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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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산책

 

산책하는 사람이 보인다.

아는 사람이다작가다일본 작가 몇 명 아는 사람이 보인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나쓰메 소세끼다자이 오사무.

 

그런 일본작가들이 산책을 주제로 하여 쓴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일단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산책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 놓은 것이다.

수필이니만큼 그야말로 붓가는 대로 쓴 것인데산책을 주제로 했으니발가는 대로 쓴 것이다하여 읽기 편하다읽다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또한 산책의 방향도 다채로워서읽어가면서 얻는 게 많고 느끼는 게 많다.

먼저 산책을 집근처로 나간다동네 한 바퀴를 돌아가는 산책이다그런 글에 이어조금 더 멀리가는 산책이다그 다음엔 특히 자연을 마음에 두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더하여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낯선 거리에서즉 해외의 도시를 산책하는 것도 나온다,

 

그래서 내용이 단조롭지 않고 다채롭다는 것편집자의 수고가 돋보이는 편집이다.

 

이런 산책길 따라가보자.

 

봄날 햇볕을 쬐며 거리를 혼자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닌다. (11)

 

산책에 필요한 부사다어슬렁어슬렁.

 

꽤 걸었다발끝이 욱신거렸고 저녁때라 배가 고팠다음악학교 옆을 종종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29)

 

걷는데 필요한 의성어는뚜벅뚜벅이다이름하여 '뚜벅이'는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이다,

 

그렇게 작가들은 산책을 한다어떤 때 산책을 할까?

이런 때 산책을 한다.

 

예전에 나는 매우 한가로운 인간이었다어째서 그토록 한가했는지 생각해보니 해야만 하는 이런저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싶다게으름쟁이라 가끔 바쁜 일이 생기면 금세 지쳐버렸고그럴 때는 산책하러 나갔다. (41)

 

작가들에게는 산책하면서 드는 생각이 어떤가 살펴보자.

 

유럽이 햄릿에게 지진 끝에 돈키호테로 움직인다그러자 정신없는 일본인들이 그래 밝아져야 해라고 떠든다저쪽이 실내에 질려 밖으로 나간다그러자 이쪽에서 태양 아래 졸던 무리가 으하하 웃으며 기뻐한다. (59)

 

풀이야말로 내게는 '언어'다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신기한 존재다발굽이 없는 탓에 한 곳에 멈춰선 작은 짐승이다. (66)

 

그렇게 작가의 뒤를 따라가며나도 산책을 한다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본다.

 

이번에는 보폭을 넓혀 밖으로 나가보자해외다.

4장 <낯선 거리에서>는 외국의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다.

 

영국의 런던, 208,

영국의 스트랫퍼드어폰, 226

프랑스 파리, 214, 250

이탈리아 나폴리, 220

이탈리아 베네치아, 256

러시아 모스크바, 230

오스트리아 빈, 236

미국 뉴욕, 240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264

 

이탈리아 피렌체를 다녀온 기억이 있는 작가이렇게 그 때를 회상한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을 본 적이 있다온갖 색채 대리석을 모아 세운 이 성당은 햇빛을 받으면 광물이 꽃의 살결로 바뀐다성당이면서 꽃죽음이면서 생명이다. 게다가 아름답고 짙은 향기마저 느껴진다심리적 공감을 일으키는 이 역사상 예술의 증명을 바라보며 자신의 특이성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며 삶을 견뎌내기로 다짐했다. (153)

 

명주잠자리가 아프로디테처럼 태어나 계곡 하늘을 향해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186)

 

오카모도 기도는 영국 런던에서 지내면서 글로브 극장 같은 유명 극장에서 연극을 구경하고셰익스피어의 고향을 둘러보며 틈틈이 현장에서 느낀 감상을 글로 써서 신문사에 보냈다. (224)

 

셰익스피어의 고향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방문했다그날 워싱톤 어빙이 머물면서 스케치북의 한 구절을 썼다고 알려진 레드홀스라는 호텔에 묵었다. (227)

 

요사노 뎃칸이 쓴 <물 위 거리>에서는 필자가 여행했던 1910년대의 베네치아 모습이 잘 거려져있다.

시인 이름을 호텔 이름으로 한 호텔카사 페트라르카.

리알토 다리

두칼레 궁전

 

산마르코 대성당과 이웃한 옛날에 베네치아 총독이 살았다는 두칼레 궁은 모네가 몇 년전 봄에 그린 그림으로 익히 알았다. (261)

 

그래서 모네가 그렸다는 두칼레 궁의 그림을 찾아보았다.

 


 

 

미술관에서 티치아노의 성모승천피에타를 비롯해 티에폴로의 그림을 본 다음 귀족 정치 시대 영광이 담긴 두칼레 궁전도 둘러봤지만피렌체행 기차 시간이 촉박해 자세히 쓸 여유가 없다. (263)

 

이런 경우는 기록할만하다.

작가들이 다녀온 시점이 1910년대 초다.

모네가 두칼레 궁을 그린 시점이 1908년이니, 1910년 정도의 시점에서 베네치아는 어땠는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해서 이런 글은 당시 그 곳의 모습을 전해주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을 읽을 때작가의 글만 읽을 것이 아니다.

반드시 글 앞에 있는 작가 소개글을 읽을 것!

그래야 이런 일도 알게 된다.

 

이 책에는 기이한 인연을 보여주는 두 사람의 작가가 등장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모키치다.

사이토 모키치는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의사로 활약했는데, 1927년 자신의 환자였던 아쿠가다와 류노스케가 처방해준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그는 큰 충격에 빠져 한동안 은거하기도 했다. (236)

 

이 책에는 단순히 산책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작가들의 관계도 알 수 있고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아주 흥미있는 책이라 평할 것이다.

물론 일본 작가를 처음 대하는 독자라도그들의 산책길에 동행하면서 마음의 평안함 얻을 수 있다는 것먼저 읽은 사람으로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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