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독법,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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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파리에 도착한다.

여장을 푼 다음에 할 일은가보고 싶은 곳 1순위는?

파리에 가면 어디 볼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그중에서도 꼭 보고 와야 할 곳은?

 

당연히 루브르 박물관이다.

그래서 루브르에 간다들어서면 무엇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흔히들 <모나리자>를 먼저 본다는데저자는 다른 그림을 먼저 보았다.

바로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상>이다더 정확하게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안내해준 직원은 이렇게 조언했단다.

앞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보아라.”

저자는 말하길그 직원 덕분에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받았다고 한다. (6)

 

어떤 선물일까아쉽게도 저자는 정작 그 그림을 설명하면서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별수 없다우리들 혹시 그 그림 앞에 서게 되면가보자한 발 더 가까이 가보자.

 

이 책은 그렇게 루브르에 걸린 그림을 중심으로인문학자는 어떤 시각으로 그림을 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그러니 차분하게 루브르 구경한다 셈 치고 제대로 읽어보기로 하자.

 

어떤 작품을 둘러볼까?

 

루브르 박물관도 분명 전시하는 데 체계적인 규칙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규칙이 이 책에도 있다다음과 같이 분류해 놓았다.

 

Chapter 1.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

Chapter 2. 역사를 비춘 미술

Chapter 3. 예술을 비춘 미술

Chapter 4. 인간을 비춘 미술

 

저자의 설명 루브르의 설명

 

이 책에는 저자의 설명도 있지만더해서 루브르 박물관 측의 설명도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을 저자가 편집하는데 있어 들여쓰기로 표기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이 루브르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루브르는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이 조각상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녀가 키스하는 순간을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프시케가 큐피드를 안으려고 벌리는 두 팔이 그리는 곡선은 사람의 심장 모양으로 부드럽게 둘러싸 정점을 이룬다.” (22)

 

들여쓰기 한 부분이 루브르의 설명이라고 말한 부분은 이것 외에도 여러 군데 있다.

 

루브르는 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28)

루브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74)

루브르의 설명을 듣고 그림을 다시 보니 (79)

루브르의 설명은, (83)

 

이렇게 루브르가 소개한 내용을 전해주고 있는데루브르 박물관이 어떤 방법으로 그런 설명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을그게 아쉽다.

루브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인지아니면 작품(옆이나 아래에)에 붙어있는 해설인지?

 

다 빈치가 애지중지했던 미완성 작품

 

<성안나와 함께 있는 마리아와 예수>가 바로 그 작품이다.

다 빈치는 이 작품을 비록 미완성이지만 항상 가지고 다녔다노년에 이르러 프랑스로 이주할 때에도 이 작품을 가지고 갔다. (112)

결국 다 빈치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지만프랑스에서는 이 작품을 프랑스 왕실의 컬렉션에 포함시켜 루브르에 전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그림으로 읽기

 

이 책에는 셰익스피어 작품 2개가 그림으로 소개되고 있다.

 

리처드 3와 맥베스그림으로 읽어본다,

 

폴 들라로슈가 그린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 (130쪽 이하)


 

 

이에 대한 루브르의 설명은 이렇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희곡 리처드 3에서 영국 왕실의 역사 중 가장 참혹한 에피소드 가운데 한 장면을 사람들에게 환기시켰다. 1483년 에드워드 4세가 죽은 뒤 그의 두 아들이 런던탑에 갇혀있다가 삼촌인 리처드 3세의 명령으로 목이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은 이 그림 속에서 두 소년의 두려움과 걱정을 읽어냈는가큰아들인 에드워드 5세는 당시 열 세 살동생 리처드는 아홉 살이었다동생은 책 읽기를 멈추고 형에게 기댄 채 바깥을 주시하고 있다.” 

두 소년의 개가 문을 바라보고 짖고 있는 듯 보인다이 개는 두 소년을 향한 충성심을 상징한다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개는 귀를 세우고 떨면서 큰 소리로 짖고 있다개는 암살자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이제 비극이 일어날 차례다.”

 

헨리 푸셀리가 그린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 (394쪽 이하)


 

이에 대한 루브르의 설명은 이렇다.

 

노란색은 종종 광기와 관련이 있다따라서 푸셀리가 맥베스 부인이 노란색 긴 드레스 잠옷을 입은 모습을 그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노란색 때문에 그녀의 밝은 갈색 머릿결과 들고 있는 횃불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그림 속 주인공의 강렬한 존재감에 이어오른쪽 아래에 그려진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한쪽 구석에서 이 장면을 쳐다보며 숨어있는 그녀는 피해 있는 걸까아니면 몰래 엿보는 걸까불빛 아래 뭉개져 보이는 실루엣과 실체를 알아차리기 힘든 표정은그림 제목 그대로 몽유병을 묘사하는 듯하다.”

