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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오류의 세계사 - 딱딱한 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역사 기행
소피 스털링 외 지음 / 탐나는책 / 2023년 5월
평점 :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
책 제목이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인 것을 보니 역사책이다.
그런데 그 표지에 쓰여진 글은 조금 뉴앙스가 다르다.
<딱딱한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역사 기행이>니. 세계사가 어쩌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실수와 오류가 있는 부분을 챶아나선댜는 말이다.
그러니 맨 처음에 제목을 보고 생각했던, 실수와 오류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다는 그런 책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으로 몇 개 들어보자면 이런 것들이다.
첫 번째 이야기 제목이 이것이다. <낚시를 하러 나간 문지기> (11쪽)
현재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의 역사 한토막이다.
1453년에 당시 콘스탄티노플이 수도였던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게 멸망당하는데, 그 원인이 황당하다. 성을 둘러싸고 있던 오스만 제국이 그 성을 함락시킬 것이라는 희망이 별로 없었는데 군사가 그 성문 하나 빗장이 열려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그 문으로 처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문을 지키던 문지기는 왜 빗장을 잠그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여기서 책의 저자가 그 이유를 밝혀줄 줄 알았다. 또 그 이야기의 타이틀이 <낚시를 하러 나간 문지기>였으니 당연히 그런 사실이 있었는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지기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고리를 붙잡고 잠이 들었나? 경치 좋은 항구로 낚시라도 떠났던 것일까? 갑자기 건망증이라도 생겼나? 누가 알겠는가. 확실한 것은 그도 도시처럼 모가지가 날아갔다는 것이다. 헤헤. (11쪽)
그러니 저자도 그 이유는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목을 그렇게 달아놓은 것은? 분명 낚시질(?)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성문이 열려있는 바람에 비잔틴 제국이 망했다는 것은 사실이고 문지기의 실수가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 역시 사실이다.
그밖에 어떤 글들이 있나 살펴보자.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실수와 기괴함 사이
미신
의학적 치료와 돌팔이 의사, 그리고 미치광이
놀랍고도 익살스러운 발명품들
고통과 죽음은 아름다움
희한한 직업들
이중 <미신>에 대한 이런 글은 새겨보도록 하자.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생각해낸 미신을 모두 담기에는 이 세상의 종이가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아마도 지난 100년간으로 한정해도 모자랄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다 적어 놓으려 한다 해도, 가장 극심한 논란에서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것까지 각기 다른 변주가 너무 많아서, 아마 여러분은 이 책을 얼른 방 건너편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민속은 문화와 시대, 심지어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어떤 지역에서 확고했던 믿음이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90쪽)
특히 인용한 부분 마지막 문장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민속은 문화와 시대, 심지어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어떤 지역에서 확고했던 믿음이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을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과오가 있었다. 우리 민족이 대대로 지녀왔던 민속 신앙이 (선진국이라는) 외국인의 눈에 미신으로 보여, 배척당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각 항목별로 말그대로 희한한 일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것들이다.
영국에는 이런 법도 있었다.
왕족 먼저 : 영국에는 해안으로 표류된 고래나 철갑상어를 반드시 현재 재위중인 군주에게 가장 먼저 바쳐야 한다는 법이 있다. 이법은 1322년 시행되었다. (77쪽)
이 법을 『모비 딕』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물론 지금은 없어진 법이겠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진짜 오류다.
싱가포르에는 껌을 파는 것이 불법이다. 껌을 팔면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과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껌을 씹는 것 또는 치료용 목적이라는 것을 중명하지 않으면 말이다. (77쪽)
여기에서 10만 달러 벌금이라고 한 것은 잘못 된 것이다. 1,000 달러가 맞다.
신발 미신과 관련해 벤 존슨의 이런 시가 있다.
벤 존슨은 영국의 극작가이며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인물이다.
내 뒤에서 신발을 던져다오.
내가 무엇을 하든 기쁨이 넘치리. (92쪽)
수혈을 시도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그때 의사들은 혈액 대신 다른 대체재를 찾아 수형을 시도했는데, 그건 바로 우유였다. 소젖이 주로 쓰이다가 염소젖도 사용했고, 심지어는 사람의 모유도 썼다, 그러다가 결국 1884년애 그런 실험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했다. (173쪽)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에티오피아의 황제였던 메넬리크 2세는 몸이 조금 안 좋다고 느낄 때마다 성서를 찢어서 먹었다고 알려졌다. ........어느 시점에서는 효과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오랫동안 성서를 먹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그냥 섬유질이 필요했는지도. 그의 소소한 습관은 1913년 정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중풍을 앓고 난 후, 그는 성서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나갔고, 급기야 책으로만 식단을 구성하여 먹기만을 고집했다. 그는 중풍에서 살아남았지만 장 폐색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주요 원인은 종이였다. (163쪽)
그래도 이런 말들은 실수가 아니나, 경구다.
포도나무에는 세 가지 포도가 열린다.
처음에는 쾌락이, 그다음에는 도취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역겨움이다.
- 아나카르시스 (기원전 6세기) (157쪽)
다시, 이 책은?
그래서 이 책은 다음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재미나는 대화를 위한 재미있는 일화를 공급받을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저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가끔씩 잘못된 상식에 매몰되어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니 이제 다시는 그런 짓을 벌이는 퇴행적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교훈, 실수로부터 배운다는 평범한 진리로 새길 수 있다.
그런 실수 또는 오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지혜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