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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 신, 여신, 영웅 핸드북
리브 앨버트.사라 리차드 지음, 이주만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그리스 신화 신 여신 영웅 핸드북
일단, 이 책에 빠진 신들이 없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신을 망라해 놓았다.
신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놓았다.
올림푸스의 신들
하위 신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들, 그중에서도 영웅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소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제우스를 예로 들어보자.
제우스는 누구인가?
우리가 알아둘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이렇게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관심이 갔던 항목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소개한 제우스의 이야기에는 그의 아내 헤라가 있는데,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발사한 목성 탐사선의 이름이 주노(헤라의 로마식 이름)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사는 제우스의 아내를 보내 제우스와 불륜관계에 있는 여자들을 감시하도록 한 셈이다. (26쪽)
부연설명을 하자면 목성의 4개 위성 이름이 이오, 에우로파, 갈리스토, 가니메데인데 그들은 모두 제우스의 연인이기도 하다. 이중 가니메데는 남성이다. 그러니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제우스와 불륜관계에 있는 그들을 감시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헤카테의 정체는?
그리스 신화에 가끔 이름이 등장하는 헤카테의 정체가 궁금했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 뒤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다.
마법의 여신인 헤카테는 주로 교차로나 무덤가에서 시간을 보냈고, 족제비 한 마리와 개 한 마리가 따라다니곤 했다. 이 개는 헤카베라는 여인으로 본래 트로이의 왕비였다. 헤카베는 트로이가 몰락하고 나서 그리스 병사들에게 붙잡혀 노예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바다로 뛰어내렸고, 개로 변신했다. (38쪽)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트라키아인들의 부족이 자신들의 왕의 재앙에 격분하여 무기와 돌을 던지며 트로이의 여인 (즉, 헤카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납게 짖어대며 그들이 던져대는 돌들을 덥석 물었고, 입을 벌려 말할 채비를 했으나 말하려고 하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말이 아니라, 개짖는 소리였다. (『변신 이야기』. 천병희 역, 570쪽)
아폴론 신과 헬리오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합해지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었다. 단순히 같이 사용되었다는 설명으로는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만난다.
후기로 오면 아폴론 신과 헬리오스가 하나로 합쳐져 동일시된다. 이런 까닭에 요즘에도 아폴론을 묘사할 때면 태양마차를 몰고 하늘을 가로 지르는 모습으로 그리곤 한다. 이 일은 본래 헬리오스가 하던 일이었지만 여러 세대를 거치며 신화의 등장인물이 점점 줄어들면서 아폴론이 태양 마차를 끌게 되었다. (59쪽)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그리스 신화는 고정된 내용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변한다는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연극의 신이다.
디오니소스는 극장, 연극의 신이기 때문에 그리스 연극은 그에게 헌정되었다. 고대 그리스 연극이 올라가는 무대는 주로 디오니소스 축제였다. 해마다 아테네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서 세 편의 연극이 최고상을 놓고 경합했다. 이 축제는 항상 디오니소스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했고, 남근 조각상 (팔로이)을 들고 도시를 한 바퀴 도는 의식도 진행되었다. (79쪽)
이로써 디오니소스 신의 위상이 점점 변하게 되는 것도 알게 된다. 이 사실 역시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건이다.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지명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장소가 등장하는데, 그런 장소들 중에 현재의 지명이 연관된 것들이 여럿 소개되고 있다. 그 중 에트나 화산과 관련해서 티폰이 등장한다.
일부 전승에 따르면 티폰은 제우스와의 싸움에 지고 난 후에 타르타로스에 갇혔다는데 그곳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깊은 곳에 갇혔다 한다. 이 섬에는 에트나 화산이 있는데, 지금도 이 화산이 활발한 것은 티폰의 분노가 잠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한다. (117쪽)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갔던 콜키스(164쪽)는 지금의 조지아에 해당한다.
메데이아는 콜키스 출신이었기에 그리스인이 아닌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이아손과 코린토스 사람들에게 메데이아가 괄시받은 데에는 그녀가 이방인이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170쪽)
이카로스가 추락했다고 전해지는 지중해 바다는 그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라 해라고 불리며, 이카로스가 추락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알려진 섬은 이카리아섬으로 불린다. (185쪽)
실제 지도를 찾아보니, 이카리아라는 섬이 실재하며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카리아 섬
그리고 이카로스의 아버지인 다이달로스는 죽은 아들을 장사지낸 후 비행을 계속하여 시칠리아에 무사히 도착했다. (184쪽)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신화는?
이 책은 그리스 신화라고 해서 단순하게 올림푸스를 무대로 하여 활동하는 신들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 올림푸스 12신 이외에 하위 신들과 인간들도 다루고 있는데.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리스 비극과 더 나아가 호메로스의 작품까지 다루고 있다.
해서 이 책 한 권으로 그리스 신화, 그리스 비극 그리고 호메로스의 작품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이다.
파리스, 아가멤논,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 자녀들, 오디세우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그리스 신화 신 여신 영웅 핸드북』이다.
이중 핸드북이라는 말이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충분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도 말했지만, 그리스 신화뿐만 아니라 그리스 비극의 등장인물과 그리스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호메로스의 작품 등장인물까지 핸드북에 넣고 다닐 수 있으니, 그리스 인문학의 정수가 내 손에 한 권으로 들어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