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 다른 세대, 공감과 소통의 책·책·책
옥영경.류옥하다 지음 / 한울림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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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책을 읽어오면서 나름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기준을 몇가지 세워보았다.

그중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그중 몇 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하나그 책이 좋은 다른 좋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가?

그 책이 단순한 사실의 전달지식의 전달 차원을 넘어 생각할 거리를 주는가?

그런 것 외에 글쓰기가 무언가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 있는가?

저자로부터 무언가 질문을 받고또 무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게 있는가?

 

이 책은 그런 항목에 해당되는 책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좋은 책의 의미를 새겨보게도 된다.

 

마크 트웨인은 좋은 책이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했다.

좋은 책특히나 오래도록 읽힌 고전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읽어도 우리에게 생각을 하게 한다인생의 순간마다 그 시기를 꿰뚫는 문장과 구절들이 있다삶의 경험이 축적되어 와 닿는 것이다생의 전환점마다 문학 작품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161)

 

이 문장은 나에게 좋은 책의 기준 하나를 더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고, 더 좋은 책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책은 어떤 게 있을까?

 

저자들 모자지간 이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다음과 같다,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만물은 서로 돕는다》 표트르 A. 크로포트킨 

사피엔스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1984》 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좁은 회랑》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엘리트 세습》 대니얼 마코비츠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거기에 더하여 그책을 소개하기 위해 소개하는 책들이 있다.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80)

 

닐 포스트먼 죽도록 즐기기》 (91)

이 책에서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데그 책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다고마운 일이다.

 

<손님들의 나라 가죽신 장수이야기의 결말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손님들의 나라 가죽신 장수>는 언젠가 읽었던 <꽃신이라는 우화 동화를 변형한 듯하다맨발로 다니던 동물들이 원숭이가 처음엔 거저 주었던 꽃신을 신고 다니다가 점점 그 편리함에 빠져들어 나중에는 꽃신을 돈을 주고 사야했다는 이야기였는데저자는 그 이야기를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에 적용하여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손님들의 나라이야기를 여기 다 옮길 수 없어 아쉽다독자들이 직접 19쪽 이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다.)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던 생산과 소비가 점점 더 먼곳의 생산물에 의존하게 되었다. (21)

그래서 내 주위 세계를 주체적으로 바꾸던 사람들이 삶의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2)

 

저자가 전해주는 <손님들의 나라>의 결말은 이렇다.(30) 

이제 손님들의 나라는 낯선 나그네를 무조건 환대하지 않는다밥을 먹이고 재워 주되나그네가 이곳의 질서와 삶의 양식평화와 문화를 파괴하지 않는지 마을 사람들 모두 깨어 있기로 했다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이 결말을 언급하는 이 문장은 단순히 <손님들의 나라>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우리 자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그리고 나라에까지 그 적용의 범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그래서 이런 통찰을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에 이 책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무엇이 그대를 일어나게 해?”

궁금하다사람들이 어떻게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여는지. (105)

 

이런 질문 받아본 적이?

당연하게 없다이런 질문 받아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필두로 쏟아내는 질문정신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힘은 무엇인가?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나아가는 비결신앙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런 질문들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제 교육은 범세계화되었다.

이제 서울이나 지방이나 외국이나모두 같은 교육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과거보다 인류의 지식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고학자들은 인류 종의 진정한 진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교육은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만들었고좁은 범위의 전문가를 만들었다학문을 넘어 새롭게 융합하고 통섭할 수 있도록 사고하고전반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은 갈수록 감퇴하고 있다. (24)

 

그 다음 말은 정말 뼈에 새겨두자.

 

이웃과 공동체자연과 공존하는 방법 대신 공격적인 시장주의적 사상이 모든 학문에 침투했다그것은 우리에게 유한한 것을 무한하게 소비하도록 가르친다어쩌면 당연하게도 무한한 것은 상품화되었다공기와 물이 그렇다. (24)

 

혁명은 단순히 지배자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인간성 발전을 오랫동안 저해한 모든 폭력의 폐지다. (47) : 크로포트킨 

 

다른 세계를 보려면 다른 눈이 필요하다그것은 범주를 부술 때 만날 수 있다. (112)

 

다시이 책은?

 

좁은 회랑절반을 넘기면 속도가 붙는다저자의 말법에 익숙해지고 앞의 내용이 축적되고 나면 그야말로 단숨에 읽힌다책은 두껍지만 두껍지 않다. (119)

 

이 말을 이 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절반이 아니라초반 몇 페이지만 넘어가면 그야말로 단숨에 읽힌다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잠겨 생각하는 시간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그래서 내용이 풍성하고 생각할 게 많아도, 더 있으면 하는 바람이 책이 끝머리로 가면서 부쩍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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