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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ㅣ 들시리즈 5
이보현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7월
평점 :
해외생활들
<꿈꾸는 인생>에서 발간한 < ~들 시리즈>다.
지금까지 <들시리즈>로 출판한 책 몇 권을 읽은 적이 있다.
『별자리들』
『냄새들』
이번에는 『해외생활들』이다.
‘들’이니까 해외생활을 여러 번 한 경험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렇다, 저자는 결혼하기 전부터 시작한 해외생활부터 결혼후에도 남편과 같이 여러 번의 해외생활을 했기에 그 경험들을 모아서 해외생활‘들’이라 한 것이다.
저자의 해외 생활 경험은 다음과 같다.
20대 초반 독일 유학생활
20대 후반 독일 연구소 생활
30대 초반 유럽 곳곳에서의 생활
30대 중반 결혼후 미국생활
그리고 귀국
해외 생활의 애환
해외 생활에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언어 문제가 그 첫 번째로 꼽힐 것이다.
저자도 언어 때문에 고생을 한 경험을 진솔하게 펼쳐놓고 있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언어 때문에 숱한 고생을 한 것은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언어를 익히는 나날들을 잘 기록해 놓고 있으니, 이 부분은 혹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참고가 될 만하다.
또한 이런 것들, 인종차별도 역시 문제가 된다.
저자는 생활비 때문이 아니라, 독일 현지에서의 인종차별 때문에 부득이 집에서 머리를 하게 된다. 저자의 남편이 이용하던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남편이 독어를 못알아듣는줄 알고 자기들끼리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을 남편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용실에 가기 싫어지고, 따라서 저자가 직접 남편 머리를 손질해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남편을 부엌 거울 앞에 앉히고 바리깡을 잡았다. (...........) 머리 층을 엉망으로 내는 바람에 남편 얼굴에 지붕 하나를 올려놓고야 말았다. (.......) 곧 연구소 동료의 칭찬에 남편은 뒷머리 상태를 알아챘다.
“와이프가 아주 똑똑한 걸. 널 못 생기게 만들었어. 하하하.”(64쪽)
이런 것은 유머로 알아듣자.
실제로는 유학 생활에서는 생활비를 아껴야 하기에 이런 일도 생긴다는 것, 이건 사실이다.
인터넷 불법 다운에 대하여 :
저자가 결혼 전에 남는 방을 한국인들에게 임대해 주었다가 낭패를 당한 이야기다. (103쪽 이하)
어느날 그 방에 살던 이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해결하자면 거액의 합의금이 필요했다. 그런 사실에 놀란 세입자들은 야반도주를 해버렸고, 저자가 그걸 해결하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불법 다운 로드는 아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서나 해외에서나.
과자 하나가 가져다주는 행복
이런 글 읽어보자.
한국에서 잘 먹지 않던 스낵들도 서너 달만 타국에 있으면 곧 그리운 고향의 맛으로 변한다. (85쪽)
그래서 저자의 친척들이 독일에 온다고 할 때, 부탁한 물건은 과자를 사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친척들이 가져온 과자를 특별한 날, 특히 외로운 날에 꺼내 먹었다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아껴가며.(85쪽)
해외 생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두 다는 아닐 테지만, 많은 와이프들이 종종 듣는 말은 “남편 따라 해외생활해서 좋겠다”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기회이고 특별한 경험인 건 맞다. 하지만 그걸 연구원 남편과 따라간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해피엔딩 스토리처럼 보아도 안 된다. 다른 언어와 문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밤마다 남편 몰래 눈물 흘리는 와이프들이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에 바로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적응했다 싶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모의 말에 방황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58~59쪽)
이건 일반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도 많이 있다.
지인중 한 명이 프랑스로 유학을 갔는데, 부인과 함께였다.
부인은 전업주부로 남편 유학을 소위 뒷바라지 하기 위해 같이 갔었는데, 남편은 공부하고 논문 쓰느라 하루종일 얼굴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집에 홀로 남은 이 부인, 언어의 장벽 때문에 그리고 성격 때문에 그 지역의 커뮤니티에 끼지 못하고 집에 홀로 있는 날이 점점 부담이 되고 힘들어지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부인은 중도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런 일도 있다.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늘 귀국 시기를 생각해 보게 된다. 비자가 만료되는 시기가 귀국일일 수도 있고, 학위 졸업식으로 귀국일을 짐작해 보기도 하고, 근로 계약서가 귀국 시기를 알려 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시기를 서류가 아닌 가족 소식으로 결정짓게 된다. (176쪽)
이 이야기는 한국에 있는 가족 중 누군가가 죽었을 때 문제가 된다.
해외 유학중에 부부중 누군가의 부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이다.
비자 때문에 부득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도, 또는 귀국했다가 돌아가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또한 힌국에서 일어난 일에 급하게 대응하느라 갑자기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수밖에 없어 뜻하지 않은 지출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깨알 같은 유머도 읽어보자.
저자가 유머 하나 소개하고 있는데, 옮겨 본다.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남편과 어떻게 해서든지 대화를 해보고 싶었던 부인, 어느날 남편이 쓰고 있던 논문을 읽어보게 된다. 그래서 그 날 저녁 이런 대화를 시도한다.
“도대체 ‘He’가 누구야, 논문에 자주 등장하던데, 아주 유명한 사람인가봐.”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배꼽을 쥐고 웃었다.
남편은 저온에서 헬륨(He)을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57쪽)
고등학교 때 배웠던 화학 과목 원소기호 하나 알아두고 가자.
‘He’는 헬륨이다.
다시, 이 책은?
저저가 이 책의 한계를 미리 밝혀 놓은 게 있다.
이 책은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의 이야기이다. 현지의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부족할 수 있다.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해외 생활의 기술적인 부분이 이미 일상화 되었기 때문이다.
이말 공감한다. 해외 같은 지역에 오래 살다보면 맨처음 왔을 때에는 새롭고 신기했던 것들이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까닭에 신기할 게 없어지고, 그래서 여행 정보 차원에서 적어둘 게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타지로 잠시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 다만 타국의 생활을 꿈꾸는 이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이방인 감정 관리법을 언급하고 있으니 생활자들에게는 다소 도움이 될 듯하다. (13쪽)
그런 문제들, 이미 위애서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