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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무게를 재는 과학자
다비드 카예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북스힐 / 2022년 2월
평점 :
구름의 무게를 재는 과학자
이 책, 과학을 기초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참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두 번을 읽어야 한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꼭 읽어야 한다.
왜냐면, 첫 번째 읽어가는 중에, 이런 곳에 이르면 생각이 뭔가 달라지게 되니까 그렇다.
흔히들 교양있는 사람을 얘기할 때, 여기서 교양은 과학적 주제보다는 인문학적 주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이나 돈키호테에 대한 필수적 상식들을 알지 못하면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뉴턴의 법칙과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자연의 기본 법칙인 열역학 제 2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요즘은 ‘과학 역시 교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많다. (327 - 328쪽)
그러니 과학은 과학을 좋아하는, 또는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읽는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허투루 읽어가던 자세가 확 바뀌게 되고, 328쪽에서야 과학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데, 그만 책이 332쪽에서 끝나니.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볼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
다시 읽어보니, 곳곳에 금과옥조 같은 구절들이 보인다.
갈릴레오는 최초로 물리학 실험을 실현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경사진 평면에서 공을 굴리고,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에서 실험을 했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물체의 운동을 실험했다. 고대 그리스 현자들의 방식대로 실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실험하고 실험한 결과로 얻은 지식을 사용해고 또다시 실험했다. 그러고는 실제 현상을 해석했다. 또한 갈릴레오는 연구 결과를 수학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때부터 수학은 과학의 언어가 되었다. 갈릴레오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있다.”(320쪽)
갈릴레오가 최초로 물리학 실험을 했다니?
그럼 그전까지는 물리학에서 실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학문을 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갈릴레오가 물리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이런 글은 어떤가?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잠시 스마트폰을 방에 두기를 바란다.
그리고 쥘 베른, 아이작 아시모프, 올더스 헉슬리, 필립 딕, 조지 오웰, 허버트 조지 웰스와 같은 공상과학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317쪽)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걸까?
저자는 쥘 베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쥘 베른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벌써 100여년전에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이 작품 속에 써놓은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달까지』 (1865년), 『달나라 일주』 (1870년)에서 쥘 베른은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베른이 공상으로 써 놓은 달나라 여행과 실제 일어난 사건과는 놀라울만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다.
우주선은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출발하여 태평양 위에 도착한다.
베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사양도 실제와 거의 같다.
베른의 우주선은 83시간이 흘렀고, NASA 에서는 97시간이 걸렸다.
두 비행은 3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다.
그러니 베른은 마치 미래에 일어날 일을 마치 본 듯이 소설 속에 옮겨놓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베른이 어찌 미래의 일을 미리 옮겨 놓을 수 있겠는가, 그건 후대의 사람들이 베른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실제로 그걸 미래 어느날에 실현한 것이리라.
그래서 저자는 이 항목의 타이틀을 이렇게 적었다.
<쥘 베른, 정말 예언자였을까?>
쥘 베른이 작품에 쓴 내용들이 미래의 어느날에 실제 일어난 것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공상 과학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가.
그리고 쥘 베른, 아이작 아시모프, 올더스 헉슬리, 필립 딕, 조지 오웰, 허버트 조지 웰스와 같은 공상과학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317쪽)
거기에 더하여 이 책에는 과학과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고 있다.
- 왜 아랫집 사람이 윗집 사람보다 오래 살까?
- 시간은 존재할까?
- 구름의 무게는 코끼리 몇 마리의 무게일까?
-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물은 몇 도에 끓을까?
- 물 위를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 등
이런 주제를 들으면 얼른 그 결과를 알고 싶어질 것이다.
어떻게 물 위를 걷지?
누구 말대로 왼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오른 발을 딛으면 되는 것일까?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답만 알려주자는 게 아니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질문의 기초가 되는 과학에 대하여 차분차분 짚고 들어간다.
그러므로 이 책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근거, 추론들을 익혀가면서 과학의 세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들, 상당하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내게 긴 지렛대와 지렛목만 주신다면 지구라도 들어 올려 보겠습니다.”(93쪽)
자, 그럼 그의 말이 사실로 드러났을까? 아니면 말을 부풀려서 한 것일까?
그는 실제 지렛대와 도르래 시스템을 이용해서 큰 배를 육지에서 옮겨 물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달의 가장 큰 특징은 신기하게도 자전 속도가 지구를 도는 공전 속도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지구에서 항상 달의 같은 면만 본다. 달의 반대편은 항상 감춰져 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달의 숨겨진 얼굴이다. (195쪽)
다시, 이 책은?
아이작 뉴턴이 말했다. (267쪽)
“우리가 아는 것은 한 방울의 물이고, 우리가 모르는 것은 대양이다.”
겨우 물 한 방울 알고 있으면서도, 이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게 인간이다.
그러니 인간인 우리들, 그저 겸손하게 이런 책 읽어 우리에게 두 방울, 세 방울을 알아내는 지식을 갖추도록 하자.
그런 두 방울, 세 방울을 알아가는 지식, 이 책에서 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