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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들 -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빛이 있다 ㅣ 들시리즈 3
이주원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8월
평점 :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 별자리들
이 책은?
이 책 『별자리들』은 <우리의 시간에 동행하는 별빛이 있다>라는 부제가 있는데,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주원, <천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금은 어린이 천문학 교육회사에서 천문학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거창하게 설명했지만, 이 순간 내 바람은 소박하다. 이 책을 여기까지 읽어 준 당신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밤하늘을 응시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밤하늘이 주는 위로와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185쪽)
이게 이 책의 결론이다. 거기에 저자의 경험도 덧붙인다.
나는 힘들고 어려운 일과 마주칠 때마다 밤하늘을 보며 위안을 찾는다. 저 달이 지고 다음 보름달이 뜨면, 또 그다음 보름달이 뜰 때쯤이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고 나 역시 괜찮아질 거라고. (185 - 186쪽)
그러니 천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천문학의 용도를 더 넓혀, 우리들의 가슴에 별자리가 주는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이과 책이 아니라, 인문학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을 감상의 소재로만 삼아서야 쓰겠는가. 해서 저자는 먼저 천문학을 천문학적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선적으로 과학적 토대 위에 천문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설명, 하늘을 과학적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옛날 사람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반짝하고 나타난 별을 ‘새로 태어난 별’이라고 해서 ‘신성’ 또는 ‘초신성’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별들이 갑자기 밝아진 것은 새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별은 조용히 죽지 않는다. (36쪽)
1920년대만 하더라도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는 매우 적었다. 인류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인줄 알았다.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 사람은 에드윈 허블이라는 천문학자다. (59쪽)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은하 말고 다른 은하도 있다는 말인가?
우주에 우리 은하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은하에서 250만 광년을 가면 비슷한 은하,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그리고 주변의 작은 은하 몇 개를 합쳐 ‘국부 은하군’이라 부른다. 그리고 몇몇 은하군들을 모아 ‘은하단’이라고 부르고, 은하단이 모여 ‘초은하단’이 된다. (126쪽)
그러니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런 우주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아시아
지구
태양계
우리 은하
국부 은하군
은하단
초은하단.
그런 은하에 살고 있는 나, 이 책에서 이런 글 읽고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그리고 어떤 깨달음도 어느새 마음 속에 지어진다.
망원경 속의 달을 볼 때면 여전히 소름이 돋는다. 신기해서 그렇다. 삼십 년 넘게 달을 봤으면서 아직도 그게 신기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로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여전히 신기하다. 어째서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에 떠있는 거냐고.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냐고, 어째서 너는 매번 그렇게 새로운 거냐고, 달을 바라보며 그런 바보 같은 질문들을 마음속으로 건네곤 한다. (132쪽)
저자가 겸손해서 그렇지, 그런 질문이 바보같다고? 천만에. 그런 질문이 우리 인류를 달나라로 가게 했고, 수많은 우주선을 쏘아올린 ‘천재’ 같은 질문인 것이다. 해서 그런 달, 한번쯤 과학적으로 말을 건네볼 생각 해보는 것도 이 책이 던지는 도전 과제 중 하나다.
그러니 이런 것은 알아두기로 하자.
이런 사람 이름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 :
하버드 천문대의 여성 조수.
천체들의 거리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164쪽)
베스토 슬라이퍼 :
은하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165쪽)
할로우 섀플리 :
태양과 지구가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탄생하려면 거주지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한다. (167쪽)
다시, 별은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자신들이 세상의 전부이자 중심인줄 알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안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는 것, 그것이 천문학의 본질이 아닐까? (185쪽)
어디 천문학뿐일까,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그런 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어 하늘을 바라보고,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시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은 저자의 글, 답변 중 일부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과거에 출발한 별빛을 볼 수 있는 건, 지난 과거를 보며 현재를 충실히 누리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프고 깨닫다 보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한 나 자신을 미래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138쪽)
더하여 저자는 이런 시(詩)로 시간을 응축시켜 놓는다.
어딘가에 나의 메아리가 있다. 내가 혼자라고 해도, 나의 시간에 동반하는 당신의 시간이 있다. 우리는 같은 영원 속에 산다. (한정원, 시간의 흐름) (139쪽)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 :
저자는 이 탐사선을 주인공으로 하여 멋진 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는 각자 읽어주시기 바라지만, 이런 글은 꼭 적어두고 싶다.
여기서 혼자 무얼 하고 있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호기심을 거두지 않고, 끊임없이 이 세상을 보는 것이 내 일이다.” (170쪽)
다시, 이 책은? - 이런 자세가 참 좋다.
별과 은하, 그리고 우주도 원자(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 더 나아가서는 원자핵을 이루는 쿼크(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입자. 더 이상 작은 물질로 쪼개질 수 없는 점 입자)라는 존재로부터 시작됐다. 이곳 우주에서 처음부터 거대하고 대단한 건 없다. 모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작은 존재들이 지금의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 내기까지 138억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결과로 태양과 지구가 만들어지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건들의 결과로 지구에 생명체가 태어났고, 인류가 탄생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뚫고 나와 당신이 태어났다.
그러니 밤하늘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인생이 덧없다고 느끼지는 말기로 하자. 그대신 자부심을 가지자. 우리는 우주의 과거이자, 또 미래라고. (127 - 128 쪽)
이런 마음가짐,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져보면 어떨까.
아니 그런 자세, 하늘 보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져보도록 하자. 하늘은 꼭 밖에 나가 하늘을 바라봐야만 하는 게 아니다. 책을 보면서도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다.
이 책, 우리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라 한다. 좋다. 그래서 좋다. 이 책! 하늘도 알고, 나도 알고, 그러면 인생을 제대로 아는 것이 될테니, 손자병법의 그 유명한 말.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런 말보다 더 깊이 새겨놓아야 할 말이다.
끝으로 한 구절 더 저자의 이런 당부, 잊지 말자.
사람이든, 세상이든, 우주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대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뉴턴을 비롯한 천문학자들이 빛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듯이, 우리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 일상 속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작고 희미하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눈과 마음을 가지기를 고대한다. (182-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