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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평점 :
호모 엑세쿠탄스 1권
먼저 이런 말부터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어가는데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은 작가가 <책 머리에>라는 항목에 써놓은 글들이라는 것, 말하고 싶다.
이런 말들이 공연한 말 같다.
간청하노니, 문학 평론가라기보다는 설익은 정치평론가 여러분, 아니 지각한 좌파 논객 제군, 제발 소설은 소설로 읽어달라. 또 간청하노니 독자에게서 스스로 읽고 판단할 기회를 빼앗지 말라. (8쪽)
그 말 말고도 더 있다. 인용한 글 바로 앞에 구구절절 써 놓은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 이 소설을 읽다가 작가가 염려한 바와 같은 대목들이 눈에 들어오면 공연히 다시 한번 눈길이 가고 색안경을 쓰고 읽게 된다. 작가가 말한 것, 좌파 논객이 눈을 둘만한 대목만 나오면 공연히 신경이 쓰인다. 이게 그건지... 이 말이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것인지? 내가 이해하는 것이 부족한 것은 아닐지, 등등 말이다.
이 책 2006년에 처음 나왔을 때도 그말을 달고 나왔는데, 이제 세월도 흘렀을만큼 흘렀는데도, 저자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번 개정판에서 그 말을 빼지 않았다.
실상 이 책은 그런 좌파와는 별 상관이 없다.
소설의 내용은, 아직까지 1권에서는, 그런 내용은 주인공 신성민과 아는 형 재혁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 회상하면서 내뱉는 넋두리 같은 데에서 언뜻언뜻 비칠 뿐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게 신경쓰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 『호모 엑세쿠탄스』는 『사람의 아들』의 후속 격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책 제목인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 ‘처형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나오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처형하는 인간은 누구일까?
신성민 : 이 소설의 주인공
정화 : 애인
마리 : 노랑머리
재혁 : 어린 시절부터 알던 지인
보일러공 : 팔봉마을에서 만난 ‘새로 오신 사람’
보일러공을 따르는 마리와 사람들.
벙어리 청년 : 요한
임마누엘 박, 대박사 주지
얼굴에 흉터 있는 폭력배
새여모 (새 세상을 여는 사람들의 모임)
일단 1권에서도 처형하고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행한다.
해서 그게 ‘호모 엑세쿠탄스(Homo Executans)’의 모습이 나타난 첫 번째 사건이 되는지?
아직 3권까지 읽지 못했기에, 1권에서 그것이라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1권에서는 그 단초만 보이고 있다눈 것.
그렇다고 3권을 미리 읽어, 미리 그걸 소개하여 앞으로의 독자들에게 김을 뺄 필요는 없으니, 이 소설의 줄거리 등 큰 그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민중의 대의는 빵과 아첨으로 매수된다. (28쪽)
아기가 엄마를 인식하는 과정 :
아기에게 첫 번째 사람인 엄마는 먼저 냄새와 느낌으로 기억되다가 이윽고 시각으로 확정되었다. (74쪽)
사람은 자신이 가장 많이 바친 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78쪽)
몇가지 기록해 둘 것들 - 내로남불의 원형
지금 척하면 바로 알아듣게 되는 조어 ‘내로남불’의 원래 말은 무엇일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그 문장을 앞 글자들만 모아 만든 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그러면 그 말의 원형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이렇게 썼다.
내가 한 것은 로맨스고 남이 한 것은 스캔들이다. (118쪽)
말을 줄여보자. 내로남스 ....어찌 어감이 안 좋은가?
그 말이 변해 이제 내로남불로 정착이 되었으니, 이 책에서 세월의 흐름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설이 맨처음 씌여진 2006년과는 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 거기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서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세월의 흐름을, 시대의 변화를 이렇게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책에서 얻게 되는 뜻밖의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