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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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그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덧입힌 소설이다해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신들이다물론 인간 세계를 배경으로 하기에 조연급으로는 인간들이 등장하기는 한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하의 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납치해 그의 왕비로 삼는다.

딸을 빼앗긴 데메테르는 제우스의 도움으로 겨우 딸을 되찾긴 했지만이미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지하 세계의 음식을 먹인 후였기에 일 년 중 삼분의 일은 딸과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신화에 의하면 그 기간동안은 지상 세계에 겨울이 온다는 것이다.

 

이 책을 재밌게 읽는 방법

 

첫째먼저 스토리에 집중하라.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신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그런데 신화에서는 거의 줄거리만 소개될 뿐이지 그 안에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이야기의 진행이 세세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저자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집어넣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줄거리의 전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둘째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깨알같은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하데스

페르세포네

데메테르

헤카테 마법의 여신 (11)

아도니스 (29)

고르곤 (37)

타나토스 (77)

키클로페스 (79)

타르타로스 (80)

사티로스 (113)

일리아스 (114)

스틱스 강 (119)

헤르메스 (122)

 

저자가 주인공 이외의 신들의 이름을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보자.

신화속의 역할과 소설 속의 역할을 비교해보면재미가 저절로 느껴진다. 

 

셋째이런 설정들을 신화를 상기하면서 읽어보자.

 

디오니소스가 출시한 와인은 몇 초만에 품절되었는데 (14)

 

디오니소스가 포도의 신술의 신인 것을 감안한다면이 문장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아프로디테의 쿠튀르 가운은 많은 이들이 탐을 냈는데 (14)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의 결혼에 대하여

통념과 달리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쪽은 헤파이스토스였다. (478)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이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하면 저자가 두 신의 관계를 전복시켜 놓은 게 유쾌하게 느껴진다.

 

그리스 신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의미있는 힌트들

 

아이도네이스

하데스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 자를 뜻하는 아이도네이스에서 유래했다고도 알려져 있다.(12)

하데스는 그 별칭이 싫었다인간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를 그렇게 불렀다. (468)

 

신들은 권력 때문에 결혼하는 거란다.

결혼한 신들 중에서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 이들은 없었고대신 대부분의 시간을 바람 피우거나 배신에 대한 복수를 하는 데 보냈다. (17)

 

이 소설의 구도

 

일단 처음부터 읽어본다.

서술자의 시점이 3인칭인데그 초점은 페르세포네에게 맞춰있다.

페르세포네의 시각으로 쓰여졌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편에 서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다 끝이 날 무렵에 하데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둠의 손길 하데스의 입장>

여기에서는 역시 3인칭 시점이지만 하데스 편에 서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런데 마치 소설의 처음처럼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그러니 보통의 소설이라면 <프롤로그>로 처리할 대목이 이 소설에서는 끝부분에 서술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목 아주 의미있게 읽힌다.

 

페르세포네의 시점 :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다리를 꼬았는데 바로 후회했다남자의 시선이 바로 그녀의 다리에 꽂혔다가 천천히 상체 쪽으로 훑어 올라오며 몸의 곡선을 낱낱이 잡아챘기 때문이다속에서 불이 화르륵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 시선이 그녀가 얼마나 공허함을 느끼는지빈 곳을 얼마나 채우고 싶어 하는지를 상기시켰다. (33)

 

하데스의 시점 :

그러자 그녀가 다리를 꼬았고그의 눈길은 그리로 향했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어주고 싶었다그녀가 음탕한 생각을 하고 있기를 바랐다그의 눈은 천천히 다시 그녀의 몸을 훑어 얼굴에 이르렀다. (476)

 

남녀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속마음이 비교되면서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참, 이 소설 야하다매우 야하다. 137쪽 참조!

 

다시이 책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로맨스 3부작은 이 책을 필두로 하여 계속 이어진다.

 

1, <어둠의 손길>

2편, <파멸의 손길>,

3편, <악의의 손길>

 

그리스 신화를 제법 읽었고또 이런 유의 로맨스 소설도 제법 읽은 편인데도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진행이 될지 알 수없어궁금해진다.

아니그들의 이야기에 어떤 이야기가 더 이어질지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로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그리스 신화가 상상력의 기초가 된다는 것그리스 신화는 사라진 신의 이야기가 아니라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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