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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평점 :
뜻대로 하세요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를 번역한 책이다.
그간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많이 번역 출판되었는데, 이번에 레인보우퍼블릭에서 다시 새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이다.
이 작품의 특징
이 작품은 셰익스피의 희극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희극의 특징은 여자 주인공의 역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극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주로 수동적인데 비하여 희극에서는 여자주인공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예컨대 비극인 『오셀로』와 희극인 『베니스의 상인』에서 주인공인 데스데모나와 포샤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여주인공 로잘린드의 모습을 통해서 희극의 특징인 여성 역할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극이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진행이 되면서, 희극으로서의 재미와 흥미를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정통했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도 그리스 신화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극의 품격을 높이고, 관객에게 친근하게 접근한다. 다음은 이 작품중 그리스 신화를 활용하는 부분이다.
맨먼저는 변장을 하고 숲으로 떠나려는 로잘린드가 남자 이름으로 정한 게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니메데스 (Ganymedes).
실리아 : 언니가 남장을 하면 뭐라고 불러야 하지?
로잘린드 : 유피테르 신이 아꼈던 ‘가니메데스’라고 부르기로 하자. (61쪽)
가니메데스는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남자로 이데 산에서 아버지의 양떼를 돌보던 중 제우스의 눈에 띄여,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하여 납치한 인물이다. 그는 납치되어 올림푸스에서 넥타르를 따르는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름을 알리게 된 가니메데스는 나중에 목성(목성의 이름은 쥬피터, 곧 제우스다)의 위성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목성에는 4개의 위성이 있는데, 이오, 에우로페, 가니메데스, 칼리스토다.
그러니 가니메데스라는 이름이 낯선 이름인데, 그 이름에 그리스 신화가 들어있는 것이다.
먼 옛날 트로이에서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 트로일러스는
연인 크레시다에게 배반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했고
나중에 아킬레스의 곤봉에 머리를 맞고 죽었다지요. (183쪽, 4막 1장)
여기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과 관련하여 등장하는 이름들 또한 그리스 신화에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프리아모스, 트로일로스, 크레시다, 그리고 아킬레스.
이런 이름들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Troilus and Cressida)』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의 번역, 신선하다.
이 책 번역을 다른 책과 비교해 본다.
10시네!
이를 보면 세상이 비틀거리며 가는 거야.
9시부터 한 시간이 지났고
한 시간 후면 11시가 될 것이고
매 시간 우리는 익어가고
매 시간 우리는 썩어가고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번역한다.
열 시군. 우리는 세상이 흘러가는 걸
이렇게 알 수 있지
한 시간 전에는 아홉시였으니
한 시간 뒤에는 열한 시가 되겠지.
그러니 우리는 시시각각 무르익고
또 시시각각 썩어가는 거야. (97쪽, 2막 7장)
두 개의 번역을 비교해보면, 어떤 번역이 더 좋은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아포리즘, 빛나는 셰익스피어의 대사들
역경의 교훈은 달콤하다오.
역경이란 건 두꺼비처럼 흉하고 독기도 품고 있지만
그 머리에는 귀중한 보석이 박혀있으니 말이오. (65쪽, 2막 1장)
온 세상이 하나의 무대이고
모든 남녀가 한낱 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등장했다가 퇴장하지요.
사람은 사는 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는데
그 연극은 7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05쪽, 2막 7장)
여기 셰익스피어가 소개하는 연극 7막의 내용은 참으로 경이롭다.
1막, 갓난아이 역할
2막, 투덜대는 학생 역할
3막, 연인 역할
4막, 군인 역할
5막, 재판관 역할
6막, 노인 역할
7막, 두 번째 유년기
이런 구분을 보면, 우리 인생을 7개의 단계로 나누어 그 시기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심리학에서 인간 발달의 과정을 단계별로 묘사하는 것과 동일하다. 심리학자들이 발달 단계를 상정하면서 혹시 셰익스피어의 이 대목을 참고한 것은 아닐까.
사랑 때문에 저지른 어리석은 짓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사랑하긴 게 아니라고요. (81쪽)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특징
이 번역본은 다른 번역본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그 중 큰 특징은 등장인물들을 본문 좌우로 배치하여 정렬한 점이다.
이는 대사를 말하는 역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읽는 독자들도 등장인물들이 확실하게 구분되니, 내용 파악에도 좋을 것이다.
직접 확인해 보자. 대사하는 인물 파악이 쉽다는 것, 금방 알 수 있다.

새롭게 번역된 이 책,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수를 맛보기 쉽게 해주어, 셰익스피어를 새롭게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