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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다시 읽기 -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
안병억 지음 / 열대림 / 2022년 7월
평점 :
셜록 홈즈 다시 읽기
이 책은 <홈즈의 비밀을 푸는 12가지 키워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홈즈란 셜록 홈즈를 말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 가운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가 코난 도일의 작품 주인공이기에 이 책,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참고로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 작가는 애거사 크리스티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역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관문을 통과하였기에, 이 책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셜록 홈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애호가- 셜록키언 - 사이에는 ‘경전’으로 불린다.
다만, ‘경전’에서 제외하자는 작품이 있다.
코난 도일이 1916년 전선을 찾아 군인들을 격려하던 중 “전쟁 중에 홈즈는 조국을 위해 무슨 일을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군인들은 홈즈의 맹렬한 활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코난 도일은 “너무 늙어 봉사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실수임을 깨닫고 「마지막 인사」를 썼다. 이 단편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탐정에 대한 이야기다. (192쪽)
「마지막 인사」, 이 소설은 ‘경전’에 들어가지도 못할 거라는 셜록키언들의 혹평을 받았다. 과학적인 추리와 수사 능력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다. (193쪽)
이 책은 그런 경전을 이모저모로 분석하여 놓았는데, 그 분석하는 키워드가 다음의 12가지이다.
컨설팅 탐정, 과학수사, 천재성, 더시티, 정의, 신여성,
옥스브리지, 네트워크, 제국주의, 전쟁, 영국과 미국, 심령주의 .
홈즈에 대한 처음 평가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책이 나왔지만 원하던 만큼의 성공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서평은 앞으로의 성공을 예견한 듯 하다. (35쪽)
에드거 앨런 포 이후 나온 추리소설 가운데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는 기존 문헌의 탐정 수사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으며 관찰과 추론으로 범죄에 접근하는 진정한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대단히 예리한 서평이다. 홈즈는 그전과는 다른 탐정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후로 나오는 탐정들의 선구자가 되었다.
홈즈의 수사 영역 철학
홈즈는 관찰과 추론으로 범죄에 접근하는 진정한 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명백한 사실보다 더 기만적인 것은 없다. (50쪽)
지나치게 명확한 사실만큼 더 기만적인 것은 없다. (97쪽)
명백한 사실조차 의심하고, 감정을 배제한 채 오로지 현장 수사와 증거를 기초로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나간다. (53쪽)
그런 홈즈의 수사 철학은 그 모델이 있다. (26쪽 이하)
코난 도일이 에딘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때 스승이었던 조지프 벨 교수가 그 모델이다.
코난 도일은 홈즈로 대성공을 거둔 후에 벨 교수에게 편지를 썼다.
“홈즈는 추리력과 연역적 사고 면에서 교수님을 모델로 했습니다.”
벨 교수는 크게 기뻐했다.
코난 도일은 에든버러 의과대학에서 공부했다. 당시 의과대학에서 코난 도일의 스승이었던 조지프 벨 교수는 이처럼 환자를 처음 보고도 어디 출신이고 무슨 용건으로 왔는지를 정확하게 맞혔다. 셜록 홈즈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의뢰인이 찾아오면 어디에서 왔는지를 단번에 맞힌다. 그리고 왓슨에게 왜 이렇게 추리했는지 근거를 말한다. 의뢰인의 옷이나 신발에 묻은 흙, 지팡이 등을 보고 추론하는 것이다. 의뢰인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27쪽)
언어 영역에 강해야 탐정이다.
또한 홈즈는 언어 영역에도 강하다. 이런 예를 들 수 있다.
「주홍색 연구」
경찰은 벽에 새겨진 글자 ‘라케(Rache)’를 보고 ‘레이첼(Rachel)’이라는 여자를 찾아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43쪽)
그러나 홈즈는 라케(Rache)는 독일어로 ‘응징’을 뜻하는 단어라면서 살인자가 ‘응징’이라고 써놓은 메시지임을 경찰에게 알려준다. 아는 만큼만 사건이 보이는 법이다.
「독신 귀족」
미국의 부호 딸이 영국의 가난한 귀족과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 갑자기 신부가 사라져버린다.
신부가 한 말은? 신부는 jump a claim 이란 말을 남긴다. (214쪽)
jump a claim 란 ‘채굴권을 가로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미국의 광산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이 말을 알고 있는 홈즈는 신부가 자의로 사라진 것을 밝혀낸다.
홈즈는 죽었는가? 아직 살아있을까?
전세계 수백만 명의 팬들은 홈즈가 죽었다면 당연히 신문부고 기사가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게 없기 때문에 홈즈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몇몇 타블로이드 신문이 부고 기사를 내었다. (141쪽)
가십성 기사를 주로 쓴 신문들이 홈즈의 부고를 실었다.
<잉글리시 소사이어티>는 ‘홈즈 사망이라는 제목을 대문짝만 하게 뽑고는 폭포에서 모라이티와 함께 떨어지는 삽화를 실었다. (159쪽)
반면 애거사 크리스티의 탐정 에르퀼 포아르의 경우,
The New York Times August 6, 1975, Page 1에
Hercule Poirot Is Dead : Famed Belgian Detective 라는 부고 기사가 실렸다.
https://blog.naver.com/krjohn316/221485510489
홈즈는 그렇다치고 코난 도일은?
이 책에는 소설의 주인공인 셜록 홈즈를 주 대상으로 하여 다루고 있지만 홈즈를 세상에 내어놓은 작가 코난 도일에게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니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이 같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떤 경우는 작가인 코난 도일의 실제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영국판 드레퓌스 사건과 코난 도일이 뜻밖에도 심령학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영국판 드레퓌스 사건 (101쪽 참조)
심령학에 도취된 코난 도일 (226쪽 이하)
다시, 이 책은?
그간 셜록 홈즈를 읽는다고 읽어왔는데, 이 책을 보니 홈즈를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홈즈의 숙적인 모리아티 교수도, 그와의 싸움에도 홈즈가 죽었다고만 알고 있지, 그 전후의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못했으니, 정말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셜록 홈즈 다시 읽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이 책이 주는 각성 효과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주석 달린 셜록 홈즈』도 있던데, 그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책으로 홈즈를 더 한층 더 깊게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