. 상번은 논의할 주제를 끄집어냈고, 계방은 이를 부연해서 설명하였으며 하번은 총괄하여 매듭을 지었소. (216쪽)
이 책 『계방일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세자의 경연장에서 단순히 학문만 논한 것이 아니라, 마음 자세에 관하여도 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서 여기 기록된 내용중 심학(心學)에 관하여 읽어보면서 마음공부도 가능하다.
착한 마음을 붙들어놓는다는 뜻의 조존(操存) 두 글자는 예로부터 마음공부인 심학에서 가장 중요한 격언이었습니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조존 공부를 더하여 움직일 때나 고요히 있을 때나 한결같이 마음이 안정된 뒤라야 마음자리가 깨끗해지고 밝아져서 일의 처리가 이치에 맞게 될 것입니다. (214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에는 이런 부제가 뒤따른다.
<인간과 만물 간의 경계를 넘어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그 부제에는, 세상을 보는 눈이 좁디좁은 방안에서, 우물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경지에서 벗어나, 거기에다가 인간과 만물을 구분 짓지 말고 경계를 허물고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홍대용의 그 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은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지구가 자전하고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홍대용은 그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지전설, 즉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 지식을 조선 시대에 깨치고 있었던 홍대용의 저작 두 권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 실학자의 시대를 넘어서는 지혜와 경륜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