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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역사 -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지음, 윤승진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지능의 역사를 찾아가는 지적 모험 - 『지능의 역사』
이 책은?
이 책 『지능의 역사』는 <인류의 기원에서 인공지능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호세 안토니오 마리나,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작가, 교육자이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국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에드문트 후설 현상학을 공부했다. 그는 지능과 예술, 과학이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깊이 연구했으며 신경학에서 출발하여 윤리로 마무리되는 ‘지능 이론’을 개발했다. 창조와 감정, 의지, 언어, 윤리에 관한 다양한 책을 썼으며, 열정적인 강연자이자 교육 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주제는 ‘인간 지능’이다.
‘인간 지능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제목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 지능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인간의 다른 분야는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겠지만, 인간 지능의 역사를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그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스백이란 존재를 설정한다.
우스백은 미래에서 온 존재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에, 그래서 익숙해진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기에, 저자는 우스백이란 미래에서 온 존재를 내세워, 우리의 지능을 ‘낯설게 보기’ 방법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우스백과 함께라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역사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11쪽)는 기대를 가지고, 저자는 지능의 역사를 찾아간다.
해서 이 책은 인류의 지능을 찾아 나서는 지적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지적 모험’, 그게 펼쳐진다.
우선 목차를 살펴보자. 우리에게 뭔가 실마리를 주는 개념들이 보인다.
프롤로그: 인류의 수수께끼
1장. 현재의 계보
2장. 영적 동물의 출현
3장. 기계 속 유령
4장. 새로운 진화력
5장. 공진화
6장. 사냥꾼, 시민이 되다
7장. 위대한 영적 혁명
8장. 피조물에서 창조자로
에필로그 : 네 번째 축의 시대
끝에서부터 읽어보면, ‘축’이 가장 결론이 되는 개념이다.
그 다음, 피조물과 창조자의 관계도 거론이 될 것이고, 또 영적 혁명과 영적 동물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을 재정의할 것도 같다. 그러한 개념들이 계속해서 인간의 지능과 연결되어, 설명하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개념들이다.
일종의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이론을 적용하여.
자, 정리해보자,
우리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 인간을 전혀 모르는 다른 외계인이 우리를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시점의 우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 즉 처음부터 훑어봐야 제대로 볼 수 잇을 것이다.
인간 세계를 현재의 모습까지 이끌어온 원동력, 이유, 동기, 과정들을 이해하려면 인간 세계의 기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23쪽)
그래서 이 책은 현재에서 시작하여 역사의 거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일종의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 지능은 역사적으로 검토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은 설명하는 존재
인간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저자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매우 통찰력이 돋보이는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의 뇌가 이야기 구조로 짜여있다.
장 마르탱 샤르코가 관찰한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최면상태에 빠진 채 방안에서 우산을 펴라는 다소 황당한 명령에 복종했던 환자들이 최면에서 깨어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상황에 대해 해명을 늘어놓았다는 이야기다.
모든 문화에 신화적 설명이 존재한다.
사피엔스는 그들을 둘러싼 것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간의 역사는 대부분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들을 과학 이론으로 대체해 가는 과정이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상상에서 이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인간 지능을 길들이는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해하고 설명을 구했던 인류의 열망이야말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근원적 동력이 아니었겠는가. (38- 39쪽)
인류의 문화 ? 불의 사용후부터
인류 즉 사피엔스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인류의 문화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문화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의 사용도 문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에게서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문화의 기원을 찾는 관점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동인도의 한 섬에서 고립되어 살았던 안다만 부족에게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
신화는 선조들의 기억을 유지하려는 후대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뉴질랜드부터 그리스까지 자신의 기원을 말하는 신화에는 하늘과 땅의 분리와 함께 불의 출현을 묘사하는 신화들이 많이 있다.
(……)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확산됐을 것이다.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모방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62쪽)
경이로운 루프
인류의 특징 중 이런 게 있다.
지능 발달의 방법이 루프처럼 한번 그 안에 올라가면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점증적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 그것을 저자는 경이로운 루프라 부르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인간의 지능은 변화하면서 발전한다.
지능은 언어를 발명하고 언어는 지능을 재설계한다. 지능은 문자를 발명해 내고, 문자는 다시지능을 재설계한다. (23쪽)
사피엔스의 지능은 지능으로 되돌아가고, 지능을 변화시키는 무언가를 창조한다. 그것이 학습이 하는 일이다. (130쪽)
축의 시대
우스백이 인간에게서 발견한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축은 변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축이란 수레 또는 자동차 바퀴를 굴러가도록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인데 이 개념을 사용하여 인류 지능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첫 번째 축의 시대. 약 1만년전 유목생활을 하던 사피엔스는 더 잘 살고자 하는 욕망, 안락함에 대한 욕망, 행복에 대한 욕망으로 한 곳에 정착하며 땅을 경작하기 시작했는데 (191쪽), 이는 인간의 모험사에 매우 중요한 변화로 이를 첫 번째 축의 시대라 부른다.
두 번째 축의 시대에서는 종교, 정치, 경제 영역에서 자성에 관한 관심이 일어났다. 그리고 자성에 관한 도구가 발명된다. (217쪽)
종교적 축의 시대라는 개념은 칼 야스퍼스가 제창한 것으로, 기원전 750년부터 기원전 350년대에 시작되는데, 야스퍼스는 사피엔스의 역사상 가장 심도있는 변화 즉 인간다워진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218쪽)
그 뒤로 세 번째 와 네 번째 축의 시대가 이어지는데,
첫 번째 축의 시대는 인류는 확장된 사회로 전환을, 두 번째 축의 시대에는 종교를 통해 내면성을, 세 번째 축의 시대에는 인간의 시각으로 본 과학과 기술의 승리를 이룬 시기다.
그리고 우스백은 영구히 개선된 인류의 시대가 되기를 열망하는 바람으로 네 번째 축의 시대를 기대한다. (280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우스백이 사고하는 방식을 먼저 소개한다.
비주얼 씽킹(visual thinking)이라는 방법과 비슷한 방법을 구사한다.
이는 말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활용하는 기법이다.
해서 개념지도, 그래프, 그림 등을 사용하여, 지능의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해서 이 책을 읽을 때, 우선 문자로 서술된 부분을 다 읽고나면, 그림과 도표 등 이미지를 활용한 페이지가 등장하여, 우리가 생각을 정리할 여지를 제공한다. 들었던 설명이 시각적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글과 시각 또는 자연의 관계에 대하여,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 하나 있어 옮겨본다.
해 질 무렵에 바닷가를 거닐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 문학과 예술이 다 망쳐놓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토록 찬란한 자연 경관을 자연 속에서 경험하기보다 그림이나 시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석양을 보면 문학작품에서 경험한 석양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와 해걸음은 이제 책에서 얻는 경험이 되었으며, 그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일종의 내적 수치를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자연이어야 할 문화는 그렇게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글과 시를 만들었지만 그런 우리는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글을 떠올리고 있다. (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