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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평점 :
AI 지도책
『AI 지도책』
제목이 『AI 지도책』 인데, ‘AI’와 ‘지도책’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관계이기에 그 두 개의 개념이 나란히 함께 하게 되었을까?
지도책이니까 현재 AI가 진행되고 있는 현황, 혹은 AI가 발전하고 있는 국가, 도시들을 보여주면서 그런 현황을 지도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라는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 책의 내용은 그게 아니다.
이런 내용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1 지구 / AI를 위한 채굴
2 노동 / 작업장 AI의 과거 역사
3 데이터 /기계에 보는 법 훈련시키기
4 분류 /순환 논증 체계
5 감정 /감정 예언자 : 감정이 돈이 될 때
6 국가 /제3차 상쇄 전략
그런데 그런 항목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의 장소를 다녀봐야 한다.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
아마존 창고와
시카고의 도축장,
데이터 센터,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파푸아뉴기니의 산악 마을,
스노든 자료실,
텍사스 서부의 로켓 기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저자는 그런 곳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이게 바로 이 책의 내용이고 목적이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장 지구>에서는 :
이 책에서 저자는 인공지능 산업을 ‘추출 산업’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추출’은 자원과 에너지의 추출을 뜻하기도 하고 노동력과 데이터의 추출을 뜻하기도 한다. (294쪽) 그래서 AI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광물자원, 값싼 노동력, 대규모 데이터를 추출해야 한다.
이 일이 벌어지는 현장을 관찰하기 위해 저자는 AI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장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 네바다의 리튬 광산이다. (35쪽)
마침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니, <포스코 인수한 아르헨 리튬 호수> 관련 기사가 보인다.
그렇게 AI에 대한 관심이, AI 제작에 필요한 리튬에 대한 관심이 여기저기서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장 노동>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인간이 로봇으로 대체될 것인가를 논쟁하기보다는 감시, 알고리즘적 평가, 시간 조정이 증가함에 따라 작업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71쪽)
좀더 알아보자.
이제 고용주는 공장을 직접 둘러보지 않고도 노동력을 감시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출입증을 긁거나 전자시계에 부착된 판독기에 지문을 갖다 대어 근무시간을 기록한다. 그들의 앞에 놓인 시한장치는 현재 작업을 끝마쳐야 하는 시간을 분이나 초 단위로 표시한다. 노동자의 몸에 달린 센서들은 체온, 동료와의 물리적 거리, 할당 업무 대신 웹사이트 탐색에 쓰는 시간 등을 끊임없이 보고한다. (93쪽)
<5 감정>에 다하여 :
이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1967년, 파푸아뉴기니 산악 고원 지대의 외딴 초소에 폴 에크먼이라는 젊은 미국인 심리학자가 한 묶음의 플래시카드와 새로운 이론을 가지고 도착했다. (181쪽)
폴 에크먼은 '자연적이고 선천적이고 문화를 아우르고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소수의 보편적 감정을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그곳에 간 것이다.
그래서 이 장은 이렇게 흘러간다.
자동 감정 탐지 시스템은 현재 널리 도입되고 있으며 채용 분야에서 특히 활발하게 쓰인다. 휴먼(Human)이라는 런던의 스타트업은 감정 인식을 이용하여 입사 지원자의 동영상 면접을 분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입사 희망자의 감정 표현을 포착하여 성격 특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다음에야 정직성이나 업무 열정 같은 성격 특질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184-185쪽)
다시, 이 책은?
이상 살펴본 것처럼, 이 책은 다른 AI 관련 책과는 결이 다르다.
다른 AI 관련 책들은 AI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으며, AI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측면에 초점이 있고, AI의 기술적인 면, 미래에 인간과 AI의 공존 문제에 착안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런 미래가 되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대신 이렇게 AI에 접근한다.
AI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실제 어떤 일들이 AI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AI 때문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AI 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AI 과연 이대로 좋은가,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려온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지도책'은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 바로 이것이 AI 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