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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철학 -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피터 싱어까지
한스 베르너 인겐시프.하이케 바란츠케 지음, 김재철 옮김 / 파라아카데미 / 2021년 6월
평점 :
동물에 대한 동정과 자비의 역사 - 『동물철학』
이 책은?
이 책 『동물철학』 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피터 싱어까지> 동물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고 있는 철학의 역사서이다.
한스 베르너 인겐시프, 하이케 바란츠케 공저다.
한스 베르너 인겐시프는 독일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에서 철학 및 과학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며, 하이케 바란츠케는 독일 본 대학의 신학과에 소속된 공동연구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생명체는 자기 보존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먹고 살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동물은 종속 영양을 하는 생명체이다.
여기에는 다른 동물의 살을 먹는 육식동물,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 둘 다 먹는 잡식동물들이 있다. (28쪽)
여기 잡식동물에는 인간도 포함된다.
종속 영양을 하는 동물은 독립영양을 하는 식물과 대조된다. (28쪽)
동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한 시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이론을 처음 제시한 아리스토텔레스(BC 384 ~ BC322)부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선언한 피터 싱어(1946~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들도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 개념은 유기체의 생명운동 원리로서 그 능력에 따라 서열을 결정한다. 이에 따르면 지각능력과 감각능력을 가진 동물은 감각이 없는 식물과 감각능력과 사고능력을 가진 인간 사이에 놓인다.
이러한 영혼의 서열적 단계질서는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자연법 이론에 영향을 주었다. 영혼뿐만이 아니라 본능, 감정, 이성과 같은 개념들이 동물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저변에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은 이러한 개념들과 더불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 전체에서 드러나는 동물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아우르는 동물철학의 역사서이다.
동물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주장을 살펴본다.
헤시오도스
맨 처음 동물을 거론한 것을 헤시오도스다.
그는 『신들의 계보(신통기)』를 써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정리한 사람이다.
그는 또다른 책인 『노동과 일상(일과 날)』에서 동물을 거론한다.
헤시오도스는 동물은 법이 없기 때문에 서로 잡아 먹으며 살지만 인간은 제우스가 부여한 법이 있기 때문에 동물과 달리 우월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고 신화적으로 설명했다. (14쪽)
더 자세한 기록이 137쪽에 나온다.
인간의 법 공동체에서 동물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일상』에서 처음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것은 제우스가 인간에게 부여한 질서이다.
물고기, 야생동물, 날개를 가진 새
이것들은 서로 잡아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들에게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우스는 가장 탁월한 자로서 자신을 월등하게 증명할 수 있는 법을 인간에게 주었다.”
우리말 번역으로 자세히 살펴보자.
오오! 페르세스여, 그대는 이점을 명심하고
정의에 귀 기울이되 폭력일랑 아예 잊어버리시라!
크로노스의 아드님(즉, 제우스)께서는 인간들에게 그런 법도를 주셨기 때문이오.
물고기들과 짐승들과 날개 달린 새들은 그들 사이에 정의가 없어
그분께서 그들끼리 잡아먹게 하셨으나, 인간들에게는
월등히 훌륭한 것으로 드러난 정의를 주셨던 것이오,
(『일과 날』, 헤시오도스, 천병희 역, 273-279행)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는 인간은 쾌를 위해 서로에게 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보호계약을 맺는 능력을 가졌지만 동물에게는 법도 불법도 없다고 보았다. (14쪽)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자.
먼저 정의의 원천에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있다.
정의는 자연에서 온 것인가, 인간의 전통인 법에서 온것인가, 아니면 자의적인 정립에서 기인 한 것인가?
이에 대하여 에피쿠로스는 정립에 의한 것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이롭다고 인정되는 것, 즉 공동체에서 서로 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상호적인 합의가 정의롭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반대는 쾌의 감각을 아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계약을 맺을 수 없으므로 법공동체로부터 배제된다.
에피크로스의 핵심원칙은 다음과 같다.
