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쟁 - 2022년 대선과 진보의 자해극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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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쟁

 

강준만 교수의 평론집은 언제나 정곡을 찌르는 데가 있어읽을 만하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치열했던 2022년  대통령 선거가 마악 끝난 참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끝난 선거를 되돌아보면서어떤 일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는지또 앞으로의 전망까지도 헤아려볼 수 있는 통찰력을 준다 싶어읽을만하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

본제목 말고 부제로 붙은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

진보의 자해극이라니?

 

저자의 눈에는 진보 즉 민주당이 자해를 한 것으로 보였나 보다.

그래서 일단 그 내용도 또한 그걸 표현한 언어도 안타깝다.

 

일단 이 책내용이 지난 선거를 복기하는 차원에서읽을만하다.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다음과 같다.

 

1장 윤석열의 과제

2장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상처

3장 정치 교체는 가능한가?

4장 이재명 만독불침의 종언인가?

5장 문재인 미스터리

6장 정치는 끝없는 타협이다

7장 책임은 권력의 기능이다

 

읽고 나니몇 개 적어둘 것이 있다.

 

첫째,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너무 식상하지 않는가?

그 말이 언제부터 통용이 되었는지 모르나이제는 말 그대로 개나 소나개같은 경우나 소같은 경우나 아무렇게나 쓰는 말이 되어서, 로맨스도 불륜도 희석시켜 버리는, 해서 그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는 이미 식상할대로 식상해졌을뿐만 아니라, 본질을 오히려 흐리는 말로 변질되었다.

이 책에서도 소항목의 표제로까지 몇 번 쓰였다.

 

윤석열판 내로남불은 안 된다 (22)

문제는 기득권 내로남불이다 (170)

내로남불을 미화하는 피해자 코스프레’ (214)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이제 자기의 불륜을 희석화하는 아주 편리한 용어로 변질되었다.

똥 싼 놈이 방귀 뀐 놈 나무란다는 속담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똥 싼 놈과 방귀 뀐 사람을 싸잡아서 나무라는 자기변호의 말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이제는 그 말 정치계에서 퇴출하고 그 말로 상황을 종결시키는 대신에 그 상황에서 시비를 분명히경중을 확실히 가려야 할 것이다.

 

둘째이런 것 지적해두고 싶다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서 그렇다.

 

이런 글 먼저 읽어보자.

 

이준석은 선거 이틀 전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여성은 실제 투표의향이 떨어진다온라인에서만 조직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발언은 맥락이 제거된 채 유포된 것으로 전체를 읽어보면 문제될 게 없다.

원문을 그대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중권그래서 일반적으로 지금 분위기가 뭐냐하면 2030 여성들이 그동안에 심상정에 붙어있다가 사실은 또 이재명 후보로 좀 올라타는 갈아타는 이런 모습들은 분명히 확인되거든요.

(이준석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항상 어떤 안티 성향의 투효 성향 같은 경우에는 생각보다 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아마 지금 각종 조사에서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저는 그런 조직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 온라인 안에서는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 투표 성향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46-47)

 

여성은 실제 투표의향이 떨어진다온라인에서만 조직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준석의 발언이 실제 말한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맥락이 제거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제거 (혹은 수정왜곡되었는지의아할 따름이다.

 

셋째어떤 부분은 저자가 짚어주어야 할 부분을 빼먹어서 안타까운 게 있다.

 

2021년 8월 27일 오전 법무부 차관 강성국이 ... 브리핑을 하고 있는데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비가 내렸다. 8분이 넘게 이어진 브리핑 내내 법무부 직원이 강성국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씌워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뜨거운 논란이 빚어졌다. (112쪽)

 

이 문장은 저자가 쓴 글 <의전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라는 항목에서 대표적인 의전 과잉 사례로 열거된 첫 번째 사례이다해서 강성국 차관의 사례가 <의전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의 포문을 여는 논란사례가 되었다.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그 직원이 애초부터 무릎을 꿇고 우산을 씌워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건 분명하다거기에 와서 취재하던 언론들이 사진이 별로라며 그 직원더러 무릎꿇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뒤늦게 보도가 되었다그러니 이건 의전과잉 사례가 아니라 취재 기자들의 갑질 사례로 등장해야 하는 사례인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이야기는 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언론 탓은 일리는 있지만 전적으로 타당한 건 아니었다공무원들은 언론의 요구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 당연하다는 전제를 수용할 경우에만 타탕했을 뿐이다. (113)

 

나는 이런 말이 안타깝다.

그 현장에서 말단 직원이 기자의 말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거기에서 기자에게 따지고 들 수 있었을까?

브리핑 진행은 되고 있고비는 내리는데우산을 들고 옆에 서있던 기자가 사진이 잘 나오지 않으니 좀 앉아서 씌워줘라사진에 나오지 않도록해 달라.고 기자가 말하는데.....

이런 말을 현장에서 듣고 무슨 대꾸를 할 수 있을까거기에서 자기 의견을 내세울 수 있었을까자기 직속상관과 협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까?

 

한창 브리핑을 하고 있던 차관은 그런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까?

브리핑을 하다 말고우산 씌워주던 부하직원의 모습을 살펴볼 여유가 있었을까?

 

그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리는 있지만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다' 하고 꾸짖는 것은 말그대로 책상물림이라 그런 것이다. 

 

그 상황을 한번 상상해본다면, 나는 기자들이 그 직원에게 무릎끓고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그 직원이 느꼈을 모멸감을 생각해 보라.

본인은 비를 맞아가면서무릎까지 꿇었으니 바지는 비에 맞아 젖어갈 것인데....

거기에다 또 언론에 의전과잉이라고 두들겨 맞고이런 책에서조차 의전 과잉의 대표사례로 우리 정치사에 영원히 기록될 판이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래서 이 사건은이 논란은 의전 과잉 사례로 논란이 된다는 기록은 이제 삭제하고언론의 병주고 약주기 사건언론 야바위 사건언론 갑질 사건으로 기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이 책어떤 부분은 귀기울여 경청할만하고어떤 부분은 아쉽다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게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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