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생 -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앤드루 H. 밀러 지음, 방진이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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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생

 

이 책은?

 

이 책 우연한 생은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앤드루 H. 밀러, <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인디애나 주립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존스홉킨스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있다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학을 주로 연구하며 문학이 윤리학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에 대한 성찰을 해보게 된다,

대체 는 누구인가어떤게 나인가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를 정의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들이다그런 경험들이 곧 나다. (18)

 

그다음 그런 는 단독자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와 가 분리되는 것을 알고 단독자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 단독자의 가장 큰 표시는 타인에 대한 무심함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카루스의 추락을 그린 그림이다.

 

피테르 브뢰헬이 그린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다.

전에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이 그림을 보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아니 이카로스가 어디에 있지이카로스를 주제로 한 그림의 대부분이 떨어지고 있는 이카로스를 그리고 있는데이 그림에는 떨어지고 있는’ 이카로스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자세히 보니그제서야 보였다오른 쪽 하단에 바다에 이미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그가 보인다.

 


 

 

이를 소재로 한 W. H. 오든의 시가 그 광경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읽어보자.

 

예를 들어 브뢰헬의 이카로스를 보라모든 것이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재앙에게서 꽤 느긋하게쟁기질을 하는 남자는

아마도 풍덩 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그 고독한 외침을,

그러나 그에게 그것은 중대한 실패가 아니었다 태양이 빛났다

초록빛 물 속으로 사라지는 하얀 다리 위에서

빛났던 것처럼그리고 호화롭게 우아한 배에서 보았을 것이다.

뭔가 놀라운 것을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년을,

가야할 곳이 있었고 조용히 계속 항해했다. (68)

 

하늘에서 누가 떨어지든 그들은 자기 일만 묵묵히 한다.

배조차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년을 보았지만가야할 곳이 있었기에 조용히 계속 항해를 했다.

 

그게 바로 다른 이들에 대한 무심함이다. (69)

나도 타인에게 무심하고타인도 나에게 무심한 것이다그게 사람이다.

 

그걸 일컬어 삶의 단독성이라 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 관점을 돌린다어떻게 돌리느냐?

 

'내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내가 누가 아닌지'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면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이 내가 누가 아닌지를 잘 설명해 준다.

 

노란 숲 속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네

그리고 나는 둘 다 갈 수 없는 것이 아쉬웠네

그리고 나는 한 길만 가야 했기에오래도록 서서

한쪽 길을 최대한 멀리까지 내다 보았네

구불구불 덤불 아래로 사라지는 곳까지;

 

그러고는 다른 길로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길로 갔다네

그리고 그 길은 수풀이 우거지고 덜 닳은 듯 해서

더 갈만 하다고 생각했기에: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하략)

 

저자는 시에 등장하는 구절,

그리고 나는 한 길만 가야 했기에오래도록 서서

한쪽 길을 최대한 멀리까지 내다 보았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여러 문학작품을 살펴보면서멀리까지 내다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거론되는 작품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헨리 제임스 밝은 모퉁이 집』 30

칼 데니스 당신을 사랑하는 신』 47

프랭크 카프라 멋진 인생, 103

이언 매큐언 속죄』 221

 

각각 단편소설영화장편소설이다그런 작품 안에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추적하고 있다.

 

이밖에도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도 그중의 한 작품이다. (65)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바로 속죄이다.

이언 매큐언의 작품은 소설로도 영화로도 본 적이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저자의 설명을 경청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은 자매인 세실리아와 브리오니그리고 로비가 있다.

브리오니는 열 세 살그러나 조숙하여 자기 자신을 어엿한 작가라고 생각하는 소녀다.

 

세실리아와 로비 간의 오고간 눈빛을 알아차리고거기에 우연한 일로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전해 달라고 한 편지 (쪽지)에서 이상한 문구를 발견하게 되자, 브리오니는 로비를 이상한 사람으로 단정짓는다그때 마침 사촌 롤라가 강간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브리오니는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하고결국 로비는 감옥에서 5년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일어난 전쟁의 와중에서 로비는 형기를 채우고 군대에 입대하여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게 되고세실리아는 간호사로브리오니도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브리오니는 나중에 자기가 저지른 일을 후회하게 되는데....

소설 끝에 놀라운 반전이 있는 그러한 작품이다.

 

브리오니의 거짓된 증언이 없었다면 행복하게 맺어졌을 세실리아와 로비는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상처를 입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작품 속에는 그들이 못 살아본 인생들로 가득하다.

 

이런 회한들로 넘쳐난다.

 

세실리아로 사는 것은 브리오니로 사는 것만큼이나 생생한 경험일까? (223)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내면에서 다양하고 특별한 경험들을 쌓아가고 이를 통한 각자의 단독성이 아주 정교하게 서술된다. (223)

 

속죄를 비롯한 다른 작품에서도 저자는 주인공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끌어내, 그들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다시 이 책은?

 

우연한 생은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그러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이 우연일 수도 있다속죄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단독자이면서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살았던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 인생에 대한 귀한 가르침짤막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가르침이 아닐까.

 

때로는 내가 상상한 자아들이 훨씬 더 내 곁에 머물면서 더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앞으로 나는 그 자아들이 계속 머물도록 허락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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