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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평점 :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의 의미는?
고흐가 죽은 후, 고흐가 남긴 물건을 정리하는 가운데 주머니에서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이 나왔다.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269쪽)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림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그건 정말이다. 고흐는 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고흐의 일생이 이 책에 담겨있다.
고흐의 생애 요약
‘그래, 내 그림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지자. 힘겨운 실상을 그림으로 그리자. 한 장의 그림이 천 마디의 설교보다 더 감동이지. 그림을 본 사람들이 고흐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게 하자.’
고흐는 이 결심을 파리 구필 화랑에서 그림을 판매하던 테오에게 알렸고, 테오도 기뻐하며 형이 좋은 화가가 되도록 최대한 후원하겠다고 약속했다. (31쪽)
37세까지 그흐의 화가 인생 10년의 드라마다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에 유화 900여 점과 드로잉 1,100여 작품을 완성했으며, 기적같이 딱 한 작품만 팔았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고흐의 작품이 훗날 역사상 최고가를 형성할 줄을……. (30쪽)
이 책의 특징은?
고흐에 관해 정리할 게 많다.
고흐와 함께 듣는 쇼팽의 <야상곡>
그간 고흐의 생애를 읽어오면서, 아쉬운 게 있었다.
가셰 박사의 딸 마르그리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그린 고흐, 그런데 그 피아노 곡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간 내가 읽어온 고흐 관련 책에는 곡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드디어 알아냈다. 그 곡이 어떤 것인지.
고흐는 가셰 박사 집을 찾아가 연분홍 드레스를 입은 마르그리트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다.
마르그리트는 먼저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연주하더니 연이어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했다. 건반 위 마르그리트의 손놀림이 유연하고, 자신이 치는 피아노 음에 심취한 표졍이다. (239쪽)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이 조르주 상드를 그리며 작곡한 곡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 상드는 결핵을 앓던 쇼팽을 데리고 파리를 떠나 따뜻한 지중해 섬 마조르카로 갔다. 하루는 쇼팽이 기침을 해서 상드가 약을 구하러 외출했는데, 어느덧 날은 저물고 비바람만 거셌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쇼팽은 아제나저제나 상드가 돌아올까 노심초사하다가, 피아노 의자에 앉아 <빗방울 전주곡>을 즉흥적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240쪽)
참고로 <빗방울 전주곡>에 관한 다른 기록을 살펴보자.
곡의 초반에서 피아니스트가 일정한 박자로 치는 왼손의 음악을 잘 들어보세요. 툭툭 떨어지지 시작하는 약한 빗줄기를 묘사하는 듯하죠. 곡의 중반으로 갈수록 음량이 고조됩니다. 어두워지는 하늘, 거세지는 빗줄기, 쇼팽이 당시 느꼈던 외로움, 연인에 대한 걱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합니다.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53쪽)
영화 <러빙 빈센트>에 의하면, 마르그리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그녀의 침실에는 고흐가 그려준 그녀의 피아노 치는 그림이 걸려있었다고 한다.
고흐의 마지막 자화상
http://blog.yes24.com/document/17461736
고갱과 고흐가 그린 같은 인물 다른 인상
http://blog.yes24.com/document/17461577
아를의 카페, 드라가르의 마리 지누 부인
http://blog.yes24.com/document/17461540
고흐의 철학하는 구두 한 켤레
http://blog.yes24.com/document/17461411
이밖에도 고흐에 대해, 고흐와 관련있는 인물들, 자세하게 기록해 놓아서 정리할 게 많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고흐의 그림을 보면 후반기로 갈수록 중요 부분에 유화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이 돋보인다. 이 기법은 이미 렘브란트, 루벤스 등도 사용했는데 고흐가 더 극적으로 활용했다. 원색의 물감을 빛이 닿는 부분에 덧칠해주면 실제 사물처럼 역동성이 두드러질 뿐 아니라 화면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200쪽)
고흐의 그림을 본 테오는 깜짝 놀랐다.
형의 그림은 항상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보고 있노라면 나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현기증이 날 정도다. (201쪽)
다시. 이 책은?
고흐의 생애와 그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고흐의 삶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그의 작품이 어떤 것이 있나, 그 그림은 언제 어떻게 그려졌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지금껏 고흐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는데, 다른 책들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과감하게 편지 부분을 걷어내고 그의 삶에 온전히 집중한다. 그런 삶의 시기에 어떤 그림이 그려졌나를 온전히 살피고 있다. 어쩌면 동생 테오의 모습이 어른거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