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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삼백수 - 수정증보판
손수.장섭 엮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당시삼백수
이 책은?
이책 『당시삼백수』는 <새롭게 읽는 동양 최고의 시집>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신동준 선생이 우리말로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읽기 쉽게 편집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당시삼백수』는 책의 제목이라는 것, 밝혀둔다.
그저 당나라 시대의 시를 300수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중국의 청나라 건륭제 때 활약한 손수(孫洙)가 53세 때 직접 편찬한 당시선집(唐詩選集)이다. 그 책 제목이 『당시삼백수』다.
제목에 얽힌 사연을 알아보니 흥미롭다.
손수가 이 책을 편찬할 때 53세였다. 굳이 책의 제목에 ‘삼백수’라고 한 것은 『시경(詩經)』을 흉내 낸 것이다.
건륭제 28년인 1763년에 부인 서난영(徐蘭英)과 함께 『당시삼백수』를 편찬했다. 그는 이 책을 편찬할 때 심덕잠(沈德潛)의 『당시별재(唐詩別裁)』 및 왕사정(王士禎)의 『고시선(古詩選)』을 참고해 310수를 정선했다. 편찬 의도는 그가 쓴 서문의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삼백수를 숙독하면 시를 읊지 못하는 사람도 시를 읊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시, 읽어보자.
이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들이 등장하고, 귀에 익숙한 시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시인, 시에 역자의 해설이 덧붙여, 독자들은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백, 두보, 왕유, 한유, 백거이, 두목…..,
몇 수 읽어본다.
먼저 두보의 ‘망악(望岳), 태산을 바라보며’ 이다.
岱宗夫如何 대종부여하
齊魯靑未了 제로청미료
造化鍾神秀 조화종신수
陰陽割昏曉 음양할혼효
?胸生層雲 탕흉생층운
決?入歸鳥 결자입귀조
會當凌絶頂 회당릉절정
一覽衆山小 일람중산소
岱宗 (대종)은 태산의 별칭이다.
한글 번역으로 읽어보자.
태산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나
제나라와 노나라에 걸쳐 끝없이 푸르고
조물자가 신령한 모든 것 여기에 모으니
음지와 양지로 어둠과 밝음이 갈라졌네
뭉게구름 피어나 가슴이 후련해지니
눈을 돌려 둥지로 날아드는 새들을 본다
언젠가 꼭 정상에 올라
뭇 산이 작은 것을 한눈에 굽어보리라.
태산을 앞에 두고, 솟구치는 시인의 감회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태산의 정경, 그림처럼 그려놓고 있다.
그런데 역자의 해설을 읽으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
1~ 2 구는 원경, 즉 멀리서 본 정경이고
3~ 4 구는 근경, 즉 가까운 데서 본 정경이다.
5~ 6 구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이다.
7~ 8 구가 이 시의 압권이다.
그 해설을 읽고 시를 다시 읽으니, 태산에 오르지는 않은 시인의 몸과 시선이 어디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시가 태산 밑의 비석에 새겨있다 한다. (45쪽)
그 다음은 이기(李?)의 ‘금가(琴歌), 거문고의 노래’이다.
主人有酒歡今夕 주인유주환금석
請奏鳴琴廣陵客 청주명금광릉객
月照城頭烏半飛 월조성두오반비
霜?萬樹風入衣 상처만수풍입의
銅爐華燭燭增輝 동로화촉촉증휘
初彈?水後楚妃 초탄녹수후초비
一聲已動物皆靜 일성이동물개정
四座無言星欲稀 사좌무언성욕희
淸淮奉使千餘里 청회봉사천여리
敢告雲山從此始 감고운산종차시
주인에게 술 있어 오늘밤 신명나니
광릉객에게 거문고 탈 것을 청하네
달빛 비친 성곽 위로 까마귀 흩어지고
서리 내린 찬 숲바람이 옷을 파고 드네
향이 피고 초가 탈 때 초가 더욱 빛나니
녹수를 먼저 탄 뒤 초비를 탔네
거문고 소리 한 마디에 만물이 숨을 죽이고
사방의 고요함 속에 별이 빛을 잃었네
1천리 밖 맑은 회수 가에서 벼슬하니
이제 벼슬 놓고 구름 덮힌 산 속에 살리라.
(141쪽)
이 시를 읽으면서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잠깐 떠올려보자.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어느 구에 묘사되고 있는지?
1~ 4 구는 거문고를 타기 전의 정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5~ 10 구는 거문고를 타고 난 뒤, 주위의 반응과 자신의 감회를 나타내고 있다.
‘거문고 소리 한 마디에 만물이 숨을 죽이고
사방의 고요함 속에 별이 빛을 잃었네’
그런 거문고 소리는 과연 어땠을까?
그런 것과 거리가 먼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묘한 경지일 것이라는 것. 그 정도.
모든 사람과 만물이 고요한 상황에서 오직 거문고 소리만 가득한 환상적인 경지다.
역자의 수고가 빛나는 <부록>
이 책에는 당시 3백수 뿐만 아니라, 부록에서 당나라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역자가 글이 덧붙여있다.
당나라 역사 개관
당시의 시대적 구분과 격률
당시 작가 소개
당시 작가 연표
역자의 수고를 통해, 멀게 느껴지던 당나라 시, 당시(唐詩)를 읽어본다.
위에 소개한 두보의 시 구성을 빌려 말하자면,
즉 멀리서만 생각하던 당시(唐詩)는 정말 멀게만 느껴지던 것이었다. 읽어도 뜻도 모르고 시의 배경도 모르니, 그저 흰 종이에 검은 글씨였는데, 저자의 해석과 해설을 따라가본 결과, 사람의 감정과 느낌이 구구절절 담겨있는, 해서 읽으면서 뭔가 느낌이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두보의 시 7~8 구 <언젠가 꼭 정상에 올라 뭇 산이 작은 것을 한눈에 굽어보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언젠가 당나라 시대의 시인들의 그 마음을 나도 같이 느껴볼 수 있는, 당시(唐詩)의 태산(泰山)에 올라보리라, 는 생각,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