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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평점 :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승용차에 타보는 것은 어떨까?
차 운전석에 앉아, 차 안에 설치된 거울을 살펴보도록 하자
거울이 모두 몇 개인가?
우선 운전석 앞 상단에 설치된 백미러가 있고, 또 밖에는 사이드 미러가 있다.
왜 거울이 여러 개가 필요할까?
3차원의 세계인 입체적인 공간을 2차원의 평면 거울 하나에 완벽하게 담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에 여러 개의 거울이 필요한 것이다. (19쪽)
저자는 왜 이런 말로 다중거울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일까?
저자는 ‘다중거울’이란 용어를 사용해서 역사를 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다중거울을 활용한다는 것은 항상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보고 세계를 보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21쪽)
이런 저자의 충언, 감사한 일이다.
독자 여러분도 각각의 시각이 갖는 장단점을 이해한 후에 역사를 보는 하나의 정형화된 시각을 고집하는 것보다 역사를 보는 다중거울을 구비하고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활용하는 안목을 갖는다면, 역사가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서 한층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5쪽)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근대 동아시아를 ‘다중거울’과 ‘추체험’을 통해 동아시아 근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비판적이고 균형감 있게 음미한다. (8쪽)
저자의 시대구분
19세기 후반 : 아편전쟁에서 청일전쟁 직전까지,
20세기 전반 : 청일전쟁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 종결까지,
20세기 후반 : 일본의 패전에서 냉전의 종언까지,
21세기 초반 : 탈냉전에서 현재까지.
이를 정리한 도표,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어 옮겨놓는다.

19세기 후반 : 아편전쟁에서 청일전쟁 직전까지,
동아시아의 19세기는 문명사적 전환기로서 외래의 문명기준에 따라 고유의 문명기준이 뒤집히는 ‘문명기준의 역전’의 시기였다.(167쪽) |
아편전쟁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
아편전쟁은 의외로 중국 정부에 위기감을 주지 못했다. 아편전쟁은 영국에는 국가 차원의 전쟁이었으나 중국은 아편전쟁을 지방 차원의 사건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편전쟁에서 매우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아편전쟁은 서양 국가들의 침략성과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본성을 서양에 대한 일본의 전통적인 관념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오랑캐를 배척한다는 양이론이 일본 열도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들어갔다. (99쪽)
그럼 조선은 어땠을까?
매년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오는 연행사절을 통해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 등 중국의 내우외환의 상황에 대해 보고 받던 조선 조정으로서는 중화질서가 동요하는 것을 그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집안 단속에 박차를 가할뿐이었다. (131쪽)
당시 상황에 대한 조선의 인식
조선은 당시 상황을 서양 오랑캐라는 새로운 위협적 요소의 증가라는 양적 차원의 변화로만 해석하려 했다. 그럼으로써 조선이 속해있는 동아시아 질서 자체가 근저에서부터 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예측하고 대응하지 못했다. (134쪽)
20세기 전반 : 청일전쟁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 종결까지,
이 시기는 극단의 시기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인류가 과학기술 혁명 등에 힘입어 전에 없는 풍요로움을 구가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전쟁 등을 비롯한 광기와 학살, 혁명과 파괴와 같은 상처로 얼룩진 시대였다. (167쪽) 동아시아의 20세기는 ‘근대 따라잡기’의 세기라고 할 수 있다.(167쪽) |
서양의 제국주의와 일본의 제국주의가 다른 점은? (229, 280쪽)
서양의 제국주의는 유럽의 기독교 문명권 국가들이 다른 비기독교 문명권 국가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진행되었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동일한 문명적 기반을 갖는 국가들에 이른바 ‘근린 제국주의’, 즉 가까운 이웃 제국주의를 펼쳐나갔다.
그래서 이런 행태를 보였다.
현실적으로 식민지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식민지와 제국 일본의 차이를 강조하는 문명과 야만의 논리를 적용했으며,
식민지로부터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할 때에는 ‘동양 평화론’, ‘동문동종론’을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등 제국 일본의 내지와 외지의 ‘일체성’을 강조하였다.
20세기 후반 : 일본의 패전에서 냉전의 종언까지,
동아시아에는 견고한 ‘전후체제’가 모습을 드러나게 된다. (295,388쪽) 첫째, 한반도의 적대적 분단체제, 둘째, 평화헌법과 미일 안보체제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경제우선주의, 셋째, 중국의 양안관계로 상징되는 두 개의 중국 체제 |
냉전이 종식되었으나 동아시아에는 국가간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20세기 불행했던 역사에 관한 진지한 대화나 성찰,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자기 중심적인 편의적 해석이 무성한 만큼 적대감과 두려움, 상호 불신이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다. (365쪽)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항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는 왜 집단안보기구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373쪽)
전후 유럽에서는 NATO를 중심으로 한 서방의 다자간 안보체제가 형성되었는데, 동아시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과 각각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중심의 양자 동맹체제가 형성되어 있을뿐, 다자안보체제는 형성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감 때문이다.
해서 동아시아 각국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이 국가의 비전을 설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문제가 되면 갈등의 소재로 남아있게 된다.
21세기 초반 : 탈냉전에서 현재까지.
911 사태로 시작한 21세기는 어디로 가게 되며, 동아시아는 어떤 현실과 직면하게 될까?
동아시아는 미국의 테러전쟁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약하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통제하에 있으며 테러의 위협을 세계에서 가장 덜 느끼는 지역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변수가 나타났다 북한의 북핵문제이다. (384쪽) |
※ 이 책에서 아주 유용한 부분 소개한다.
바로 <NOTE> 라는 항목이다.
저자가 본문에 기술한 내용 외에, 중요하고 또한 흥미있는 주제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적어둔 것들인데, 본문을 이해하는 데는 물론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에 관한 귀한 자료라 생각되는 부분이니, 책을 읽고 별도로 다시 한번 정리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동아시아를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역사를 통시성과 공시성을 겸하여 함께 살펴보는, 고급 역사서라 할 수 있다.
또한 동아시아도 단순히 그 지역만 살피는 게 아니라, 전 세계를 전제로 하고 동아시아를 살펴보고 있기에 동아시아가 세계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조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