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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말 - 새로운 번역과 원문을 통해 만나는 셰익스피어의 인생 철학 110가지
가와이 쇼이치로 지음, 박수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2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말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색다르게 만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살펴보는 대신 셰익스피어의 말을 ‘사랑에 대하여’, ‘시간에 대하여’ 하는 식으로 읽어가면서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셰익스피어의 말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살펴보고 있다.
Ⅰ 후회하지 않도록
Ⅱ 삶이 고민된다면
Ⅲ 인간관계로 고민한다면
Ⅳ 전환기를 맞이했다면
Ⅴ 성장하고 싶을 때
Ⅵ 공허함에 사로잡혔다면
Ⅶ 풍요로움에 대해 생각한다면
VIII 연애로 고민이라면
셰익스피어의 생활밀착형 대사
해서 이 책을 읽다보면, 셰익스피어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간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고담준론 대신에 생활에 밀착한 대사를 썼다는 것이다.
이런 것 읽어보자.
마음이 조급해지고 일을 서두르게 되는 경우, 조언이 될만한 셰익스피어의 말은 어떤 게 있을까?
현명하고 신중하게 하거라.
급하게 뛰어가는 자는 넘어지게 마련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제 2막 제 3장에 나오는 대사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런스 신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두 가문의 불화를 끝내기위해서 이 결혼을 성사시키려고 한다. 위에 인용한 말은 로런스 신부가 마음이 급해진 로미오에게 서두르지 말라며 한 말이다. (15쪽)
여기 수록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 책에는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총 40편과 『셰익스피어 소네트(Shakespeare’s sonnets)』 중에서 110가지 말을 골라 하나씩 정성스레 해설을 더해놓고 있다. (7쪽)
지금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모두 37편인줄 알았는데, 40편이라니?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저자가 포함시킨 『두 귀족 친척』, 『에드워드 3세』, 『토머스 모어 경』까지 합해서 40편이 되는 것이다.(7쪽)
『에드워드 3세』는 셰익스피어가 후배 극작가인 존 플레처와 공동으로 집필한 작품인데,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존 케리건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은 특히 다음 세 구절은 셰익스피어가 썼다고 본다. (57쪽)
독 한 방울이 드넓은 바다를 해칠 수 있을까,
그 드넓은 바다가 악을 집어 삼켜
악을 악으로 두지 않는데?
(『에드워드 3세』, 제 2막 제 1장)
내가 이렇게 있는 것도 신의 덕이다.
우리가 감히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하늘의 힘을 하사받은 것이다.
(『토마스 모어 경』, 제 3막 제 1장)
정치인으로서 최고 지위라고 할 수 있는 대법관에 임명된 토머스 모어가 자괴감을 담아 하는 말이다. 이 대사는 공동 집필한 『토마스 모어 경』 중 셰익스피어의 붓일 것으로 추정되는 필적 D로 씌였다. (127쪽)
번역의 참신함, 셰익스피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셰익스피어 번역의 재미있는 점과 어려운 점은 다양한 의미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51쪽)
인생은 짧다. 셰익스피어도 『햄릿』을 통해 “인생 따위 하나 하고 세는 사이에 끝나니까”라고 말한다. 죽음을 강하게 의식한 탓이다. (71쪽)
“인생 따위 하나 하고 세는 사이에 끝나니까”
(『햄릿』 제 5막 제 2장)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사람의 한 평생도 ‘하나’ 세면 끝이지.” (창비, 185쪽)
어느 번역이 입에 차지게 붙는지?
실패한다고요?
용기의 화살을 잔뜩 당기면 실패할 리 없어요.
(맥베스, 제 1막 제 7장)
원문은 이렇다.
Screw your courage to the sticking place,
and we’ll not fail.
‘the sticking place’는 화살을 활시위에 메기고 힘껏 잡아당겨 더는 움직이지 않는 지점을 말한다. 용기를 활시위에 비유해 아슬아슬하게 한계까지 활을 당기는 이미지로, 있는 힘껏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109쪽)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흘러.
(『뜻대로 하세요』 제 3막 제 2장) (28쪽)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맥베스』, 제 1막 제 3장) (48쪽)
말들의 출처 근원을 알게 된다.
빛나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 제 2막 제 6장)
이 말은 셰익스피어가 사용하기 전부터 잘 알려졌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대사로써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201쪽)
사랑은 맹목적이다.
(『베니스의 상인』, 제 2막 제 5장)
이 말은 셰익스피어보다 이전에 쵸서가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썼는데, 셰익스피어로 인해 더 많이 알려진 말이다. (237쪽)
물론 의문이 가는 곳도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를 선택할 수 없는데, 그것은 죽을 때도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자신의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 ‘십계명’ 중 하나가 ‘그대 죽지 말지어다’이기에,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금지한다. 따라서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운명이며, 인간이 때를 고를 수는 없다. (175쪽)
기독교의 십계명 중 ‘그대 죽지 말지어다’ 라는 말이 있는지 의문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것은 분명 있다.
그러나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다음 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그런대로 양해하고 읽어도 될 것이다.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 (『리어왕』, 제 5막 제 2장)
다시, 이 책은?
그간 셰익스피어를 읽어왔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다.
읽은 방법 중 하나는 작품별로 읽어가는 것이다.
작품 하나를 전체로 읽은 다음,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줄거리를 따라가며 읽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읽는 방법 말고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말’에 주목을 한다.
작품 줄거리를 배경으로 하여 그 말을 살펴보는 대신에 그 ‘말’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몰라도 된다.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 ‘말’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말은 힘이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말은 더더욱 힘이 있다.
추신, 하나 빼먹은 것이 있다.
이 책 말미의 <셰익스피어 모든 작품 줄거리> 가 매력적이다. 셰익스피어 모든 작품을 단숨에 꿰뚫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값진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