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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트렌드시대가 온다 - 위기 뒤의 희망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박병화 옮김 / 북스토리지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메타트렌드시대가 온다
관심이 많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더군다나 이제 코로나 19로 인한 그 긴 터널이 끝난 후 펼쳐질 세상은 어떤 풍경일지 관심이 많다. 해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는 코로나 19의 끝과 또다른 시작을 이렇게 말한다.
페스트가 끝나면서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 극심한 사회적 변화라고 할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경제, 가치와 믿음의 체계, 사고방식, 조직체계 등 모든 것을 침투하는 강력한 사회 문화적 변혁이 일어났다. (33쪽)
아, 코로나가 아니고 페스트다. 페스트가 끝난 다음에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저자는 왜 이런 말을 꺼냈을까? 저자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단 한 가지, 페스트라는 말 대신에 코로나를 집어 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페스트가 물러간 다음에 유럽에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처럼, 코로나가 물러가면 또다른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예측이 다만 기대로만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보는 마음,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페스트는 공중보건의 도입으로 이어졌고 문화와 경제의 엄청난 변화를 낳았으며 ......(33쪽)
지금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변화가 눈에 보이고 있는 것,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오늘날과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좀 더 들어보자.
사회의 핵심적인 변화는 언제나 일정한 사고방식이 한계에 부닥칠 때 분명히 나타난다. (35쪽)
코로나와 함께 논의의 장으로 불려온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해야 한다는 강한 경고였다. 이대로 자연 자원을 훼손해서는 그로 인한 기후변화에 인류는 더 이상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계에 도달한 인류의 생존을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그러한 과도기의 전형적인 특징은 강력한 레트로피아다. 이것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과거로 억지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말한다.(36쪽)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손을 놓고 종말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데, 라인하르트 테데스키와 로렌스 캘헌은 인류의 회복력을 연구해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위기에서도 저항과 성장이 가능한 회복력이다.
위기상황에서 절망과 부정성에 대한 저항력으로 작용하는 다섯가지 현상.
삶 자체에 감사하는 태도 증가 : 고마움의 재발견
의미가 더 충만해진 인간관계 : 비생산적인 관계와 단호한 단절
뭔가에서 “살아남을 때” 나타나는 개인적으로 강해진 느낌 :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감각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의식 : 새로운 삶의 목표와 가치 발견
더 풍요로운 정신적 삶에 대한 강한 애착. (40쪽)
인류의 조상은 이런 저항력을 항상 이용했는데,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문명을 구성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40쪽)
그렇게 시작하게 될 코로나 이후의 세상, 저자는 이 책에서 메타 트렌드라는 개념으로 위기 후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현상을 -추세와 반추세를-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새로운 메타(Meta)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메타트렌드는 낡고 과숙한 큰 흐름으로서의 메가트렌드(Megatrend)와 그에 대한 반트렌드(Gegentrend)의 긴장에서 형성된 가능성의 공간을 나타낸다. 메타트렌드는 어떻게 역사가 그 이름에 합당한 미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암시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한때 “진보”라고 불렀던 것이 어떻게 재창조되는지도 보여준다. (79쪽)
역사의 선형성을 대변하는 메가트렌드와 반대로 메타트렌드는 다가오는 복잡성의 주체에 해당한다. 그것은 추세와 반추세로부터 미래의 통합체계를 형성해낸다. 여기서 상호 모순은 해소되어 하나가 되고 역설은 더 높은 차원에서 새롭게 안정될 수 있다. 메타트렌드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발전이 종종 위기와 관련되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때, 변화의 경기장에 등장한다. 과거에 발판을 둔 메가트렌드와 달리, 메타트렌드는 미래로부터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것은 더 나은 것을 제공한다는 신호다. 메타트렌드를 인식하려면, 그것을 체계적인 필연성으로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과감하게 변신해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야 한다. (80쪽)
위기가 사람에게 주는 힘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위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흔히들 ‘위기(危機)’라는 말을 한자로 읽으면 위(危: 위험)와 기(機 :기회)가 함께 있는 것을 말하면서 ‘위기(危機)는 기회(機會)이기도 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게 어떻게 해서 기회가 되는지를 이 책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기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리켜 보여준다. 이때 위기는 순수한 실제 상황에서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71쪽)
위기는 사물을 다르게 바라볼 용기를 도발하기도 한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은 자신의 낡은 생각이나 감정과 결별함으로써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위기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시험대에 올릴 때, 그 속에 커다란 선물이 들어있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 미래가 열린다. (73쪽)
위기의 본질은 그것이 발생하는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기는 오로지 새로운 체계에서만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체계가 단순히 구체계의 연속이 되는 일은 전혀 없다. (75쪽)
위기는 분출이다. 위기 시에는 오랫동안 문화 내부에서 전개되어 오던 미래 발전의 잠재요인이 드러난다. 억눌린 에너지가 분출된다.
마치 페스트가 창궐하던 대재앙의 시기에, 사회 내부에 잠자던 계몽주의와 인문주의 요소가 출현하는 것과 같다. (77쪽)
위기는 빛이다. 위기는 사회적으로 어두운 지점을 환히 비춘다. (77쪽)
위기는 방향 전환이다. 위기는 새로운 복잡성 차원(새롭고 역동적인 균형)을 가리키는 시스템으로 방향을 바꾸게 한다. (78쪽)
이런 말에서 위기라는 말을 코로나로 바꿔보면, 위기가 기회라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예컨대, ‘위기는 빛이다. 위기는 사회적으로 어두운 지점을 환히 비춘다.’ (77쪽)라는 말을 살펴보자. 위기 즉 코로나로 인하여 그간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밖에 코로나로 인한 부수적인 효과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것도 있다.
팬데믹은 놀라운 훈련코스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 자신의 신체적 면역학이나 사회적 연대와 맞닥트리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나아가 모든 타문화와 마주치게 된다 .(98쪽)
섬에 갇혀 있는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을 개인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 그가 프라이데이를 만났을 때 비로소 이런 자기 인식에 성공했다. (98쪽)
“옛날 인간은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신의 개성을 찾아야 했다. 오늘날 인간은 개인으로 태어나 공동체를 찾아야 한다.”(98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레베카 솔닛
대규모 재난의 발생이 사회에 특이한 사회적 변혁을 일으킬 수 있고 대대적인 연대의식을 가져올 수 있다. 재난에 대한 저항의 순간에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으며 인간의 집단적 생존본능이 활성화된다. (43쪽)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189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이 말하는 메타트렌드를 다시 살펴보자.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현상을 -추세와 반추세를-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새로운 메타(Meta)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79쪽)
그렇게 새로운 메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의 답과 기대는 이것이다.
코로나는 우리 활동의 의미에 관해 부드럽지만 단호한 물음을 던진다.
많은 사람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최소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것이다.(111쪽)
나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낼 것, 그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온갖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황들은) 나아졌으며, 어쩌면 위기로 인해 나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59쪽)는 말처럼, 코로나라는 위기는 전화위복의 상황을 만들어낼 것, 분명하다. 이 책은 그런 결단의 기회와 희망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