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유럽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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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유럽

 

이 책은 딸네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파리와 런던 그리고 스위스의 루체른을 여행한 여행기이다이 책은 부모님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당신들의 유럽에서 당신은 부모님을 칭하는 존대 3인칭이다..

 

여행의 여정에서 부모님을 그리다.

 

딸네 부부에게 여행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대상은 부모님이다.

부모님을 모시고저자는 프랑스의 파리에서 영국의 런던으로그리고 스위스의 루체른과 알프스 마을을 다녔다그런 여행을 준비하면서 했던 이런 마음의 준비도 적어둘만 하다.

 

시차 적응 문제도 있고매일매일 그렇게 다니면 힘에 부치긴 하실 거야여유 있게 여행하려면 오전과 오후에 각각 일정 하나씩 잡는 게 최선인데.... 휴, 그래도 유럽까지 가서 하루에 일정을 두 개만 잡으면 너무 아깝잖아너무 볼게 없다고 실망하실 수도 있고.....(32)

 

딸네 부부의 딜레마가 피부로 와 닿는다.

 

사위 투어 오픈

 

그리고 실제 여행의 모든 경로에서 그런 딸을 아내로 둔 사위의 활약이 눈물겹다.

제일 압권은 걷기를 싫어하시는 장인을 위해 조금이라도 적게 걷게 하기 위해 애쓰다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던 중  차를 기둥에 박아 긁혀버린 사건(126)이다.

 

또 딸이니까 힘들다고 역정을 내는 아버지의 눈치를 보느라고 애쓰는 사위의 모습이 책을 다 읽고도 눈앞에 어른거린다사위로서의 나의 경험이 떠올라서일까?

 

한국 음식을 찾아다니느라여기저기 검색을 하며 쫓아다니는 모습 또한 빠질 수 없다.

 

왜 우리나라 사람은 해외여행을 가서조차 고추장을 찾는 것일까생각하던 내가 이 책을 보면서저자 부모님을 보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 날 점심으로 아빠는 또 한국 음식을 찾았고피커딜리 서커스 인근의 어느 한식당애서 돌솥비빔밥을 드셨다저녁으로는 또 호텔에서 전날 사둔 컵라면을 드시겠다고 했다이제야 고백하지만 사실 파리에서의 첫 점심도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있는 한식당이었다. (115)

 

딸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가?

 

여행하는 내내또 이 책을 쓰는 동안 수없이 부모님을 바라보다가 깨달았다내가 언제 나의 엄마와 아빠를 이렇게 열심히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자주계속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정이 깃든다. (8)

 

어릴 적에는 엄마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딸이 벌써 성장해서이제는 그 자리에 부모님을 두게 되어옛날 아빠가 딸을 바라보던 시선으로 이제 아빠를 바라보게 된 것잘 드러나는 글이다.

 

이 책의 가치와 의미는?

 

책을 펼치면 맨 앞에 이런 헌사가 보인다.

 

언제

우리가 당신들을

이토록 오래다정하게

바라보았던가요?

 

부모님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한 편의 시다.

저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유럽 여행그 기억이 점점 흐려지는 것이 아쉬워 더 잊기 전에 글로 적기로 했고흔한 여행 이야기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어 그림도 그려넣어 아기자기하게 책을 꾸며 펴냈다.

 

맞다요즘 해외여행 흔하다물론 코로나 이전에는 더 그랬지만이제 코로나가 물러가는 시점에서 더더욱 그럴 것이다그렇게 흔한 해외여행에 부모님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저자는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의미있게 갈무리했다

 

다시이 책은?

 

여기이 순간에 함께 있어서 나는 엄마와 아빠를 그윽하게 감싸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이날의 햇살과 바람그리고 엄마 아빠의 주름 사이로 번지는 웃음까지도 두고두고오래오래. (71)

 

이 글을 읽으려니 울컥하는 심정이 된다.

딸과 아빠엄마세대를 이어가는 그 시간에 그냥 스처 지나가버릴뻔한 그 순간을 그대로 포착해서 보존해 놓은 구절이다.

 

나도 부모를 보며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이제 언젠가는 나의 아이들도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 아닌가시간은 사람들을 그렇게 스처지나가며 그런 광경놓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문장이 책잘 갈무리된 한편의 여행기이며 부모에게 바치는 헌사가 되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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