“상호간의 상해에 대한 보호계약을 맺을 수 없는 생명체에게는 법(정당한 것)도 불법(부당한 것)도 없다.” (138쪽)
이렇게 헤시오도스와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정의와 관련하여, 동물을 거론한다.
인간의 정의에 적용할 수 없는 대상으로 동물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사람들은 동물에게 어떤 호희도 베풀 수 없다. 왜냐하면 동물은 행복의 능력이 없으며 창조자조차도 동물에게 어떤 친애도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146쪽)
여전히 다음과 같은 견해가 우세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를 위해 동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것은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148쪽)
그후에도 이런 생각은 계속 이어져 온다.
존 롤스조차도 그의 『정의론』에서 동물은 제외된다. (140쪽)
이에 대하여 로슬린드 고드로비치는 동물이 다수의 사람은 물론이고 철학자에게도 정의로운 공동체의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수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당시 출판된 롤스의 『정의론』이 동물에 관해서는 사실상 최소한의 부분도 할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132쪽)
포르피리오스의 견해
그러나 그런 견해는 차츰 바뀌게 되었는데, 신플라톤주의자인 포르피리오스의 견해가 그렇다.
정의란 해를 입히지 않는 자에 대해 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억제하는 것인데 이런 정의의 개념은 인간의 범위를 넘어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 형식은 ‘인간 사이의 친애’ 일뿐 정의하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1쪽)
동물윤리학은 그로부터 근대를 지나면서 등장하게 된다.
동물윤리학
동물에 대한 윤리적 물음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타당하게 여겨진 ‘식물은 동물을 위해, 식물과 동물은 인간을 위해 있다는 인식이 워낙 팽배해서 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인식은 19세기에 와서 바뀌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도 있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심어준 것은 호주의 윤리학자 피터 싱어였다.
그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주장한다. (129쪽)
또한 옥스퍼드 대학의 리처드 라이더는 종차별주의를 거론한다.
종차별주의란 인간종족의 귀속성에 근거하여 인간의 특수한 지위를 주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이다. (129쪽)
이 주장은 라이더에 의해 인종주의 개념과 대비하여 만들어진 용어이지만, 싱어에 의해 동물윤리를 위한 투쟁적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214쪽)
피터 싱어, 로슬린드 고드로비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동물도 도덕적 평등한 구성원으로서 ’도덕 공동체‘ 안에 수용되어야 하며, 그러한 방식으로 ’도덕적 지위‘를 가져야 한다. (132쪽)
기독교적인 관점에 의하면
인간과 동물이 고통과 욕구를 똑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의 이웃 사랑을 무이성적 피조물에까지 확장하고, 최종적으로는 굶주린 인간을 위해 무료급식소가 있는 것처럼 욕구를 가진 동물을 위한 동물보호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167쪽)
인간에 의해 경험되는 신적인 자비는 인간 사이의 영역뿐만 아니라 가축과의 관계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 (157쪽)
이상적인 창조의 관점에서 볼 때 천국에서는 근원적인 채식주위가 지배한다.
잠언서의 한 구절은 초기 동물권 운동에 적합한 모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잠언서의 한 구절은 루터 번역판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의로운 사람은 자신의 가축을 불쌍히 여기지만 신이 없는 사람의 마음은 무자비하다.”
이를 요즘 사용하고 있는 우리번역 성경으로 읽어보자. (잠언 12장 10절)
“의인은 자기의 가축의 생명을 돌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의인은 집짐승의 생명도 돌보아 주지만, 악인은 자비를 베푼다고 하여도 잔인하다.”
다시, 이 책은?
그밖에도 살펴보고, 여기 기록하고 싶은 사건, 견해가 많이 있지만, 더 적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지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는 가축들, 반려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런 생각들이 자리잡기까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바뀌게 되었나를 살펴보는 진지한 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철학적 접근을 넘어 동물과 가까워지면서 동물에 대한 이해 및 동물 보호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일반인에게도 풍부한 식견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역자의 바람(237쪽)에 대하여,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충분히 부응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