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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나의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다시 읽는다.
니콜 르페라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를 다시 읽는다.
그 두 책을 다시 읽는데, 이번에는 작가 정여울의 목소리로 다시 읽는다.
저자는 그 책을 이런 방식으로 읽어준다.
<어린 왕자의 말>에서는 저자가 직접 생텍쥐페리의 책 『어린 왕자』를 번역하여 읽어준다.
그리고 정여울 작가 자신의 내면의 어린 아이인 조이(Joy)와 성인이 된 저자 루나(Luna)가 서로 새롭게 만나 대화를 하는 대화록.
그리고 저자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질문과 권유의 글.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텍쥐페리의 책 『어린 왕자』
책 읽는 사람 치고 『어린 왕자』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린 왕자』는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책이라, 이 책에서 『어린 왕자』만 따로 떼어 읽어도 좋을 것이다. 저자가 영문판 『어린 왕자』에서 직접 번역하였는지라, 『어린 왕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어 좋다.
조이(Joy)와 루나(Luna)의 대화록.
한 아이가 자리지 않은 채, 각 사람의 안에 살고 있다고 한다.
내면 아이, inner child다.
내 안에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또 하나의 아이가 있다.
육체적으로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라지 않는 내면의 아이가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을 전제로 하여, 저자는 성인 자아가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시도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보다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각각 이름을 붙여준다.
내면의 아이는 조이(Joy), 기쁨이라는 의미이고, 성인 자아는 슬프기에 달밤의 아이라는 뜻으로 루나(Luna)라 부르기로 한다.
이제 별개의 존재가 된 두 자아는 대화를 시도하는데, 거기에서 어릴 적 상처, 트라우마로 인해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들이 다 쏟아져 나오면서,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단, 여기서 내면의 아이는 그저 자라지 못한 철부지 아이가 아니다. 저자는 여기에 이런 해석도 덧붙인다.
내면아이는 내가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내 안의 소중한 잠재력이며,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이었다. (21쪽)
저자의 그런 대화록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감히 시도해보지 못한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는 느낌을 받았다. 나 스스로는 겸연쩍어서 나의 내면아이를 불러내지 못하고, 대신 저자의 내면아이를 통해 대리경험을 한 것이다.
이런 대화,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저마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어. 빛과 어둠의 비율이 다를 뿐이지. 너의 어둠도 어둡지만은 않고, 너의 빛도 밝지만은 않아. 한없이 순수한 어린 왕자도 소행성에 장미를 홀로 두고 온 슬픔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니 어둠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 안의 빛이 더욱 환하게 빛나도록 가끔은 그냥 내버려 둬." (90쪽)
추억은 항상 다른 빛깔로 채색되거든. 기억은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져. (99쪽)
언제쯤 꿈이 꺾이기 시작했어?
한 번에 꺾인 것은 아니고 차근차근, 아주 체계적으로 꺾였단다. (114쪽)
난 그게 안 되더라. 내 능력이 부족해서 뭐가 안 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
안 되는 걸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나아진 거야. (115쪽)
이 책, 『어린 왕자』 를 이해하기 위해
내면아이와 대화하면서, 저자는 어른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이런 묘사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왜 어른들은 정보와 지식은 우리보다 훨씬 많이 알면서도,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자꾸 잊는 걸까?
그래서 자기 안의 내면아이와 자주 대화를 나눠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자꾸만 어른들의 눈높이에서만 바라보게 되고, 어린 시절의 결핍과 잠재력을 잊어버리게 되거든. (130쪽)
이게 바로 『어린 왕자』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전제가 아닌가?
그래서 이런 동심으로 돌아갈 때에, 우리 영혼은 맑아질 것이다.
"어른들이 어린아이의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하루에 10분씩만 가져도, 영혼만은 늙지 않을 거야. 어린 왕자가 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남몰래 미소 지으면서 조종사를 바라볼 때, 그 어린 왕자가 영원히 늙지 않는 것처럼." (1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