 

조각상을 기억하는 인문학적 방법

 

저자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조각상들의 특징을 한 가지씩 포착해서 기억해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히드리아누스의 흉상>의 경우에눈 부위에 집중하자.

이 작품에 대한 루브르의 해설대로, “찡그린 눈썹 아래 눈동자 부분에 파진 구멍을 포착해 이 흉상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다음에는 도대체 이 조각상이 무엇을 얘기하려는 거지?’라며 작품 앞에 서있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권한다. (171)

 

<자파의 페스트 격리소를 방문한 보나파르트>

 

이 그림은 앙투안 장 그로가 그렸다다비드가 가장 아끼던 제자이기도 하다,

장 그로는 몇 가지 조건이 붙은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그림으로그는 스물 다섯명의 응시자 중에서 뽑혔다.

 

페스트가 번지면서 정벌을 포기하고 돌아가야 했던 나폴레옹이 병사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전장을 찾은 것을 그린 것이다그림에서 나폴레옹은 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위로하는데화가는 그 모습을 마치 예수처럼 묘사했다. (174)

 

루브르에 있는 보티첼리의 작품 (266쪽 이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 보티첼리의 작품은 거의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루브르에도 한 점이 있다. <젊은 여인에게 선물을 내놓는 비너스와 삼미신>

 


 

 1863년 피렌체 근교의 어느 빌라에서 내부 공사 도중에 회칠한 벽을 뜯어내다가 발견한 그림으로고미술 상인인 바르디디가 그걸 구입했고, 11년 후에는 루브르에서 다시 구입하여 루브르에 전시한 작품이다.

 

로마신화 사랑의 신 비너스와 미의 세 여신이 건네는 천에 싸인 선물을 젊은 여인이 받고 있다이 사랑의 선물을 받는 여인의 오른쪽큐피드가 보인다짙은 색의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의 얼굴이 경직돼 있는 반면 비너스를 수행하는 3명의 여신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태도로 그려져 있다특히 맨 왼쪽 두 여신은 보티첼리식 아름다움의 절정이다.” (271)

 

루브르에서 찾아가려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가는 길은 다행히 몇 번의 길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따라서 가는 도중에 큰 계단에서는 <사모드라케의 니케승리의 여신조각을 보고오른쪽으로 돌아서 긴 복도로 들어서게 되는데그게 이탈리아 르네상스 컬랙션들이 전시된 방이다그 첫 번째 방에 이 그림이 있다.

 

 

그밖에 기록해 둘 것들

 

두 명의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

 

카라바조는 원래 이름이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이다해서 미켈란젤로라고 불리는 게 당연한 일인데그렇지 않고 카라바조라고 불린다그 이유는 이렇다.

 

이미 미술사에서 그보다 더 유명한 동명의 거장이 있었기에 스스로 카라바조라 불리길 원했다. (50)

 

막달라 마리아는?

 

화가들이 막달라 마리아를 여성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그린 데에는 그녀를 매춘부 혹은 간음하다 들킨 여인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는 성경의 기록과는 무관하고 어디까지나 세속적으로 전해진 속설뿐이다. (90)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저자가 정확히 짚어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여기 옮겨 적어둔다.

 

루브르를 제한된 시간 안에 보려면?

 

파리에 가있는 동안 온종일 루브르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니이정도 보고 오는 것을 저자가 제안한다아니 시간이 정말 없을 때 이정도는 꼭 보고 오라는 것이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

 

다시이 책은?

 

루브르를 갔다온 독자들은 알 것이다.

루브르를 몇 번씩이나 갔을지라도 거기 있는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 책의 가치는 그런 사실을 감안할 때더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그림을 그야말로 눈앞에서 볼 수 있거니와루브르 측의 해설과 그걸 보충하는 저자의 친절한 해석이 곁들여지니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러니 이 책곁에 두고 루브르를 제대로 감상해보자감상하는 중에 적어도 박물관 클로징 시간이라며 나가라는 독촉 방송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니까.

 

내 말이 빈말 아니라는 것저자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루브르를 제집 드나들 둣이 자주 찾아간다 해도이처럼 거대한 박물관에 소장된 예술 작품 중 몇 퍼센트나 제대로 알게 될까요거대한 루브르 안에서는 길을 잃고 헤매는 관람객들로 넘쳐나는데 말입니다. (170)

 

루브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작품 감상하는 것이 책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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