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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 ㅣ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이야기
차이톈신 지음, 박소정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2월
평점 :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20가지 수학 이야기』는 수학과 관련된 역사책이다.
저자는 차이텐신,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산둥대학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저장대학교 수학대학에서 박사생 지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학.
‘수학포기자’라는 말을 줄여 ‘수포자’라는 용어가 생길만큼 어려운 과목, 마의 과목인 수학, 그 수학을 둘러싸고 뜻밖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이 책은 모두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Ⅰ. 수학 이야기>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로부터 암호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고
<Ⅱ. 수학자 이야기>에서는, 탈레스를 비롯하여 많은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Ⅲ. 재미있는 수학 문제>에서는, 완전수 이야기를 비롯하여 재미있고 흥미로는 수학문제들이 등장하는데, 결코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문제들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힘입어 수학이라는 학문이 의외로 세계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수학이 세계 역사의 중요 흐름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놀라게 된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이런 것, 처음 알게 된다.
우리는 0 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숫자 0 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일까?
맨 처음에 ‘영’은 0이 아니라 속을 채운 점으로 ‘영’을 표시했다.
그러던 것을 인도에서 0 을 사용하여 ‘영’을 표시했다.
영을 동그라미로 표시한 것은 인도인의 대단한 발명이다.
0은 무를 의미하기도 하고 자리 표기법에서 빈자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 수의 기본 단위로써 다른 수와 함께 계산할 수도 있다. (32쪽)
아라비아에서 천문학이 발전한 이유
사막에서 생활한 아라비아인은 본래 별의 위치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슬람교를 신봉하면서 천문학을 연구할 동기가 더 늘어났다. 어디에 있든 매일 메카를 향해 다섯 번 기도해야 하는 그들에게 정확한 방향이 무척 중요했기 때문이다. (36쪽)
분수 표기에 있어서 가로선( ― )은?
우리는 분수를 표시할 때 가로선 ( ― )을 사용한다. 가로선 아래는 분모, 위에는 분자값을 적는다. 그러면 분수의 가로선은 누가 먼저 사용했을까?
피보나치 수열로 유명한 피보나치가 그의 책 『주판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54쪽)
과연 『삼국지』의 ‘초선차전(草船借箭), 사실일까?
『삼국지』에는 ‘초선차전(草船借箭)’ 일화가 등장한다. 즉 제갈량이 적벽대전 전날 밤 풀단 실은 배 스무 척으로 조조군의 영채를 기습하여 화살 10만 대를 얻어낸 사건이 있는데, 그건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과장된 것일까?
적벽대전이 벌어지기 전날 밤, 제갈량은 풀단 실은 배 스무 척을 안개가 자욱한 강을 따라 조조군 영채 가까이 보냈다. 그러고는 군졸들에게 북을 치며 소란을 피우라고 명했다. 조조군은 안개 속에서 함성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화살을 퍼부었다.
명중할 확률은 0.1에도 미치지 못했을 테고 중간에 다른 쪽 병사들이 활을 쏠 수 있도록 배를 백팔십도 돌려야 했다. 명중할 확률을 최대로 잡아 0.1이라고 가정해도 화살을 100만 개 이상 발사해야 한다. 당시 조조군 궁수는 1만 명 정도였으니 한 사람당 100발 넘게 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전문가들은 당시 화살통에 화살이 20~30개 들어갔으니 한 사람이 100발을 쏘는 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마디로 제갈량의 ‘초선차전’ 이야기는 허구에 가깝다는 의미다. (93쪽)
수학을 응용하면, 역사에 회자되는 사건들이 어느 정도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제갈량의 초선차전이 가장 확실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도 여왕과 수학
베르길리우스의 서사 『아이네이스』에서 등장하는 인물중에 디도라는 카르타고 여왕이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이네이아스가 카르타고에 도착했을 때에 카르타고는 건설중이었는데, 카르타고의 건설과 관련된 일화에 바로 수학이 개재되어 있다.
