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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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이런 글이 필요하다.

흘러간 사건에 대한 이런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 해 본 적이 있다.

문득 떠오른 사건 하나몇 십년인지 몇 년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옛날에 일어난 사건이다.

사건 당시에는 벌떼 같이 달려들어 방안에 숟가락 몇 개인가 까지 보도하던 기자가 관심이 식었는지그 사건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지그 후속 진행이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데소식 한 자 올라오지 않는다분명 그 뒤로도 그 사건은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런 때 있다그런 궁금증을 이 책에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내가 찾던 사건의 후속은 아니지만분명 누군가의 궁금증 리스트에 들어있음직한 사건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궁금증을 나도 덩달아 가져보면서사건의 추이를 따라가 보았다.

어찌 보면 여기에 실린 사건들우리 역사의 보이지 않는 분야를 장식하고도 남을만 했고

그 누군가에게는 분명 큰 사건이기도 했을 것이다.

 

저자도 그런 사건이었음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그 시대에는 상당히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지금은 어느새 잊혀 거의 언급되지 않는 몇 가지 사건을 보기 좋게 정리해 본 것이다. (5)

 

저자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만난다그러니 책이 잘 들어온다.

비록 내가 그당시 관심없어 그냥 넘어간 사건이라 하더라도사건의 후일담을 이제 와서 전지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되니까 재미있게 읽혀지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있을까?

 

001 불타는 한국 최초의 방송국

002 소매치기 전성시대

003 어린이를 죽인 괴물

004 남대문 금은방 권총 강도와 영어 학원

005 경찰서에서 사기를 치다

006 도둑맞은 금관을 찾아라

007 쓰레기를 실은 워싱턴 메일호

008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009 명동의 보물을 찾아라

010 을지로의 폴터가이스트

011 우라늄과 이중간첩

012 일지매와 해당화단

013 풍마동을 훔치다

014 유령이 탄 자동차

015 충무로에 울려 퍼진 총소리

 

모두 15개의 사건이 들어있다읽어보자.

 

정치적인 사건들도 있다.

 

이 사건 중에 우선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는데일곱 번째 사건인 <쓰레기를 실은 워싱턴 메일호>가 그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생략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길기까지 한데저자의 촉수에 이런 것들이 걸려들었다.

 

<동아일보> 1월 11일자 기사에 보면전직 고위 공무원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되었다는 내용이 있다그 공무원은 놀랍게도 중앙정보부 직원이었다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사건은 단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연이어서 방첩대가 등장한다방첩대가 중앙정보부를 공격하기 위하여 중앙정보부가 관련된 사건임을 알렸다는 것이다그렇게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이런 사건 지금껏 실체가 밝혀진 것 없으니그야말로 미스터리 사건이다이 글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러니 어마어마한 두 기관의 실체에 관한 무수한 많은 이야기 속에 148톤의 가짜 나이론 가방 같은 사건은 그저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잊힌 듯하다. (133)

 

현대 보이스 피싱의 원조격인 사건

 

<경찰서에서 사기를 치다>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건이다.

수표를 들고와 은행에서 현금으로 찾아가는 여직원을 쫓아가경찰에서 조사할 게 있다며 경찰서로 끌고간 다음에 사무실에 들어가 태연히 수갑을 채우고현금을 조사할 게 있다며 들고 사라진 사건그 범인은 경찰이 물론 아니었다.

 

그 여직원은 경찰에서 나왔다니까 그저 아무런 의심없이 경찰서로 따라가 사무실에 가 앉았고 경찰이라 하니까 들고있던 돈을 건넸다다른 사무실로 갔던 것으로 알고 있던 그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근무중인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사기를 당한 것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런 수법이 요즘 성행하는 보이스 피싱의 원조격이 아닌가 싶다경찰이라 하니까 아무런 의심없이 돈을 건네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게 너무 흡사한 수법이다그러니 그런 사기가 형태만 바뀌었을뿐 계속 된다는 것명심해 두자.

 

이런 자료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까?

 

맨 마지막 사건인 <충무로에 울려퍼진 총소리>를 살펴보자.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강세희 사장이 1964년 12월 26일 부인과 함께 극장에 다녀오는 길에 권총 습격을 당했다.

 

그 사건의 실체는 뜻밖에도 태흥영화사 대표이며 한국영화제작자협회 회장 이태원의 회고록에서 밝혀진다이태원 대표는 <중앙일보>에 자신의 회고록을 연재한 바 있는데거기에 그 사건의 전모가 들어있던 것이다.

 

그 내용을 여기 일일이 옮길 수 없다다만 저자가 어떻게 그런 자료를 얻게 되었는지강세희 사장의 피습 사건과 이태원 회장의 회고록을 어떻게 연결시켜미스터리 사건에 포함시켜 글을 쓰게 되었는지정말 놀라울 수밖에 없다.

 

다른 항목에서도 마찬가지지만그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구하며그것들을 종으로 횡으로 연결하여 사건들을 정리할 수 있었는지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는 사기라 한다.

2014년까지만 해도 범죄의 종류중 절도가 가장 비중이 높았으나, 2015년부터 사기의 비중이 커지지 시작했다그러니 더욱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사기에 속지말자!

 

속아도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그런 범죄의 대상이 되면 설령 나중에 되찾는다 할지라도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할 것인가게다가 그런 사건 미제로 끝나는 사건들이 더 많으니나중 나중에 이런 책 <미스터리 사건>에 명단 올리지 않도록 그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면서 건넌다는 심정으로 살면서 결코 그들에게 속아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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