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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사 중심을 관통하는 13가지 질문과 통찰력 있는 답변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월
평점 :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이 책을 읽고 나니, 예전에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분은 수업에 들어오시면 노트를 들고, 그날치 수업내용을 칠판에 가득 써놓으셨다.
우리들은 그걸 베끼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수업시간은 거의다 끝나버리게 된다.
그렇게 그 내용을 읽고, 암기하면서 역사를 배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식을 어느날 선배로부터 듣게 된다.
그 선생님이 벌써 몇 년째 같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신다는 것, 그 선배도 위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해서 당시 우리 학교에 다니던, 다녔던 학생들에게 세계사는 몇 년째 그대로였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역사는 과연 그렇게 한번 기록이 되면 그대로 정지된 상태로 있는 것일까?
저자는 그게 아니라고 한다.
이런 기록, 그래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최근 고고학 연구와 조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바이킹의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졌다. (.........)
이러한 최신 학계의 정보를 고려해 이 책에서는 약탈자가 아닌 상인으로서의 바이킹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36 - 37쪽)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으로 근면과 금욕을 꼽았다.
그러나 경제사의 관점에서 보면 근대 유럽의 경제 성장은 신항로 개척으로 유럽국가들이 신세계와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장거리 무역덕분이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 (89쪽)
그렇다면 지역과 종교와 문화 배경이 서로 다른 상인들이 어떻게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을까?
알고 보면 근대 유럽의 상업 활동의 중심에 ‘구텐베르크 혁명’이 있었다. (90쪽)
그러니 저자가 이 책을 써나가는 형태를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그러나 실제로는.......] (65쪽)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역사서가 [기존 연구에서는.......]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러나 실제로는.......]에 해당하는 역사가 드디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역사는 업그레드된 역사, 최신판 역사인 것이다.
영국산 면직물이 인도에 수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와 설명이 납득이 되어,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영국 섬유산업이 기계화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인도의 전통적인 면직 공업은 기계로 짠 영국제 저렴한 면포에 밀려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183쪽)
세계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설명이다.
(물론 여기 세계사는 '저자'가 말하는 교과서의 세계사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교과서에서 설명한 대로 영국 면제품이 인도 면제품을 간단히 제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뒤떨어져 있던 영국의 섬유 산업이 산업혁명으로 인해 개발, 발전된 기계에 의해 단번에 인도의 섬유산업을 뒤따라잡고 곧 앞서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차분하게 근거를 제시하면서, 설득력있게 설명해주는 내용을 읽다보면, 그간 우리가 세계사 역사책을 얼마나 허투루 읽고,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기록 읽다보면, '이런! 이런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영국과 인도 면 산업에 큰 격차가 벌어지게 한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아시는 것처럼 ‘면(綿)‘이란 목화가 있어야만 한다.
영국에서는 원료인 목화가 재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화 생산 여부야말로 영국이 해결해야 할 핵심문제였다.
이런 면직물 산업의 발전에 관한 대목을 읽으며서 면이 무엇인가, 목화를 생각하지 않고 읽었으니 면직물 산업의 전방 후방 이야기가 연결이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즉, 영국은 자국에서 면화를 생산하지 못하니, 결국 서인도제도와 북미의 남부에서 노예가 재배한 목화를 본국으로 가져와 가공해서 면직물을 생산하는 체계를 확립한다. (185쪽)
그리고 그 다음 순서는 본국에서 기계화로 값싸게 생산한 면직물을 이제 인도로 수출하는 차례가 된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근거를 접하니, 이제 면직물을 매개로 하는 영국의 제국주의 무역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 19세기에는 인도가 영국산 면 수입국으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167쪽)
이런 것도 알게 된다.
‘대항해’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겨난 용어일까? (51쪽)
종교개혁에 앞서 등장한 상인의 정보 네트워크 :
말하자면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에 앞서 상업 세계에서는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일을 더는 성직자가 독점하지 않았으며 상인이 새로운 주역을 맡게 된 것이다. 바로 그 무렵 출현한 것이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이었다. (93쪽)
미국의 먼로주의는 외교용이 아니라 경제용?
1823년 12월 미국의 먼로 대통령은 미국은 유럽 각국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유럽 국가간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한다는 외교방침을 제창했다. 이게 먼로주의다.
그러나 이건 단지 외교적인 원칙이 아니었다.
그 배경에는 경제 정책 측면이 깔려있었다. 중립을 표방하면서 유럽의 각국이 전쟁중인데도 중립을 표방한 미국의 선박은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역사는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책이다.
해서 지금까지 배웠던, 알고 있던 역사는 이제 헌 역사가 되었다.
그러니 새 역사를 배워야 한다. 이 책에서 접하는 역사는 그런 ‘새역사’가 분명하다.
더하여 역사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조목조목 우리가 놓쳤던 것들을 챙겨주면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의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