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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평점 :
사랑 역사가 되다
이 책은?
이 책 『사랑, 역사가 되다』는 역사에서 찾아본 <일곱 빛깔의 세계적인 사랑 판타지>를 추려내 일인칭 서술로 기록한 책이다. 사랑의 여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최문정,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조기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다른 책 『소설로 읽는 조선 왕조실록 (나쁜 남자편)』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서 역사적인 사랑을 한 7쌍의 연인을 만난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 로버트 브라우닝
빅토리아 여왕 - 앨버트 대공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 레너드 울프
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 에드워드 8세
가네코 후미코 - 박열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오노 요코 - 존 레논
이들 연인들은 어떻게 사랑을 했으며, 후세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각각의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그 중에 특기할 것만 몇 가지 추려본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마지막 말
로버트 브라우닝이 “편안해요?” 라고 묻자 엘리자베스는 "아름다워요(beautiful)" 라고 대답했다. 그게 그녀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63쪽)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대공
둘 사이에 부부싸움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탄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앨버트는 갑갑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쌓였던 화가 폭발했는지 사소한 말다툼을 한 뒤 서재 문을 걸어 잠근 채 틀어박혀 버렸다. 하루 종일 식사도 거르고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가서 문을 노크했다.
“누구시오?”
“영국 여왕입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다시 노크했다.
“누구시오?”
“빅토리아입니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난 다시 노크했다.
“누구시오?”
“당신 부인입니다.” 그제야 문이 열렸다. (81쪽)
여왕의 남편이란 극한직업에 속하는가 보다.
숱이 풍성하던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져서 대머리로 변했고, 점점 살이 쪄서 임산부처럼 배북뚝이가 되었으며, 이중턱은 탄력을 잃고 늘어졌다.
여왕을 대신하여 아이들을 돌보고, 여왕과 사이가 틀어진 아이들과 화해를 시키기 위해 무진애를 쓰던 앨버트는 결국 과로와 고뇌 때문에 마흔 두 살의 나이에 목숨을 잃고 만다. 그러고 보면, 여왕의 남편이란 위치는 직업으로 치자면 극한직업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88쪽)
빅토리아 여왕의 후예들
빅토리아와 앨버트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은 유럽의 왕족들과 결혼했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들의 후손도 늘어났다. 영국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뒤의 냉전을 그나마 쉽게 극복한 건 전 유럽 왕실과 친인척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95쪽)
사진(도표) 설명 : 빅토리아 여왕의 자녀들과 배우자.

버지니아 울프의 이상한 결혼 조건
버지니아 울프는 레너드가 청혼할 때 이상한 조건을 제시한다.
당신이 청혼했을 때 저는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째, 보통 부부들이 하듯 성적인 관계는 할 수 없다.
둘째, 작가의 길을 가려는 나를 위해 공무원 생활을 포기해 달라.
당신이 동의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요구를 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남자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이상한 조건을 내건 결혼생활에 당신은 아무런 질문 없이 동의해 주었지요. (134쪽)
영화 <킹스 스피치>와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본적이 있다. 이 책에 잠간 언급되는 조지 6세의 이야기다.
조지 6세가 말더듬는 버릇을 고치기 위하여 애쓰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가 <킹스 스피치>인데, 조지 6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왕비도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역시 애
를 쓴다.
그런데 그런 부부에 대해 험담을 하는 장면이 이 책에 등장한다.
조지 6세는 말도 더듬는 데다 대중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워하는 겁쟁이었다. 엘리자베스 왕비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라 잉글랜드에서는 절대 환영받을 수 없었다. (192쪽)
엘리자베스 왕비는 내 이름조차 불경스럽다는 듯 나를 ‘그 여자(that woman)’라고 불렀다. 아무리 엘리자베스가 왕비라 해도 난 손윗동서였다. 그들이 날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들을 인정할 필요가 없었다. 난 엘리자베스 왕비를 미세스 템플(Mrs. Temple)이라고 불렀다. 남들이 물으면 템플(사원)처럼 심지가 굳건하다는 뜻이라고 변명했지만, 사실 그 똥고집이 싫어서 비꼬는 거였다. 게다가 엘리자베스는 셜리 템플과 비슷하게 생겼다. 기분이 좋을 때면‘쿠키’나 ‘케이크’라고 불러 주기도 했다. 엘리자베스의 취미는 과자 굽기였다. 엘리자베스도 두 딸도 과자 먹기가 또 다른 취미였다. 취미 덕분에 모두가 참으로 통통했다. 사람은 부유할수록 좋고 몸은 날씬할수록 좋다는 내 가치관과는 어긋난 취미였다. (191-192쪽)
물고 뜯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 대하여
파리의 갤러리에 열린 멕시코전에 출품된 그녀의 그림을 보고
칸딘스키 -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껴안았다.
피카소 - 감탄하녀 그녀를 껴안고 키스한 것으로도 모자라 손수 만든 귀고리까지 선물했다.
그녀의 그림은 남미 화가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290쪽)
비평가들은 그녀의 재능보다는 그녀의 인생이 프리다를 유명하게 만들었으며 그림값을 올린다고 말한다. (293쪽)
다시, 이 책은?
이 책, 흡인력이 있다. 그 이유는 저자가 각각의 주인공이 되어서 일인칭으로 발언하는 서술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해서 저자는 각각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속마음을 꺼집어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을 옹호하고,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좋을지 모르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진술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 제 3자의 입장은 별도로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입장을 알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저자는 그에 대한 장치 또한 마련해 놓았다.
저자는 그런 것까지 감안하여, 일인칭으로 서술을 끝낸 다음에는 <그 뒤의 이야기>라는 항목을 별도로 마련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다시 그려볼 수 있도록 해 놓았으니, 위와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역사가 된다.