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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 세계를 열광시킨 K-콘텐츠의 비밀
정길화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2월
평점 :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오징어 게임, 추억의 게임이다.
그런데 그런 게임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더니, 그야말로 세계를 석권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운 기록은 이렇단다.
2019년 9월 17일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 론칭.
4일 만에 미국에서 1위, 글로벌 넷플릭스 2위 차지함.
6일만에 2019년 9월 23일, 전세계 1위 달성. (17쪽)
46일 동안 정상을 지키다. 애니메이션 <아케인>에게 잠시 1위를 내주었다가,
2일만에 정상를 되찾아, 최장기간 1위 기록을 세웠다.(75쪽)
두 번째로 1위를 내준 게 우리나라 작품 <지옥>이다.
11월 20일, <지옥>은 공개 하루만에 정상에 올랐다. (75쪽)
<오징어 게임>은 공개 첫 4주 동안의 시청 시간은 총 16억 5,045만 시간
(햇수로 따지면 무려 18만 8,000년이다.)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TV 부문을 통틀어 최다 시청시간이다. (105쪽)
그런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 중에 나도 하나 차지하고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장면 장면을 복기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비록 N차 관람은 아직 안 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럴 마음이 생긴다는 것, 감출 수 없다.
그건, <오징어 게임>을 독자의 풀어나감을 통해 텍스트를 완성하는 것이라 말한 롤랑 바르트의 개념에 납득이 되었기만은 아니다. (133쪽) 이 책에 실린 7편의 글이 내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놓쳤던 많은 의미들을 되짚어 주고 있었다는 점이 재시청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1장 서사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2장 「오징어 게임」 신드롬 취재기
3장 세계는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해석했나?
4장 플랫폼 리얼리즘의 세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읽기
5장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를 어떻게 바꿀까?
6장 「오징어 게임」의 경제 효과 1조 원이 말하지 않는 것들
7장 드라마 산업적 관점에서 본 「오징어 게임」
먼저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의 클리셰를 깬다.
그간 보았던 데스게임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 그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오징어 게임>을 볼 때, 이런 것 비교할 수 없어,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보기만 했다.
<오징어 게임> 2화에서의 일이다.
‘참가자의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규칙에 따라 1라운드의 생존자들이 투표를 하고, 결과에 따라 게임장을 나오게 된다.
이 대목에서 어라, 이게 왜 이러지, 하는 의문을 채 갖지 못하고, 어차피 9회까지 있는 작품이니까 뭐, 뒤에 다른 방법이 있겠지, 하고 그냥 흘러넘긴 것이다.
저자의 해설에 의하면 지금까지 이런 방식의 데스 게임은 없다는 것이다. (27쪽)
우리나라 게임의 우수성(?) 다시 새겨보게 된다.
우리모두 어릴 때 즐겨 놀았던 놀이들, 뭐 지금 세대야 제대로 알지 못하겠지만, 추억의 놀이들이다. 그렇게 추억이 되어 버린 놀이들을, 화면으로 보니, 신기했다.
해서 외국인들이 그것을 보면서 굳이 게임의 규칙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 게임의 우수성이라고 할까, 그런 것도 데스 게임을 다룬 영화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황동혁 감독은 그것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드라마틱한 재미를 느끼게끔 게임의 진행과정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했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만큼 외국인도 단박에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45쪽)
주옥 같은 명대사들
들을 땐 몰랐다.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게임 참여자들에게 다가오는지를.
그리고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대사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깨닫게 된다.
밖에 나와보니 그 사람들이 맞더라고... 여기가 더 지옥이야. (43쪽)
이러다간 우리 다 죽어. (47쪽)
여기 지옥이야. 지옥에 규칙이 어디 있어. (54쪽)
돈이 너무 많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의 공통점은 삶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59쪽)
다시, 이 책은? - 이 책에서 밑줄을 굵게 긋고 싶은 부분
그거 아무래도, <3장 세계는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해석했나?>를 꼽을 수밖에 없다.
그글을 쓴 필자는 다음과 같이 그 글의 요지를 밝힌다.
콘텐츠 측면에서 분석하기 위하여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
먼저, 쏟아져 나온 기존의 비평들을 요약해서 정리하고, 그 후에 텍스트 비평 이론에 근거해서 다양한 비평 접근법을 펼쳐보이려고 한다. (107쪽)
그리고 필자가 제시한 비평 접근법이 다양한데, 이런 것들이다.
사회 규범 비평 (115쪽)
페미니즘 비평 (120쪽)
신화, 이데올로기 비평 (123쪽)
기호학적 비평 (126쪽)
스타 비평 (134쪽)
그 누가 알았겠나, 이런 다양한 비평적 관점을 가지고 <오징어 게임>을 본다는 것을.
그런데 그게 비단 비평가 차원의 안목으로만, 그래서 나같은 장삼이사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예컨대, 게임 운영진은 참가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지금 다시 선택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돌아가서 남은 인생을 빚쟁이에게 쫓기며 쓰레기처럼 사시겠습니까?아니면 저희가 드리는 마지막 기회를 잡으시겠습니까?” (125쪽)
필자는 그말에서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가 자리잡고 있음을 포착해낸다.
또한 여성 캐릭터인 한미녀가 섹스를 재화 삼아 깡패 장덕수와 거래하는 장면에서,
현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여성의 현실에 대한 구조적 분석은 소홀히 다뤄지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역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렇게 <오징어 게임>의 의미를 천착해 내면서, 그 작품이 다만 흥미위주의 일시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1위에 오를만한,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해서, <오징어 게임>을 독자의 풀어나감을 통해 텍스트를 완성하는 것이라 말한 롤랑 바르트의 개념에 이제 충분히 동의한다. 그래서 N차 관람을 할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