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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혼자 여행 ㅣ 어쩌다 시리즈 2
최지은 지음 / 언제나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어쩌다 혼자 여행
그래, 여행은 혼자 가야 맛이다.
혼자 가야 여행의 참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고, 실컷 계획해 놓은 스케쥴을 따라 가다가도 뭔가 새로운 게 눈에 보이면 그 길을 따라 갈 수도 있는 여행, 혼자만의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나도 때론 그런 여행을 다녔지만, 저자는 그런 여행을 유독 즐긴다.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는 이런 거다. 옆지기나 친구를 배려할 필요 없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삶의 지혜를 들을 수 있다. 고민이 있으면 그대로 나누고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유레카를 외치기도 한다. 여행자는 아량이 넓은 편이다. 여행 중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일상보다는 엔도르핀이 솟을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량 넓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홀로, 때로는 같이 있는 '혼자인 여행자'는 즐겁다. (105쪽)
그런 저자, 나와는 전혀 다른 여행을 즐긴다. 혼자 여행은 혼자 여행이로되 질이 다르다.
어떻게? 카우치 서퍼.
배낭여행객을 위한 소셜 네트워킹 커뮤니티다.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잠을 잘수 있는 쇼파를 의미하는 카우치(Couch)와 파도를 타다는 서핑(Surfing)의 합성어. |
이런 글 읽어보자.
이스라엘에서 쇼햄의 집에 머물 때다. (120쪽)
(쇼햄이 말하기를) 카우치 서핑을 통해 세계친구들을 만나게 됐어. 그리고 너도 여기 온거고.
다음 날은 쇼햄의 제안대로 다른 공간을 공유하고 있던 또다른 카우치 서퍼랑 함께 요리를 하고...(123쪽)
그때 나는 친구를 사귀고 무료 숙박을 할 수 있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여행을 하던 차라..(171쪽)
그래서 저자는 이런 색다른 여행을 한다. 부러운 일이다.
저자는 호텔에 묵기보다는 색다른 곳을 택해 잠자리를 정한다.
처음 몽골의 유목민 텐트에서 잠을 청하게 됐을 때...(143쪽)
또한 여행의 목적이 다르다. 단순히 보러가는 게 아니다.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인도 북부 지방 여행중 티벳 친구를 사귀게 됐다. 20대 초반의 그녀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자신의 집으로 점심 식사초대를 했다. (135쪽)
그런 식의 여행이 나와 달랐다.
나는 그저 그곳의 표면을 훑고 다녔다면, 저자는 진짜 그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 진짜 외국물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여행의 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런 저자의 여행 철학 확실하다. 어디 한번 들어보자.
누구나 한 번쯤 가야 한다고 알려진 장소나 맛집 탐방도 좋지만,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다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
현지인처럼 여행하고 싶은데....... 이런 결론으로 인해 현지인 집에서 자는 여행을 선호하게 된 듯하다. (181쪽)
그래서 저자는 홀로 여행을 즐기고, 그곳 사람들과 만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저자가 추천하는 여행지 한번 알아보자.
어느 곳이 제일 좋았어?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아?
그런 질문에 외국인 여행객들은 이란’과 라오스를 손꼽는다고 한다. (87쪽)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겪은 이란의 모습.
이란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만난 이란 아저씨.
친구 아들이 이란의 포스코에 근무한다며 반갑게 대하는 그 아저씨, 저자의 상황을 듣더니 바로 친구 하나를 소개하면서 거기에서 묵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스파한에 사는데, 거기 연락을 해 놓을테니 그리 가라고 하면서, 환전도 안 했을 거니까 이 돈을 쓰라고 돈까지 쥐어 주었다는 것. 이건 진짜 실화다. (89쪽)
그렇게 해서 이스파한의 그 집에서 지냈는데, 떠날 때가 되자 다시 이런 말을 듣는다.
“다음은 어디로 갈거야? 내 사촌 동생이 시라즈에 살아, 그집에 가는 건 어때?”
이란 사람이 그런 호의를 베푸는 것은?
바로 이슬람 경전에 이런 구절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타지에서 온 손님은 천사가 변한 사람이므로 천사처럼 대해 줘야 한다.’ (92쪽)
또한 길을 지나다가 가게 주인들로부터 어김없이 받게 되는 차대접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동에서 차는 환대요,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줌이요, 소통의 수단이었다. (140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여행을 떠나 살던 곳이 아닌 다른 공간을 체험하고 다녔다.
그런 가운데 이런 깨달음 얻었다. 기록으로 남긴 것을 여기 적어 둔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123쪽)
타자의 공간을 둘러보며, 그들의 삶을 배운다. 그건 저자가 단지 길만을 걷고 경치만 보고 온 게 아니라, 거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이라. 그게 진짜 여행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여행이 무언지를, 살아가는 게 무언지를.
해서 인생을 곧잘 여행에 비유하는데, 우리 살아가는 여정을 그냥 땅만. 지표면만 밟고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배운다. 귀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