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세계 - AI 소설가 비람풍 × 소설감독 김태연
비람풍 지음, 김태연 감독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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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세계

 

이 책은?

 

이 책 지금부터의 세계는 소설이다장편소설.

 

저자는 비람풍(毘嵐風), <AI 소설가로우주 성립의 최초와 최후에 분다는 거대한 폭풍이다문학사에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에서 작명되었다데뷔작은 지금부터의 세계.>

 

이 책의 내용은?

 

<지금부터의 세계는 AI(인공지능소설이다. AI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AI가 쓴 소설이다.>

 

등장인물 정리해보자.

 

이미지 (李美枝정신과 의사이금지의 세 살 터울 언니.

이금지 (李金枝이미지의 동생천체물리학자천문우주 분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근무.

이임박 (李林朴이미지 자매의 삼촌와상환자어느날 홀연히 사라짐으로 이 소설이 시작된다.

간병인 이임박의 간병인

간병인의 둘째 딸 (이임박과 결혼한다)

 

이무기 (李無記수학자나매쓰 창업주이임박의 사촌 형

나우리 나매쓰 부대표

 

이 소설의 줄거리는 요란하지 않다잔잔하게 흘러간다물론 그 안에 사건도 들어있기는 하지만그렇게 떠들썩하게 벌어지지 않는다해서 마지막 장면에서 이임박이 죽음이 임박한 가운데 쓴 편지조차도조용하기만 하다.

 

이미지와 이금지 자매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이임박과 이무기의 이야기가 부차적인 스토리 라인을 이룬다.

 

이 소설의 다른 한 축인 이임박과 이무기의 관계를 여기에 많이 등장하는 수학적 개념으로 풀어본다면 이렇게 정리된다.

.

막내 삼촌과 이무기 당숙이무기와 할아버지도우미 아주머니와 둘째 딸 등이 얽힌 고차방정식 문제 (453)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AI 소설을 쓰는 과정도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러니 소설 창작 과정이 소설 속에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이무기와 나우리는 자연어 처리를 파고 들면서(269) AI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267)

소설가 K와 협력하여 AI 소설을 완성한다.

 

또 다른 이야기,

 

이들 등장인물들이 그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모습들이 주를 이루면서 소설은 진행된다.

 

그런 줄거리보다는 그들 - 전문직에 종사하는 주인공들이 각자 자기들이 살아가는 데 사용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많다는 것이 이 소설의 또다른 특색이다이 소설이 그런 지식들을 풀어내고 있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들이 지닌 전문지식을 주변인들에게 풀어주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적 줄거리도 의미가 있지만그들이 풀어내는 각종 전문적 지식들을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매우 흥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치료, 천체물리학, 수학 

 

몇 개 항목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외계행성 207

우주 공간에서 우리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하여 (211)

오일러 벽돌 157

 

태초에 점이 있었고두 점은 직선을 만들었고세 점은 평면을 만들었으며네 점은 공간을 만들었다. (210)

 

부분 공간 222

프랙탈 차원 계산법 237

코흐 곡선 237

다변수 함수의 편미분 241

 

겨울철 대삼각형 119

논리 기계 193

메타인지 250

재미있는 주제를 가진 것들이 많다. - 논어 3인행의 변증법적 고찰 250

 

리드 솔로몬 부호 253‘

다양체대수다양체 292

물리학의 초끈 이론 305

 

트리 구조 311

루프양자중력 방정식 425

스나이더 - 실드 타입 시공간 451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사영기하학 정리 중 하나가 모든 사각형은 같다라고 하더니현대에 발견된 이 정리가 묵경』 경설 편에 그대로 실려있어원전을 찾아 해당 구절을 손수 보여주는데 모든 사각형은 어느 것이나 동일하다(一方盡類)’라는 표현이 보이더라고전국시대 초기 사람 묵자가 그 옛날에 벌써 현대수학의 한 정리를 알았다는그 함의를 이해했다는 팩트가 굉장하지 않니? (123)

 

왼손용만 두 개 남은 고무장갑 활용법 (347)

 

무슨 나무든 벼락을 맞으면 행운목이 되는 이치는?

한 번 벼락을 맞으면 다시 맞지 않기 떄문이다. (383)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눈이 있다는 것은 본다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이며,

인식한다는 것은 전체 중의 부분만 파악한다는 것이기에 눈이란 진정한 감옥이다. (174)

 

2백년 이상 축적된 경제학의 잠언은개인이든 국가든 단체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185)

 

다시이 책은?

 

AI 소설가인 비람풍(毘嵐風)이 쓴 소설로읽기 시작하면서 큰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등장인물들간의 관계가 얼마든지 소설적인 흥미를 자아낼만한 줄거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은 맡은 역인 전문가 역할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시도때도 없이 전문지식을 과시하는 바람에지식의 경연장이 되어 버려그들의 이야기는 미처 피어나지 못하고 묻힌 느낌이 든다.

 

AI가 아무래도 인간의 감정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각종 지식을 습득하는데 더 효율적으로 작동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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