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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강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에세이. 감성 에세이.
평이한 일상 어느 순간인가 감성이 우러나올 때
그 스며들 듯, 내 가슴 속을 파고드는 그런 감성을
적절한 언어로 가다듬고 싶고, 표현하고 싶을 때
이 책은 마치 나의 마음을 아는 듯, 읽어낸 듯, 읽고 있는 듯
그런 감성을 내 눈앞에 펼쳐보인다.
그래, 그래 이 마음이야, 이런 심정이었어, 하며
마치 목마른 사슴이 물을 만난 듯이 허겁지겁, 밑줄 긋다가, 소리 내어 읽다가
혼자 빙긋거리기도 하고, 때론 한숨 짓기도 하면서
읽어 볼 수 있는 글이 많다.
어떤 감성들이 적혀 있을까?
사랑의 기쁨과 슬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여있는 상처들,
그리고 삶에 대한 관조.
그런 감성, 감정이 흐르듯 가슴을 적시면, 이 책 펼쳐 읽어보도록 하자.
사랑을 하고 있다면, 이런 글
<포옹>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사랑을 배우지 못했으면 또 얼마나, 불행할 뻔 했느냐고. (36쪽)
이건 사랑에 대한 총체적인 정리, 한바탕 사랑이란 열병이 휩쓸고 있을 그 시점에
가슴 한 켠에 자그맣게 떠오르는 말풍선 속, 새겨놓은 글자다.
‘어쩔 뻔 했어?’
‘불행할 뻔 했느냐고?’ 혼잣말이다.
<지금>
마음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무너질 수 있다면,
나는 나에게, 그렇게 만든 눈앞의 그 사람을
지금 당장, 사랑하라고 말할 것이다. (13쪽)
마음의 경계,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그런데 그게 무너질 때 있다.
총 칼로도 막지 못하고 그 어떤 방해도 통하지 않는 허물어짐.
마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게, 그래서 내 마음이 송두리째 그쪽으로 넘어가는 게
바로 사랑이다.
<시간이 천천히>
당신과 나란히 앉아 해가 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볼 때면 생각해요.
세상이 이렇게 느린 속도로 흐르고 있었나, 하고.
당신은 알까요.
그런 날은 맞잡은 손가락 마디 마디로 흘러 들어오는 바람마저
느리게 움직이는 기분이라는 걸. (39쪽)
감각적이다. 손을 맞잡는다니 이건 두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 두 사람은 사랑의 단계중 하나를 건넜다.
그러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랑의 몇 가지 정의>
볼을 쓰다듬기 전 먼저 뺨을 손바닥에 가져다주는 것,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입꼬리가 함께 올라가는 것,
흑백사진을 찍어도 따뜻하게 출력되는 것. (55쪽)
역시 두 사람이 필요한 이야기다.
아니, 두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손 잡는 것보다 더 친밀한 사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글.
뺨과 눈, 그게 서로 따뜻해지는 순간이 온다.
<우선 단추 하나.>
그러니까, 단추를 한 개만 풀어서는 옷을 벗을 수 없잖아.
그런데 말이지, 옷을 벗으려면 우선 단추 한 개를 풀어야만 해.
그러니까 내 말은, 사랑에도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딱 한 걸음. (41쪽)
이런 글, 역시 의미 있다.
단, 단추 풀고 어쩌구 하는 말이 있으니 혹시 오해할 수 있다.
상대방에겐 말하지 말고 혼자만 새길 것.
<비밀 수업>
기대는 법을 잊은 것이 아니라
기대고 싶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155쪽)
이 말이 가슴에 차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계절이 지나갔을까?
삶에서 ‘기댄다’는 말이 주는 충만함과 기쁨을 알게 되기까지.
그래서 이런 글은 더 반갑다. 사랑하고 있으므로 반갑다.
사람과 사람 사이, 상처가 흐른다.
해서 이런 글, 읽으면 위로가 된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원래 누구나 자기 상처가 제일 아픈 법인데
조금씩 아프고 슬프고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 살아보는 거지.
그런 거지, 뭐. (206쪽)‘
상처입은 자신을 달래보는 다독임?
아니면 어쩔 수 없으니, 체념?
뭐 그런 건가?
다시, 이 책은?
이 책에 있는 글,
내 가슴을 후벼파거나
혹은 스며들거나.
이 책 글을 읽으면
당신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어떤 모습인지를
아예 모르거나 혹은 잘 알게 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