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필요의 탄생

 

이 책은?

 

이 책 필요의 탄생<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역사 그리고 철학책이다.

 

저자는 헬렌 피빗 (Helen Peavitt)는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런던과학박물관의 소비자 가전 부문을 맡고 있는 저자가 냉장고가 인류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과정을 정리한 기술적·문화적·산업적 연구다.>

 

먼저 냉장고의 개념부터 살펴보게 된다,

이걸 어떻게 정의하나?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냉장고는 인공적으로 냉각이 가능하고 음식물을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기기 또는 구획된 공간 (7)

 

사전을 찾아보니,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식품이나 약품 따위를 차게 하거나 부패하지 않도록 저온에서 보관하기 위한 상자 모양의 장치. 저장실과 냉각 장치로 이루어지며 얼음, 전기, 가스 따위를 이용하여 냉각한다.(네이버 사전)

 

그런 냉장고, 없었던 때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 책 1장과 2장에서 그런 시대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냉장고 이전에 존재했던 식품 보관방법과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그전에 얼음이 있었다. 얼음으로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했던 것이다.

요즘에도 쓰이는 아이스박스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화처럼 들리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얼음 기근 (43)

연이은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얼음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불안감이 조성된다. (43)

시카고 시의 얼음 보유량이 하루치뿐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43)

 

그런 얼음 공급사업으로 한 세기가 지나고, 그 뒤로 저온을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 기술 발전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이런 일도 있었다. 지금도 있다.

 

제빙기, 그런 것들이 자연법칙을 어기고 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19세기의 청교도주의의 영향으로 기술 발전을 두려워하고, 인위적으로 얼음을 제조하는 행위를 신을 향한 도전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63)

놀랍게도 미국에는 아직도 종교적인 이유로 최신 냉장, 냉동 기술을 거부하는 집단이 있다. 아미시 공동체다. (64)

 

이제 가정용 냉장고가 등장한다.

 

냉장고가 우리의 음식 소비 습관과 식생활, 요리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다.

 

가정용 냉장고가 탄생할 무렵에는 소비자들에게 냉장고가 단순히 욕망을 투영한 사치품이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주방 가전임을 납득시키는데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83)

 

냉장고는 나름대로 유용하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물건으로 통했으나, 나중에는 주부들의 수고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현대식 주방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전제품으로 다뤄졌다. (103, 152)

 

여성들의 주방에 새로운 삶을 나타내는 두 가지 상징물이 있다. 바로 냉장고와 세탁기다. (139)

 

냉장고 사용법

 

사람들은 냉장고가 등장한 후부터 사람들의 식습관이 달라졌다는 말을 한다. 이 책에도 그런 것을 분석해 놓았다.

 

오늘날 냉장고는 먹을 것을 저장하고 요리하고 소비하는 도구로서, 계절에 따라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던 인류의 유구한 습성을 1년 내내 먹을 것을 모으고 소비하는 습성으로 바꾸어놓았다. 또한 1년에 걸친 기나긴 수확 과정을 매일, 매주 음식을 사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8)

 

오늘날 냉장고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기기이지만 여전히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다(221)는 말에 동의한다. 냉장고의 오남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가 처음에 등장했을 때, 영업사원들이 가전제품 사용법을 가르쳤지만 지침을 무시하거나 잘 못 이해한 사용자가 많았고, 때로는 일부러 그와 반대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165) 는데,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런 사용법이야 다 잘 알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그 안에 넣을 것과 넣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지 않는 등의 사용법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 보관에 있어서 굳이 냉장보관하지 않아도 될 것들도 구분하지 않고 냉장고에 들여 놓는 습관이 이제 보편화되고 있다그런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훈제 생선과 피클, 체더치즈 따위를 별생각 없이 냉장고에 넣어두지만, 이런 음식은 애초에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다. (212)

 

달걀을 꼭 냉장고에 보관해애 하는가라는 문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주제다.

현재 우리는 음식물을 언제 버려야 할지 결정할 때, 촉감과 겉보기, 냄새 맛보다도 상품 포장에 적힌 유통 기한에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21)

 

그래서 이런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낭비가 없으면 부족한 것도 없다. (217)

사람들은 지갑이 풍족할 때면 종종 집에 있는 묵은 식재료를 내버려두고 상점에 들러 새로운 먹거리들을 사들이곤 한다. 냉장고의 식품보존 능력을 잘 못 이해하고 오용함으로써 낭비가 발생한다.

 

우리 집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도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산다. (218)

현대인은 조상들이 지켜온 음식 관련 지식과 상식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세대와 세대 간에 전수된 병조림 제조법과 각종 식품 염장법, 건조법 등은 이에 꽤 낯선 것이 되었다. (219)

 

문학, 영화에 등장하는 냉장고

 

<39 계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제너럴 일렉트릭의) 모니터 톱 냉장고는 주인공인 로버트 도냇의 집에서 모습이 비친다. (129)

 

또한 이 냉장고는 1936년에 개봉한 영화 <마이 맨 갓프리>에서도 나온다. (129)

 

갤리형 주방에 있는 <닥터 후> 에 출연한 배우, 캐럴 앤 포드와 그녀의 딸.(160)

 

1940년대에 방영된 만화 <톰과 제리>에도 간간히 등장하듯이 당시 부잣집 냉장고 안에는 제리가 호시탐탐 노리는 거대한 치즈와 함께 고급스러운 젤리나 디저트 따위가 가득했다. (219)

 

<고스트 버스터즈>

시고니 위버가 악령이 깃든 냉장고에 먹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274)

<레퀴엠>, 밀실 스릴러.

냉장고가 약물 중독에 빠진 주인공 사라를 삼키려는 장면이 나온다. (275)

 

<인디아나 존스>

납판이 내장된 냉장고가 주인공인 존스 박사의 목숨을 절묘하게 살린다. (275)

 

시커먼 석판이 연상되는 미국 스타일 냉장고를 샀는데, 그 생김새가 꼭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거대한 모노리스를 앞뒤로 두툼하게 늘려 놓은 것 같았다.(175)

 

 

다시, 이 책은?

 

이 책으로 가전제품의 하나인 냉장고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냉장고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역사를 담고 있다. 우리 인류 먹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잠시 주방을 둘러본다.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집에도 냉장고가 있다. 그 안을 열어보니 음료부터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있다.

 

누군가 말했다 한다.

당신이 무얼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그처럼 냉장고를 바라보고, 들여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얼 먹고 사는지, 음식에 대한 철학은 어떤지. 또한 삶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해서 냉장고는 곧 나의 거울, 또는 내가 아닐까?

 

이 책, 그런 통찰을 하게 만드는, 역사책이자 철학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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