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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오현세 지음 / 달콤한책 / 2022년 12월
평점 :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출가외인’을 한자로 쓰라면, 난 이렇게 썼을 것이다.
出家外人
내가 쓴 답은 맞는 것일까?
아니다. 틀렸다. 출가외인은 그게 아니고 이렇게 쓰는 게 맞다. 出嫁外人 (41쪽)
출가가 그냥 가출한 것이 아니라 시집을 간 것이기 때문에 출가(出家)가 아니라 출가(出嫁)다. 이런 것, 바르게 알게 된 것만해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여자(女子)라는 존재를 저자는 한자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출가하다의 가(嫁)는 시집을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떠넘긴다는 뜻도 있다.
시집을 보내는 측에서 보면 떠넘긴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가’ 할 때 역시 이 글자 가(嫁)를 써서 이렇게 쓴다. 전가(轉嫁)
이것 하나 더 기록해둔다.
어미 모(母)자가 들어간 한자 중 독이란 글자가 있다. 독(毒).
어미 모(母)가 들어간 한자 중 독(毒)이란 글자가 유독 나쁜 의미다. 왜 나쁜 의미의 글자에 어미 모(母)가 들어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독(毒)자의 고문을 찾아내어 그게 착각에 의한 것임을 밝혀놓았다. (29쪽)

위는 나아갈 출(出)이고, 아래는 뱀(즉 충)이다.
불행하게도 아래 뱀 충(?)을 어미 母로 착각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충(?)이 아예 모(母)로 탈바꿈해서 독(毒)이 된 것이다.
한자 벌레 충이 여기 표기되지 않음을 양해해주시라.
그렇게 여(女)자에 대한 한자 풀이로 이 책은 시작하여 다음과 같이 여자의 모습을 추적한다.
1. 여자
2. 여자의 위상
3. 여자의 성정
4. 여자의 조건
5. 여자는 아름답다
6. 여자는 추하다
이 모든 항목에서 저자는 여(女) 부수가 있는 한자를 총망라하여 살펴보고 있다.
<2. 여자의 위상>에서는
왕의 여자 - 후(后), 비(妃), 희(姬), 비(비), 부인(婦人), 빈(嬪), 세부(世婦), 어처(御妻), 폐(폐)
※ 한자가 요즘 한자어로 나오지 않는 글자가 많다.
노예
노(奴, 노), 비(婢), 노(?), 나(나), 노(怒)
<3. 여자의 성정>에서는
<4. 여자의 조건>
<5. 여자는 아름답다>
여(女) 부수가 들어가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한자를 살펴보자.

아름다울 미(美)
사람들은 미(美)자를 양 양(羊)과 클 대(大)가 합해진 글자로 알고 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여(女)자가 숨어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미의 전서와 양의 전서, 그리고 해서를 살펴보면 똑같다. 흡사하다. (287쪽)
<6. 여자는 추하다>
여(女) 부수가 들어가 추함을 나타내는 한자를 살펴보자.
322쪽 이하 참조
더러운 여자 (333쪽)
여(여= 月 + 女) (생선, 고기가) 썩을 여
암(암= 女 + 音) 깨끗하지 못할 암
기(?) 더럽게 여길 기
남자, 여자를 분류하다.
재미있는 발언이 있어 소개한다.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남자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로 구분합니다. (25쪽)
남자는 여자를 세 종류로 구별한다. 예쁜 여자와 관심 없는 여자, 그리고 추한 여자. (322쪽)
다시, 이 책은?
한자 여(女)자를 알고난 후 이렇게 한꺼번에 여(女) 부수가 들어간 글자를 새겨보기는 처음이다. 여(女) 부수가 들어가 이렇게 다양하게 뜻이 변주되어 그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실로 표의 문자(表意文字)인 한자만의 특징이 아닐까.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 책의 제목을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라고 했을까?
바로 여기 여자(女子)는 원래 나쁜 것이라 낙인을 찍었다는 것인데. 그런 해석이 나로선 불편하다.
그래서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라는 제목에서 ‘여자’를 女子가 아니라 女字로 읽고 싶다. 여자(女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다만 여(女) 자(字)라는 글자 때문에 낙인이 찍힌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