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일제 침략사 - 칼과 여자
임종국 지음 / 청년정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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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일제 침략사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와 함께 조선 백성들의 삶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라없는 백성들의 신난간고를 어찌 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임종국 선생은 그런 조선을 나락으로 빠뜨린 일본제국의 조선 침략사와 그에 기생하는 친일파들이 어떻게 민족을 배반했는지를 규명해 나간, 뚝심있는 역사학자다.

그는 친일 행적을 일생에 걸쳐 파헤쳤는데, 그중 하나의 결실이 바로 이 책칼과 여자밤의 일제 침략사이다.

해서 그런 선생의 땀과 피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책이다.

 

제목이 일제의 간교하고 잔악한 행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면서 칼과 총을 들고 오면서 또한 화류계 여자를 데리고 왔다.

그로부터 매춘업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식민지 강점과 지배 전술의 중요한 측면을 화류계 여자로 담당하게 한 것이다.

 

보통의 일제 강점기 역사라 할 때에는 공식적인 역사즉 낮의 역사만을 기록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 책은 그간 다루지 않았던 밤의 일제 침략사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일제가 그런 작전을 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말한다.

 

첫째는 구한말 집권층의 정치적 불만의 토출구로,

둘째는 유산계층의 탕재로 민족자본의 형성을 저해하기 위해서,

셋째는 청년층의 민족의식을 주색으로 마비시키기 위해서. (27)

 

잠깐여기 우리말 표현이 자못 예스럽다는 것말하고 넘어가자.

이 책에서 저자는 글을 쓰면서 또는 옛날 문헌을 인용하면서옛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그 뜻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긴 하지만잘 읽어 새겨보면 그 의미를 금방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의 글에서도 탕재라는 표현을 쓰는데이는 재물을 탕진하다는 의미로즉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흥청망청 써버려 민족자본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발굴서술하고 있는데그 내용이 자못 추접스러워서 여기 리뷰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감이 있다.

 

미스 손탁의 화양연화

 

미스 손탁은 그런 시대에 우리나라에 와서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사람이다.

그녀는 알사스 로렌 출신으로 러시아 공사 웨베르의 처형이었다.

웨베르의 위세를 업고 그녀는 조선 궁정에서 명성황후를 알현한 후에 외국인 접대를 담당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다.(49)

 

1902년에는 낡은 한옥을 양옥으로 신축하여 손탁 호텔이라 이름 짓고당시 상류층의 사교계를 주름잡았다.

그럼 그녀의 그 후 모습은그게 궁금했었다.

이 책에 의하면 러일 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가 패전하자그녀는 힘을 잃고 1909년에 고국으로 돌아갔는데그후의 모습은?

재산을 러시아 은행과 기업에 투자했던 그녀는 소비에트 혁명으로 빈털터리가 된 채 71세로 러시아에서 객사하였다고 한다. (51)

 

일본이 만들어주는 화려한 꽃놀이

 

이 책에서 빠트리지 말하야 할 것은 조선 통치를 위해 일본에서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 고위 관료들의 치밀한 공작 행태다.

 

사이토제 2대 총독 :

 

기생 사회에 대하여 친일화 공작을 시행한다.

일본 요정은 가급적 조선 기생을 부르게 하고조선 요릿집은 일인 게이샤를 부르도록 한다.

유흥객도 일본인은 조선 요정을 이용하도록 하고조선인은 일본 요정에서 회합하도록 종용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겼을까?

 

그토록 험악하던 화류계도 지금에 와서는 내선일체를 구하는 봄의 꽃동산이 되고 말았다조선 기생들이 일본 노래를 모르면 기생으로서 위신이 떨어질 만큼 되어서조선인은 물론 일본인들도 도처에서 봄바람 같은 기생들을 만나 연락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총독부 정보위원회는 이들 친일 기생단의 일선 융화장면을 홍보영화로 찍어 전국에 상영하도록 하였다. (230)

 

여기 일선 융화장면의 일선이란 일선(一線)이 아니라 일본(日本)과 조선(朝鮮)을 함께 말하는 일선(日鮮)’을 말한다.

 

거기에는 부화뇌동한 조선인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게이샤에게 당한 총독.

 

하세가와일본군 보병 여단장인 사람으로 나중에 원수가 되고 백작의 작위까지 받게 되는데그가 만난 여인이 고로라는 게이샤다. (205-207)

 

하세가와는 큐슈에서 군대 주둔중에 여관집 딸 고로를 처음 만났는데나중에 고로가 조선에서 게이샤로 일할 때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국 하세가와가 일본으로 귀국을 할 때 고로를 데리고 가는데일본에서 고로는 마침내 백작의 2호 부인이 된다.

결국 고로는 한없는 사치와 허영을 부려 하세가와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흥미있는 것은

그렇게 고로에게 당한 하세가와가 나중에 조선 총독으로 부임해 온다는 것이다고로는 그 무류의 기호술로 하세가와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경제를 파괴한 끝에 호랑이를 마침내 강아지로 만들고 말았다고로에게 데인 하세가와는 그 여파로 총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데그가 총독으로 있을 때 3. 1 운동이 일어난다.

 

그런 그의 행태를 저자는 이렇게 평한다.

 

이리하여 고로는 31 운동의 이면에서 우리에게 약간의 기여(?)를 하고 있었다. (207) 

그는 한가하게 고로와의 악연이 풍기는 냄새에 코를 킁킁대다가 31운동의 날벼락을 맞고 본국으로 쫓겨간다. (208)

 

그러니 고로는 조선에게 약간의 공덕을 쌓았다고나 할까?

 

다시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데,

우선 선생의 친일 행적을 규명하려는 그 끈기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다 소개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례들인용한 문헌들을 읽어보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모두 다 발굴해 내어일제의 강탈과 수탈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알려준 선생의 노력에친일 행적이 이나마 알려지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직도 그런 발굴의 노력을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여태껏 묻혀 있는 친일의 행적들이 다른 가면을 쓰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 민족정기를 흐리게 할지도 모른다.

이 책선생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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