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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탄생 -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
주성원 지음 / 행복한작업실 / 2021년 2월
평점 :
신기함 그 자체를 맛보시라 - 『일상의 탄생』
이 책은?
이 책 『일상의 탄생』은 <오늘을 만든 사소한 것들의 위대한 역사>라는 부제의 말 그대로,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하여 역사와 유래를 살펴보는 책이다.
우리 일상을 돌아보면 금방 눈에 뜨이는 것들이다. 모두 87가지.
저자는 주성원, <오랜 기간 신문 기자로 일하다 뒤늦게 방송으로 옮겨 기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산업, 스포츠, 문화부 기자와 논설위원을 지내면서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취재했다. 여러 분야 종사자와 교류하거나 읽을거리, 볼거리를 찾아가며 관심의 폭을 넓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읽어보니, 새삼스럽게 모든 것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는 나대로 살아온 역사가 있지만, 그건 아주 일천한 역사에 불과하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그야말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나는 그저 그러한 것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Chapter 1 삶터와 일터 Home & Office>편을 보자.
화장실, 아파트, 초고층 빌, 시계, 종이, 전지, 컴퓨터, 인터넷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라도 나와 연관이 되지 않는 게 있는지?
Chapter 2 쇼핑과 패션 Shopping & Fashion
Chapter 3 활동적인 여가 생활 Sports & Leisure
Chapter 4 식탁 위의 즐거움 Food & Dining
Chapter 5 차 한 잔의 여유 Beverage & Dessert
Chapter 6 편리한 생활 Home Appliance & Vehicle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휴대 전화와 스마트폰, 바퀴, 철도, 자동차, 버스, 자전거, 배, 비행기.
여기 소개되고 있는 것, 역시 그렇다. 거의 모든 것이 나와 관련이 된다. 그런 것들이 없는 나의 생활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Chapter 7 하루의 마무리 Alcoholic Drinks
Chapter 8 일 년을 돌아보며 Around The Year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이 나와 연관이 되는데, 그런 것들 덕분에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에게 너무 무심했었다.
그들의 정체를 모르고, 아예 알려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하니, 이 책으로 조금 그들의 역사와 유래를 알아두어야겠다는 마음 단단히 먹고 읽었다.
시계 바늘은 왜 오른쪽으로 도는 걸까?
시계 바늘은 어떤 시계든지 오른쪽으로 돈다. 이제 ‘시계 방향’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그럼, 애당초 시계 방향이라는 말이 어떻게 생긴 것일까?
시계 방향은 인류 문명 초기의 시계에서 비롯된 오랜 역사의 흔적이다. 옛날 사람들은 평평한 땅에 나뭇가지를 세워 두고 그림자의 방향으로 지금이 하루 중 언제쯤인지 가늠했다. 해시계다.
북반구에서는 해시계의 그림자가 오른쪽으로 돌기 때문에 시계 방향이 오른쪽 방향이 되었다. (34쪽)
뜻밖의 사연이다. 해시계가 없었다면, 시계는 어떤 방향으로 돌게 만들었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키보드 워딩할 때 자음은 왼손으로?
키보드 이야기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자판은 초. 중. 종성이 따로 있지 않고 자음과 모음만 구분하는 ‘두벌식 자판’이다.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으로 친다는 원칙 아래 자판이 배열되었다. (50쪽)
이 글을 읽고 새삼스레 워딩하는 내 손을 쳐다 보았다. 오른손, 왼손으로 어떤 것을 치는지.
정말 그렇다. 자음은 왼손이다.
ㅂㅈㄷㄱㅅ은 왼손이다. 또한 ㅁㄴㅇㄹㅎ 역시 왼손으로 친다.
그리고 또 나머지 다른 자음인 ㅋㅌㅊㅍ 또한 왼손으로 치고 있었다. 그걸 이제 알게 된다.
그러면 ㅂㅈㄷㄱㅅ 옆에 있는 모음 ㅛㅕㅑ는? 특히 그중에서 ㅅ 옆에 바짝 붙어있는 ㅛ는?
신경을 써서 자판을 쳐본다.
아! 정말이다. ㅛ 는 ㅅ 바로 옆에 있는데도 왼손이 거길 가지 않는다. 마치 순서를 교대하는 것처럼 바로 오른손이 이어받아 ㅛ를 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런 비밀(?)이 숨어있다니 신기하고, 그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더욱 신기하다.
소설 『향수』에 얽힌 이야기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는 자신은 체취가 없지만 냄새에 관한 한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루누아라는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체취에 유난히 집착하고, 좋은 체취를 얻기 위해서라면 살인까지도 불사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역사에는, 좋은 체취를 가진 사람을 그리 자주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16세기부터 18세기의 유럽은 개인위생, 즉 목욕에 관한 한 암흑기로 불리는 시기였기에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날 리 없었다는 것이다. (82쪽)
단, 주인공이 파리를 떠나 향하는 곳이 프랑스 남부 그라스라는 도시인데, 그곳은 ‘향수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향수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이곳이 향수로 유명하게 된 것도, 실상은 악취때문이라는 것, 그것까지 알아두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84쪽)
이런 기술도 있다. ‘궤간 가변 대차!’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를 타고 중국을 거쳐 논스톱으로 모스크바, 파리를 지나 마드리드까지 가는 대륙 횡단 열차를, 꿈꾸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런데 그렇게 부산에서 유럽까지 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철로의 폭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다. 다른 곳과 달리 러시아 철로는 광궤다, 철로의 폭이 표준보다 넓은 것이다. 그러니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모스크바를 지나기 위해서는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그쪽 철로에 맞는 폭을 가진 기차로.
그런데 여기 놀라운 소식이 있다. 희소식이다.
선로의 폭을 바꿀 수 없다면, 기차의 바퀴를 바꾸면 되는데, 그게 기술이다.
요즘은 ‘궤간 가변 대차’라는 기술이 있어서 궤간이 변할 때, 바퀴 폭이 조정되는 기차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234쪽)
그러니 이제 다른 문제만.....
다시, 이 책은?
신기하다. 눈을 뜨고 제대로 보니, 모든 게 신기하다. 다만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 읽고 나니, 이제 괄목상대, 그 정신으로 물건들,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서 살아가야 한다. 주변에 그렇게 대우해야 할 게 천지인데 그걸 모르고 그간 대접이 소홀했었다.
반성하는 의미로, 이 책 권장한다.
많은 분들이 읽고, 눈을 떴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새로운 신기함을 맛보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