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평점 :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뿌쉬낀 명작 단편선
뿌쉬낀, 러시아 작가다.
그가 쓴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책이다.
크게 보면 2 편인데, 그 안에 또다른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모두 6편이라고 볼 수 있다.
「벨낀 이야기」
발행인의 말
남겨둔 한 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 아가씨-시골 처녀
「스페이드의 여왕」
이 안에 들어있는 작품들, 한마디로 단편소설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단편으로 가능하다, 는 사실에 놀랐다.
맨처음에는 약간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느리게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때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온통 빨려들어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그중에 압권, 「벨낀 이야기」중 <귀족 아가씨-시골 처녀>라는 작품이다.
정말 이 리뷰에서 이 작품만 조목조목 말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이것을 읽고는 다른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된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중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한마디로, 단편소설 중에서 단연 압권이고 백미이며, 최고봉이기도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시작한다.
이야기 시작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마주한다.
이렇게 말이다.
이반 뻬뜨로비치 베레스또, 아들 알렉세이.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로 바꾸어 말하면 로미오의 집안이다.
그리고리 이바노비치 무롬스끼, 딸 리자베따 그리고리예브나 무롬스끼 (리자, 벳시)
줄리엣의 집안이다.
두 가문은 서로 앙숙이다. 한 마을에 사는 두 가문, 서로 앙숙으로 지낸다.
그런 가운에 이반 뻬뜨로비치 베레스또의 아들이 시골집으로 아버지를 찾아와 지내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시골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와 묵게 된 것이다.
아들인 알렉세이가 시골에 와 지내게 되자, 그 마을 처녀들 사이에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해서 지주댁의 아가씨들은 그를 흘끗거리며 훔쳐보거나 아예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한다. (129쪽)
그러나 그는 그런 아가씨들에게 관심이 없다.
이러한 소문을 들은 줄리엣 가문의 리자, 그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꾀를 낸다.
그녀의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 사이에 교류가 없으므로, 만나볼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자.
꾀를 내는 것이다. 이런 꾀다.
시골에 사는 아가씨처럼 분장을 하고 알렉세이가 자주 지나가는 곳으로 가서 버섯을 따는 시늉을 하고, 기다린다. 이윽고 알렉세이를 만난 리사, 시골 아가씨로서 아주 훌륭하게 역할을 하면서 알렉세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그런 만남을 계속하다가, 정이 들어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사람의 인간성이 드러나는 모습이 전개된다. 그러니 두 사람 잘 만난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해서 독자들은 그 두 사람의 장래가 잘 되기를 응원하는 입장이 되어 진지하게 그 다음 줄거리를 기다리게 된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들의 처음 만남을 복기해보자.
알렉세이가 리자에게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냐고 묻는다.
리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 제 아버지는 대장장이 바실리예요. 전 버섯을 따러 나왔구요.”
그런 대답에 알렉세이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젊은 도련님의 시종이란다.”
알렉세이는 자신과 시골 처녀의 관계를 동등하게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리자는 그를 잠시 바라본 후 웃기 시작했다.
“거짓말을 하시네요.” (142쪽)
하여튼 그런 만남이 계속된후,
<두 달이 못되어 우리의 알렉세이는 정신없이 사랑에 빠졌고 리자 역시 말은 아끼더라도 무심한 태도를 보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점만 간략히 말해둔다.>(149쪽)
리자는 계속해서 신분을 속인 채 알렉세이를 만나고, 알렉세이는 시골 아가씨인 리자를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두 사람의 아버지가 관계가 좋아져버린 것이다.
사이가 좋아진 두 아버지는 각각의 딸과 아들을 결혼시키려고 한다.
그러니, 알렉세이에게 시험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시골아가씨인 리자를 버리고 지주의 딸인 리자와 결혼하느냐, 아니면 지주의 딸을 몰라라하고 시골아가씨와 결혼을 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같은 사람 아니냐고?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그렇게 간단한 문제 같으면 뿌쉬낀이 이런 문제를 다루었을까?
그게 아니니까 , 소설이 진지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뿌쉬낀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조적으로 해체 변형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줄거리를 게속해서 이야기하면서, 알렉세이도 리자도 그토록 현명하게 사랑을 가꾸어 간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이미 스포일러, 그러니 여기서는 여기까지 말해둔다. 더 이상의 이야기는 꼭 독자들이 책을 통해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꼭!
뿌쉬낀이 마음에 든다. 좋아진다.
또 있다. 뿌쉬낀을 좋아하게 만드는 또다른 단편소설,
「벨낀 이야기」중 <눈보라>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먼저 소개한다.
마리아 가브릴로브나, 지주의 딸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 블라지미르 니꼴라 예비치.
마리아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블라지미르와 결혼하기로 한다.
그래서 눈보라가 치는 어느날 도망을 쳐서 블라지미르와 결혼식을 하기로 약속하고, 결혼식을 감행한다.
그리고.... 아, 이건 그다음 이야기를 하는 순간, 이미 스포일러가 되버린다.
그러니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다만 한가지, 남자가 왜 이리 매력적일까? 다른 데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순정남이라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앞에 소개한 <귀족 아가씨-시골 처녀>라는 작품에서 알렉세이가 순정남이더니, 여기에서도 남자가 보통이 아닌 순정남이다.
누가 순정남이라고? 블라지미르가?
아니,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건 줄거리가 한 차원 다르게 진행이 된다.
그래도 남자 주인공이 어쨌든 순정남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해서 뿌쉬낀이 좋아진다. 이런 작가를 여지껏 잘 모르고 있었다니.
이런 이야기 만들어준,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을 한 차원 다르게 생각하게 만든, 작가 뿌쉬낀, 독자들에게 괄목상대해야 할 작가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