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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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 소장품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잠시 인용해본다.

(예술문학정신분석지그문트 프로이트열린책들, 541쪽 이하)

 


 

 

프로이트는 위의 책 중 <도스또예프스키와 아버지 살해>라는 글에서 츠바이크를 언급한다.

 

<한 여인의 24시간>이라는 중편소설이 걸작은 여자가 어느 정도로 무책임한 존재일 수 있는지를또 여자가 뜻하지 않았던 경험을 하면서 자신도 스스로 놀라는 어떤 과잉 상태에 빠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소설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소설을 일단 분석적으로 해석해보면 우리는 소설이 제목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즉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일반에 대한 이야기를혹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옳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하 생략)

 

왜 프로이트를 인용하는가 하면예술문학정신분석에서 위의 글을 읽을 당시에는 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프로이트를 소환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는 프로이트가 걸작이라고 할 정도인 이 작품을 비롯하여 모두 6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



그간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와 전기(傳記)류를 읽어왔는데소설은 이책이 처음이다.

 

화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어느새 그 상황 속으로 빨려들어가 작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몰입되어 정신없이 읽게 된다독자들을 그렇게 빨아들이는 작품은 처음인 듯하다.

 

<아찔한 비밀>을 살펴보자.

 

등장인물이 세 명이다.

남작젊은 남자다휴가차 젬머링에 와 호텔에 묵게된 남작은 같이 놀 사람을 물색하다가 큰 키에 풍만한 몸매의 여인이 창백한 사내아이를 데리고’(13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남작여인사내아이이렇게 세 명이 소설을 시작한다. 

어두웠던 남작의 얼굴은 단번에 환해졌다그의 내부에 존재하는 사냥꾼은 바로 여기 사냥감이 있음을 알아챘다. (14)

 

사냥꾼은 사냥감에 접근하기 위해 사내아이에게 먼저 접근한다.

해서 이 소설은 그 사내아이가 어른들의 세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만나게 되고그 그림자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몰라 헤매다가 차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독자들은 세 명의 등장인물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그 사내아이의 편이 되어그 사냥꾼의 수작이 실패하기를그리고 사냥꾼의 함정에 알면서도 빠져들어가는 사내아이의 어머니를 타박하게 될 것이다.

 

남작과 같이 있기 위한 틈을 만들려고 항상 엄마 품에 붙어다니려는 아이를 떼어내기 위해 애를 쓰는 엄마의 모습과갑자기 변해버린 엄아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그리고 그 둘을 요리조리 요리하는 남작의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불안>

 

이레네는 두 아이가 있는 유부녀이다그녀는 피아니스트 청년과 목하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피아니스트의 집에서 나오는 순간한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건다.

남편 있는 사모님이고상하고 점잖은 사모님이 서방질하러 갈 때는 저렇게 차리고 다니는구먼얼굴을 베일로 가려야지가려야 하고 말고.”(113)

 

그렇게 다가온 여인은 곧 돈을 요구하며 이레네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불안이 다가와 몸과 마음에그리고 일상에 내려앉는 순간이다. 

그 불안그녀는 어떻게 감당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그녀 뒤를 따라가며 잘 살펴보자.

독자들은 불안이 어떻게 인간을 점령하고 휘두르는가를 몸소 경험하게 될 것이다물론 간접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소장품>

 

표제작인 이 작품은,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런 와중에 고통받는 한 가정의 안타까운 사연이 펼쳐진다.

소설의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그가 만난 고(미술품 상점의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액자소설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 상점의 고객이었던 산림청 과장인 헤어바트이제는 늙어 은퇴한 사람의 집을 소장품을 보려고 방문한다그 사람은 이제 눈이 멀어 사물을 볼 수 없는 처지이다.

그래서 헤어바트가 소장품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그의 부인이 뭔가 신호를 보낸다.

 

식사 후에 신사분께 소장품을 보여드리고 나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게 낫지 않겠어요?” (246쪽)

 

그래서 다시 호텔로 돌아와 시간을 기다리는데그의 딸이 찾아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그 가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끼?

전후 독일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과 제목이 <보이지 않는 소장품>이라는 것이 정도 말하면 이미 스포일러가 아닐까?

 

<어느 여인의 24시간>

 

이미 프로이트가 말했다이 작품은 걸작이다고.

 


 

다시이 책은?

 

이 책을 평가하자면, ‘읽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로 평할 수 있다.

공연히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읽기 잘했다는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책이 있다그런데 이 책은 읽지 않았더라면 후회할 뻔했다큰일 날 뻔했다는 평가가 제격이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츠바이크괄목상대하게 된다이번엔 소설로그를 다시 보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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