그리스 전설에 따르면 처음 카르타고에 발을 디딘 디도 여왕은 물소 가죽을 한 장 얻었다. 원주민은 그녀에게 물소 가죽으로 둘러싼 크기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명한 여왕은 수행원들에게 명령해 물소 가죽을 가늘고 길게 잘라 넓은 면적을 둘러싸게 했고 그 결과 반원을 얻었다. 만약 그 땅이 내륙 평원에 있었다면 이는 당연히 잘못된 판단이었을 것이다. 같은 길이로 원을 두를 경우 두른 면적은 반드시 반원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이는 원의 면적과 원주만 계산해도 증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변분법(變分法)의 기원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버전은 다음과 같다.
지중해 키프로스의 디도 여왕은 남편이 자신의 남동생 피그말리온에게 살해당한 후 수행원들과 함께 서쪽에 있는 아프리카 해안으로 도망쳤다. 여왕은 현지 추장에게 토지를 구매하고 그곳에 카르타고를 세웠다.
토지구매합의서는 이렇게 체결했다.
“도시 크기는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쟁기질을 해서 낸 도랑으로 두를 수 있는 만큼의 면적이다.”

(카르타고를 건설하는 디도 - 윌리엄 터너 그림)
저자는 이런 발언에 덧붙여 이런 말로 그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실제로 현지에 가보니 지중해 해변에 카르타고 고성이 있었는데 박물관에 전시한 지형도 외형이 확실히 반원에 가까웠다. (252쪽)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
그런데 디도 여왕의 카르타고 건설과 관련되어 뜻밖에도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등장한다.
“도시 크기는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쟁기질을 해서 낸 도랑으로 두를 수 있는 만큼의 면적이다.”
디도 여왕이 땅을 차지한 이야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수학 애호가였고 수학문제를 문학 작품에 반영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단편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에서 수학 지식을 교묘하게 활용해 탐욕스러운 주인공을 풍자했다. 마지막에 가면 비극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256쪽)
이 이야기에 더하여 더욱 흥미로운 사실도 밝혀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바흠이 걸어간 경로는 윗변 2, 밑변 10, 빗변 15(단위는 모두 베르스타)인 직각 사다리꼴을 만든다. 이 사다리꼴의 둘레와 넓이는 얼마일까?
그 넓이는 약 86.72제곱킬로미터가 된다.
이 직각 사다리꼴의 둘레를 계산하면 39.7 베르스타가 나오는데, 이를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흥미롭게도 42.195킬로미터다. 기원전 490년 고대 그리스 병사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야를 달려 그리스군의 승전 소식을 들고 달려간 거리와 똑 같다. (257쪽)
그가 승전소식을 알리고 지쳐 쓰러져 죽은 것처럼, 바흠 역시 그 병사만큼 걸어간 후 죽었다. 서로 간에 다른 점이 있다면, 톨스토이의 주인공은 탐욕 때문이었다는 것, 그게 다른 점이다.
여기서 저자는 또하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바로 톨스토이 작품의 그 주인공이 조금만 달리 생각했어도 죽지 않고 땅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것.
만약 바흠이 직각사다리꼴이 아닌 다른 경로로 달렸거나 조금씩 많은 길을 걸었다면 같은 크기의 땅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바로 디도 여왕이 마주한 변분법 문제인데 정답은 원이다.
그가 직각 사다리꼴로 가지 않고, 원을 그리면서 갔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257쪽)
아마 톨스토이는 그 답을 알고 있었기에, 바흠을 직각사다리꼴로 걷게 했을 것이다.
따라서 문학적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수학적 머리가 필요하다는 것, 이 것으로 증명이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에는 위에서 소개한 것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수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서 수학을 어려워하면서 지냈던 학창 시절에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양념삼아 풀어가면서 공부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 책, 수학을 달리 보게 해 준다.
톨스토이도 요즘 말로 하자면 문과인데, 그가 이과 수학에도 밝았다는 것, 다시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